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록페스티벌의 계절, 여름이 지나고 가을과 함께 재즈의 세상이 온다. 올 가을에는 10회째를 맞는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을 비롯해 정상의 레이블 ECM의 아티스트들이 내한하는 ‘ECM 뮤직 페스티벌’, 유럽 정상의 재즈 뮤지션들이 모이는 ‘유러피언 재즈 페스티벌’,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이 총출동하는 ‘재즈 페스타’, ‘대전 재즈 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다. 해외 정상급 재즈 뮤지션들이 비슷한 기간에 이렇게 한국을 찾는 것은 드문 일이다. 록페스티벌을 열정적으로 즐긴 당신, 이제 재즈의 세상에 빠져보시길.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 ECM
‘ECM 뮤직 페스티벌’은 내달 3일부터 7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된다. 지난해 연말부터 ECM을 주제로 한 페스티벌이 한국에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재즈 팬들을 흥분시켰다.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허가 1969년 독일에서 설립한 레이블 ECM은 블루노트, 도이치 그라모폰 등과 함께 세계적인 음악 레이블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키스 쟈렛, 팻 메시니 등 재즈계의 스타들을 통해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재즈뿐 아니라 클래식, 민속음악, 현대음악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ECM은 철저한 장인정신에 입각한 레코딩과 아트워크, 타이포그래피까지 일관성 있는 예술세계를 펼치며 전 세계 음악 팬들을 사로잡았다. ECM을 주제로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이번 행사에는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 기타리스트 랄프 타우너, 비올리스트 킴 카쉬카시안 등이 무대에 오른다. 한국인 보컬로 최초로 올해 ECM에서 음반을 출시한 신예원은 랄프 타우너 공연의 오프닝을 설 예정이다.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은 안드라스 쉬프, 하인츠 홀리거와 협연에 나선다. 이번 페스티벌과 더불어 8월 31일부터 11월 3일까지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는 ECM을 주제로 한 전시회도 열린다.
유럽 재즈의 현주소 ‘유러피언 재즈 페스티벌’
유럽 재즈의 현주소를 체험해볼 수 있는 ‘유리피언 재즈 페스티벌’은 9월 6일과 7일 이틀간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린다. 이 행사에는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프랑스 등 유럽 8개국의 재즈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엔리코 피에라눈치, 나윤선의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를 비롯해 예세 반 룰러, 피에릭 페드롱 등 정상급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공연은 재즈의 다양한 편성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첫날 공연은 ‘One, Two, Three, Four’란 주제로 솔로, 듀오, 트리오, 쿼텟 네 가지 다른 편성으로 진행된다. 영국 기타리스트 마틴 테일러의 솔로기타 공연, 포르투갈 출신의 보컬리스트 마리아 주앙과 피아니스트 마리오 라지냐의 듀오, 엔리코 피에라눈치와 브래드 멜다우 트리오의 리듬 섹션인 래리 그레나디어(베이스)와 제프 발라드(드럼)의 트리오를 만나볼 수 있다. 또한 프랑스 출신의 알토 색소포니스트 피에릭 페드롱과 토마 브래메리(베이스), 프랑 아귈롱(드럼)으로 이루어진 트리오에 스페셜 게스트가 참가하는 특별한 쿼텟도 만나볼 수 있다. 둘째 날은 ‘Art of Duo’, ‘Trioism’으로 각각 진행된다.
말로, 빛과소금, 웅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한국 재즈 올스타 만나는 ‘재즈 페스타’국내 정상급 재즈 뮤지션들이 총출동하는 ‘재즈 페스타’는 9월 7일과 8일 서울 예술의 전당 야외무대와 CJ토월극장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재즈 페스타’는 다채로운 콜라보 무대를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행사에는 가요계에 퓨전 재즈의 색을 처음 도입한 빛과 소금의 무대가 단연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디바 말로, 웅산도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말로는 ‘한국 재즈의 대모’ 박성연과 듀엣을 준비하며, 웅산은 래퍼 MC스나이퍼와 이색적인 무대를 꾸민다. 재즈와 랩이 어우러지는 이색 무대를 꾸민다. 전제덕과 SAZA최우준은 소울과 블루스 록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이색적인 앙상블도 기대를 모은다. 조윤성, 민경인, 고희안, 김가온 등 네 명의 피아니스트는 함께 무대에 올라 다채로운 협연을 펼친다. 또한 서영도, 이순용, 구본암 등 세 명의 베이시스트로만 이루어진 무대도 마련돼 기대를 모은다. 이외에도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무대에 오르며 가수 정엽은 재즈파크 빅밴드와, JK김동욱은 지브라와 함께 각각 무대에 올라 재즈 보컬에 도전한다. 행사의 대미는 출연자 모두가 한 무대에 올라 즉흥 잼세션을 펼치는 한바탕 난장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10회째 맞은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한국의 대표적인 음악페스티벌로 꼽히는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하 자라섬 재즈)은 10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경기도 가평과 자라섬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자라섬 재즈’는 대중에게 낯선 장르인 재즈를 대중에게 널리 전파해온 기적과 같은 축제로 꼽힌다. 주최 측에 따르면 117만 명의 누적관객이 ‘자라섬 재즈’를 찾았다.
10주년을 맞아 나흘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역대 최고라 할 수 있는 화려한 라인업이 출연한다. 압둘라 이브라힘, 케니 배런 트리오, 리 릿나워, 스티브 갯 밴드, 안나 마리아 요펙, 랄스 다니엘손 퀄텟, 마들렌 페이루, 이로 렌탈라 등 해외 정상급 뮤지션들과 함께 나윤선 퀄텟, 정성조 퀸텟, 버드, 웨이브, 재즈합, JSFA 등 국내 팀들이 현재까지 라인업으로 확정된 상태다. 여러 아티스트들의 무대와 함께 재즈 인재를 발굴하는 ‘자라섬 크리에이티브 뮤직캠프’, 한국 ‘재즈 쇼케이스’ 등 의미 있는 행사들도 마련된다.
신진세력 출동! ‘섬머 에반스데이’
페스티벌 외에 참신한 재즈 기획공연도 눈길을 끈다. 재즈 레이블 에반스뮤직에서 주관하는 ‘섬머 에반스 데이’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서울 올림픽홀 뮤즈라이브에서 열린다. 이 행사에서는 한국 재즈의 신진 세력들의 무대를 만나볼 수 있다. 재즈와 힙합을 결합한 밴드 쿠마파크는 음악적 동료들인 정기고, 팔로알토, 본킴, 무드슐라, 허클베리피, 비프리와 함께 특별한 콜라보 무대를 마련한다. 이와 함께 재즈 보컬리스트 허소영, 원영조와 루시에나가 주축이 된 더 버건디, 탱고 밴드 살롱 드 오(Salon De O)와 집시 밴드 라 비 에벨(La vie est belle)이 이국적인 재즈를 선사할 예정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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