방송화면" /><장옥정 사랑에 살다> 방송화면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24회 2013년 6월 25일 오후 10시 다섯줄요약
대행왕후를 저주했다는 모함을 받은 장옥정(김태희)은 결국 사사될 위기에 처한다. 숙종 이순(유아인)은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옥정을 살리려 했다. 결국 그는 옥정을 사사한 것으로 위장하고 치수(재희)에게 맡겨 청나라로 빼돌리려 했다. 일이 잘 안 풀리면 양위까지도 생각했다. 그러나 더 이상 비겁한 정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옥정은 왕의 뜻을 거역하고 결국 사약을 마시고 말았다. 홀로 남게 된 왕은 옥정의 빈자리를 쓰다듬으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다.
리뷰
숱하게 드라마화된 장옥정을 재해석해 희대의 악녀가 아닌 조선의 디자이너로서 꿈을 실현해나간 여인을 보여주겠다는 드라마의 기획의도에 흥미가 갔다. 결과적으로, 이 점에 있어 제작진은 결코 할 말이 없게 됐다. 내 손바닥 안에 꿈을 지켜나가겠다던 여인의 흔적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버렸다. 드라마는 초반부터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숙종의 재해석이 있었다. 여느 장희빈 소재 드라마에서 궁궐 여인들의 치맛바람에 나부끼는 왕으로만 묘사됐던 숙종은 불우했던 세자시절의 이야기부터 왕으로 성장해나가는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발성과 풍부한 표정으로 극을 이끌어나간 배우유아인의 역할이 컸다. 후반부에는 허술한 플롯에 숙종마저도 희생된 캐릭터가 돼버렸는데 그럼에도 유아인의 연기는 보는 이들을 몰입하게끔 만드는 존재감이 있었다. 그는 결국 이 드라마를 통해 원톱 주연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한 셈이다.
그러니 아무리 들여다봐도 총체적 난국이었던 24부작의 긴 이 드라마를 완주하게 한 이유는 단 하나다. 배우 유아인.
아쉽게도 그나마 초반 자신의 공간을 확보해 드라마를 쌓아올렸던 숙종을 제외하고는 드라마에서 빛을 발한 캐릭터는 그 누구도 없었다. 주연이 그러한데 조연들은 말할 것이 없다. 왕의 연적으로 큰 활약을 할 것처럼 알려졌던 현치수나 동평군(이상엽)은 모두 허술한 전개를 메우는 존재에 그쳐야 했다. 숙원(한승연) 역시도 정체성 없이 흔들리기만 한 옥정 탓에 근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악녀로 희생돼야 했다.
흔들리는 드라마 속에는 분명한 주제의식도 부재했다.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비천한 신분에도 꿈을 지켜나가겠다던(결국 나중에는 꿈 대신 사랑이라도 지켜보겠다던) 여인 장옥정은 자신의 뒤를 따라 최고의 자리에 올라보겠다는 숙원에게 “조선이라는 나라는 자네나 나처럼 비천한 천민에게 후궁의 자리까지 내주어도 왕후의 자리까지 내줄 만큼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지. 나는 그것을 너무나 늦게 깨달았다. 그 이상을 탐을 낸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야”라는 조언을 건넨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옥정의 몰락을 통해 넘볼 수 없는 것은 결코 넘보지 말라는 절망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일까. 기획의도와는 전혀 상반된 결론을 내린 셈이 됐다.
수다포인트
-아무리 생각해도 이 드라마에서 가장 억울할 캐릭터는 현치수. 허술한 전개 탓에 말도 안 되는 장면들은 마지막 회도 어김없이 등장했는데…
scene 1. 이순이 옥정에게 사약을 내리게 했다는 소식을 들은 현치수가 급 분노하는 장면. 이순을 겨냥해 “사람이 아니구나”라며 분통을 터뜨리는데, 옥정이를 중전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모함한 것의 시작은 치수가 아니었나. 바로 너 때문에 그렇게 된 거에요. 작가님, 왜 이러셨어요.
scene 2. 죽음을 향해 가는 옥정을 살리기 위해 어음까지 건네며 옥정을 내놓으라던 치수. 결국 이순이 그녀를 데리고 청나라로 떠날 것을 명한다. 그런데 그토록 살리고자 한 사랑하는 여인이 “사랑을 지키겠다”고 설득하자, 냉큼 “그래”라며 사약 사발이 놓인 궁궐로 대령한다. 그렇게 금방 수긍할 거, 청나라에서 옥정이 찾으러 왜 오셨나요?
-아참, 숙원마마도 있었군요. 결국, 23회까지도 야망에 불타다 ‘맛있는’ 고기 먹고 퇴장하신 셈입니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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