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손예진, 묵직하고 미세한 멜로의 진동을 울리는 여배우
속 조해우를 연기하는 손예진" /><상어> 속 조해우를 연기하는 손예진

사랑, 상실, 그리움, 혼란, 분노, 복수.

KBS2 드라마 <상어>에서 조해우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 손예진이 드라마의 한 회, 총 50분 동안 담아야만 하는 감정의 다채로운 골격이다.

해우는 어려서 사랑하는 이를 잃었고, 그 아픔을 버텨내며 검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잃은 줄만 알았던 사랑의 흔적을 느끼고는 혼란스러움에 휘청이게 된다. 그 감정의 파도 속에 또 다른 강풍과 마주한다. 사랑의 상실이 실은 자신이 가장 의지하던 존재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차차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어>는 해우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이 가진 이야기들을 굳이 숨기지 않고 펼쳐 놓는다. 예컨대, 해우의 결혼식에 갑자기 찾아온 요시무라 준(김남길)이 실은 해우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이수라는 아주 중요한 정보도 드러내놓고 시작하며, 해우의 천박한 아버지 조의선(김규철) 보다 실은 늘 다정다감한 할아버지 조상국(이정길)이 더 무시무시하고 섬뜩한 인물이라는 것도 구태여 숨기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반전의 재미는 덜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회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인물들이 제각각 가진 다양한 갈등과 관계를 켜켜이 쌓아올리는 과정이 섬세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캐릭터가 가진 드라마와 밀착했던 배우들의 공이 컸고, 그 중 가장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하는 묵직한 과제를 부여받은 것이 바로 손예진이었다.

이수를 잃은 과거의 아픔에서 비롯된 애절함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인생에 뛰어든 낯선 남자 요시무라 준과의 미묘한 감정 선으로 덧칠되기 시작했다. 또 이수의 행적을 쫓는 과정에서는 어려서부터 혐오하다시피 했던 아버지와의 갈등과 함께, 자신이 믿고 의지한 할아버지의 반전에서 오는 충격, 그리고 남편 준영(하석진)과의 좁힐 수 없는 거리에서 전해지는 아슬아슬한 분위기도 해우가 품은 사연이다.

손예진은 중반부에 다다른 <상어>에서 이토록 다양한 감정의 골격을 부드럽게 연결짓고 있다. 한 신 한 신 공들여 연기한다는 느낌을 전한다. 화려한 외모의 배우이지만 작품 속에서 돌출되기보다 자연스레 스며드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거대한 복수극이자 멜로인 <상어>의 묵직한 진동을 부드럽게 울리는 것은 바로 손예진의 공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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