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재가 될 것 같아!” (미르) 뙤약볕 아래 진행된 촬영에 투덜거리다가도 슛 사인이 들어가자 카메라를 향해 강렬한 눈빛을 쏘아주는 5년 차 프로페셔널 아이돌 그룹, 엠블랙. 한참 남성미를 뽐내다가도 쉬는 시간이면 모바일 게임에 열중하고, “야, 오늘 ‘진격의 거인’ 나왔냐? (천둥) 하며 수다를 떨 때는 영락 없는 개구쟁이 20대 소년들이다.

2009년 가을, “Oh Yeah I’m Feelin’ Good” (“Oh Yeah”) 을 외치며 신나게 무대를 휘젓던 다섯 소년은 떠나간 연인을 지독하게 미워하고 (“어떻게 이렇게 당할 수가 있나요” (‘Y’)), 지나간 사랑을 처절하게 붙잡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 제발 날 떠나지마” (‘Cry’)), 뜨겁게 집착하다 (“태양보다 뜨겁게 원한다” (‘모나리자’)) 급기야 전쟁을 선포했었다(“두고 봐 넌 날 잘 못 건드렸어”(‘전쟁이야’)). 그렇게 4년의 시간을 지나 2013년 6월 때이른 무더위와 함께 돌아온 엠블랙은 “어떤 슬픔인지 내게 말해봐 지금부터 맘에 문을 열어봐” (‘스모키걸’) 라며 이제 상처받은 여인을 감싸주는 여유까지 갖추게 되었다.

첫 번째 아시아투어와 일본 활동과 함께한 1년 4개월의 공백기 동안 멤버들은 보컬, 예능인, 배우로서 존재감을 다지며 “한 번도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승호, 컴백 쇼케이스 중). 지금까지 무려 여섯 편의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아이돌 예능블루칩이 될 경험치를 쌓아 왔으며, 5집 미니앨범 에서 괄목할 만한 음악적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훈훈한 엠블랙 다섯 형제들 승호, G.O, 준, 천둥, 미르를 텐아시아가 만났다.

Q. 컴백 첫 주 방송이 끝났는데, 기분이 어떤가?
승호: 역시 가수는 무대를 해야 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항상 첫 방송은 그간에 연습했던 걸 보여드리려는 욕심이 앞서서, 해왔던 거만큼 한 것도 있지만 못한 것 때문에 아쉬움이 훨씬 큰 시간인 거 같다.

Q. 이번 앨범 에 프라이머리와 Zion.T 등 대세 힙합 아티스트들뿐만 아니라 G.O, 미르, 천둥의 참여도 눈에 띄던데.
승호: 멤버들이 음악 작업에 굉장히 참여를 많이 했다. 인트로곡인 ‘Sexy Beat’와 마지막 트랙 ‘Dress Up’을 천둥이 언타이틀 서정환과 같이 작업했고, 지오는 프라이머리와 ‘R U OK?’라는 곡을 함께 쓰고, 미르는 두 곡의 가사를 썼다.
항상 매 앨범마다 타이틀곡 느낌대로 쭉 가는 거보다 많은 느낌의 노래를 들려드리려고 한다. 다른 감성으로도 한 앨범처럼 같은 느낌을 낼 수 있으니까. 1년 반이라는 공백기 동안 준비를 하면서 몇 백곡 중에서 이 곡이 꼭 여기에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해서 넣은 곡들이다. 애착이 큰 만큼 타이틀보다도 앨범 전체를 들어주셨으면 한다.

Q. 타이틀곡 ‘스모키걸’ 가사를 독특하게 발음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G.O: 가이드라는 것 자체가 그 느낌대로 불렀을 때 이 곡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예시를 준 거니까, 거기에 최선을 다했다. 내가 새로운 스타일대로 부른다면 거기에서 벗어날 수도 있지 않나. 또 이 곡의 매력 중에 하나가 발음이다. 그냥 “두 시, 두 시” 했을 때와 지금 녹음된 것 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으니까 그 고유의 느낌을 많이 표방했다. 그걸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Q. 예전에는 사랑을 갈구하거나, 사랑 때문에 아파했다면 이번 앨범에는 전체적으로 ‘사랑을 어느 정도 겪어본, 성숙한 남자의 사랑’이 느껴진다.
천둥: 이번 앨범의 주제는 ‘유혹’이라고 생각했다. ‘스모키걸’에서는 “좀 더 세게 안아도 돼”라는 가사도 있고, ‘Sexy Beat’같은 경우도 유혹하는 가사이다. ‘Dress Up’도 ‘니가 나의 전부다’라고 달콤하게 속삭이는 느낌을 받으실 것이다.

엠블랙 승호, 미르 (왼쪽부터)

Q. 예능 속 엠블랙 멤버들이 익숙한 사람들은, 오랜만에 보는 무대 위의 엠블랙이 낯설 수 있을 것 같다. 또 워낙 무대 위와 무대 밖 모습이 차이가 크지 않나.
승호: 데뷔 때부터 항상 초심을 지킨다는 얘기를 많이 해 왔다. 가수는 이미지 관리도 필요하고, 아이돌 가수니까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지만, 그런 것들을 좀 더 편안하게 허물어서 무대 위에서는 그런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 올라갔을 때는 ‘진짜 섹시하고 멋있게 잘하네,’ 무대에서 내려오면 ‘얘네는 정말 재미있고 친근하네’ 라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Q. tvN 에서도 아이돌이라고 하기에는 충격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여줬다. ‘STEP BY STEP’ 편에서 셀프 디스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웃음)
승호: 그게 정말 안쓰러운 얘기거나, 사람들이 안 좋게 보는 얘기였다면 마이너스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나보다 훨씬 활동을 오래한 배우 유승호에게 나를 빗댄 것처럼 개개인마다 디스 아닌 디스를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도 드리고 멤버마다 개인 어필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엠블랙 천둥, 이준, G.O (왼쪽부터)

Q. G.O는 KBS <불후의 명곡> 시즌 1과 2에 모두 출연하면서, 남성 보컬로 존재감을 알릴 수 있었다. 혹시 앞으로 솔로 계획이 있나?
G.O: 아직 엠블랙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색깔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서 빨리 솔로 활동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제 앨범을 프로듀싱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고, 그 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지금은 내 색깔을 찾아야 할 때고, 대중 분들에게 어필하는 나만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불후의 명곡”에서는 선배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 것 만해도 정말 많이 배웠다.

Q. 승호와 함께 일본에서 공연한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 학생 운동 대장 현우 역으로 더블캐스팅 됐었다. 작년 오사카 공연에 이어 올 초 도쿄에서 두 번째 공연을 했는데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무엇인가?
G.O: ‘사랑이 지나가면’이란 넘버가 가장 좋았다. 가장 극의 흐름에 잘 맞는 노래라고 생각해서다. 그 노래는 정말 노랫말도 그렇고, 뮤지컬 안에서 편곡된 버전이 굉장히 좋아서 매 공연마다 부를 때 눈물이 났었다.

Q. 미르는 MBC <일밤>의 ‘진짜 사나이’ 출연이 인지도와 인기의 기폭제가 됐다. 주변에서 달라진 변화를 실감하나?
미르: 잘 모르겠다. 단지 ‘진짜 사나이’는 지금까지 한 예능 중에서 배운 부분이 정말 많았고, 가장 정이 많이 가는 방송이었다. 다음에도 언제든지 갈 준비가 되어있다. 사실 이번에도 유격훈련을 갈 수 있었는데, 그때가 한창 엠블랙 앨범 준비로 바쁠 때라서 갈 수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제작진 분들이나 멤버 형들이 ‘나중에 여유로워질 때 다시 와라, 자리 항상 비워 놓겠다’고 말씀 해 주셔서 감사했다.

엠블랙

Q. 천둥은 우여곡절 끝에 데뷔 15일 전에 엠블랙에 합류해서 이번 앨범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기 까지, 안 보이는 곳에서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 같다.
천둥: TV 출연을 안 하기로 마음 먹고, 예능 중단 선언을 회사에다가 했었다. 미르처럼 나도 나중에 형들이 없을 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음악 밖에 할 게 없더라. 물론 형들보다는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홀로 나왔을 때 부족하고 싶지는 않은 거다. 음악을 잘 하려면 그냥 엉덩이 의자에 붙이고 작곡만 하고, 노래만 해야 된다고 많이 들어서 그런 시간을 많이 만들고 싶었다. 아, 드라마는 했다, 하고 싶었으니까. (웃음)

Q. 첫 작품이자 카라 박규리와 함께 출연한 MBC QueeN 드라마 <네일샵 파리스>가 방송 중이다.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천둥: 필리핀에서 한국에서 온지 1, 2년 만에 데뷔를 하게 돼서 한국에 아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연습생들, 회사사람들이 전부였는데, <네일샵 파리스>를 하면서 처음으로 스태프나 감독님, 작가님들이랑 많이 친해져서 앨범을 내고 그분들에게 온 응원이 많은 힘이 됐다. 잘 봤다, 잘하더라는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Q. 이준은 KBS 드라마 <아이리스 2> 개봉 예정인 <배우는 배우다>에서의 연기뿐만 아니라 예능계에서도 주목 받는 신예였는데, 둘 중에 뭐가 더 욕심나나?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이준: 당연히 연기다. 역할을 가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대본만 재미있으면 다 하고 싶다. “배우는 배우다” 는 마네킹 가지고 연기 공부하는 첫 장면부터 꽂혀서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예전에 없던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거는 내가 못 하더라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 ‘꽂히는’ 작품을 또 하고 싶다.

Q. 지난 예능 출연분을 보니 H.O.T.와 신화 안무를 다 꿰고 있더라. 신화창조 회원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웃음). 1세대 아이돌을 좋아한 경험이 본인의 아이돌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이준: 되게 좋아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반에서 한두 명 빼고는 다 H.O.T, god, 신화 다 좋아하지 않았나. 나도 너무 멋있어서 뮤직비디오도 많이 보고 그랬었다. 음…어떻게 보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핑클도 좋아해서 예전에 핑클 공연하는 걸 보러 간 적도 있는데, 오랜 시간 기다리고 비 오는 데도 기다리고 해 본 적이 있어서인지, 팬들의 그 기분을 알 것 같다.

Q. 승호는 MBC <댄싱 위드 더 스타 3>에서 많은 무대를 선보였다. 뱀파이어 콘셉트 파소 도블레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는데, 본인이 가장 만족했던 무대는 무엇이었나.
승호: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하는 무대는 스탠다드 비엔나 왈츠였다. 처음 왈츠를 할 때는 편안하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반복을 하는 느낌이 너무 지루했다. 우리는 항상 빠르고 신나는 곡을 하니까. 그런데 기본기를 하고 파트너들과 두 번째 연습을 하다가 왈츠의 매력을 알았다. 왜 스탠다드가 매력이 있고, 스탠다드로 선택을 했는지 알게 됐다. 파소도블레도 멋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왈츠가 선수분들에게 칭찬을 더 많이 받았다.

엠블랙

Q. 올해 10월이면 데뷔 4년이다. 앞으로 4년 뒤면 엠블랙 멤버 세 명도 30대가 되는데, 시간이 지나도 엠블랙의 이런 점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

G.O: 미래에도 미르 이마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꾸 벗겨져서. (폭소) 군대 다녀 왔는데 미르 머리가 없으면 슬프지 않나. 고생은 내가 했는데 머리는 얘가 더 벗겨지면.
천둥: 멤버들의 노출증이 안 바뀌었으면 좋겠다.
이준: 저도 똑같은 마음이다.
승호: 그냥 다 같이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지금이야 물론 사이가 좋고 엠블랙으로 계속 활동하고 싶지만 안 될 수도 있고, 세상 일은 모르는 일이니까. 계속 살다 보면 새로운 좋은 일들이 있더라.
G.O: 770살까지 살고 싶다.
미르: 멤버들의 이런 모습이 안 바뀌었으면 좋겠다.

글. 이혜지 hjle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더 자세한 내용은 <10+Star>(텐플러스스타) 7월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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