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는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일본 5대 돔 투어의 대장정을 외국 가수 최초 스타디움 공연이라는 화려한 피날레로 성황리에 마쳤다. 오늘날의 업적이 이루기까지 동방신기는 2005년 일본에 진출해 소규모 공연장에서부터 천천히 성장했다. “소극장, 홀, 아레나, 돔 그리고 스타디움까지 8년 동안 동방신기만의 길을 차곡차곡 한 단계씩 만든 것 같다”는 최강창민의 말처럼 끊임없이 노력하고 겸손했던 동방신기이기에 기록 달성이 가능했다. 닛산스타디움 공연을 통해 케이팝 한류의 역사에서 또 한 번의 획을 그은 동방신기는 어떤 심정일까. 17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방신기 LIVE TOUR 2013 ~TIME~’ 피날레 공연이 끝난 직후 동방신기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해 보였다.Q. 공연을 마친 소감은?
유노윤호 : 스타디움 공연을 스태프, 팬, 최강창민과 함께 이뤄내서 기분이 좋다. 무엇보다 진심으로 많이 응원해주셔서 좋은 모습과 소식을 전해드린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사실 돔보다 1.5배 규모라는 스타디움 공연에 처음 섰을 때는 걱정했었다. 그러나 역시 응원을 받으면 우리도 모르는 이상한 에너지가 나온다. 정말 재미있게 마무리 했다.
최강창민 : 아주 예전부터 꿈꿨던 일본의 ‘5대 돔 투어’를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치자마자 스타디움 라이브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 공연이 5시 30분인데 한창 더울 때부터 줄 서서 기다려주신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여태까지 해왔던 어느 공연보다 큰 공연이었다. 사상 최대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해서 떨릴 줄 알았는데 떨리기보다 신나고 즐겁게 해서 기분이 좋다.
Q. 일본 진출 8년의 성과를 확실히 이뤘다. 케이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비결은 무엇일까.
유노윤호 : 우리는 어떤 무대에 서든 ‘앞으로 더 올라가야 한다’는 것보다 그 순간을 즐기는 팀인 것 같다. 예전에 작은 공연 때부터 중간 사이즈인 홀에서 공연을 하면서도 ‘더 잘돼야 해’라는 생각보다 순간순간 새로운 매력을 찾았고, 항상 즐겼다. 그래서 스타디움 공연을 이뤘다고 해서 ‘우리는 대스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에 처음 왔을 때도 많은 분들이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여드리고, 좀 더 노력하는 모습, 좀 더 새로운 걸 찾아나가려는 모습에서 우리를 예쁘게 봐주신 것 같다.
Q. 스타디움 공연이 2005년에 일본 진출할 때부터 목표였나?
유노윤호 : 그 당시 일본에 처음 진출했을 때 사람들에게 이것이 새로운 경험일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다고 들었다. ‘열심히 하면 되죠’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때 차근차근 올라가자고 창민이와 이야기를 했다. 은연중에 한 이야기가 현실이 되니 기분이 좋다.
Q. 스스로에게 스타디움 공연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유노윤호 : 보통 ‘돔 공연’이 정말 크다는 인식이 많다. 돔에서 공연을 하면 대단한 가수라는 인식말이다. 그런데 스타디움을 실제로 보니 다르더라. 무대 연출적인 부분도 있지만, ‘관객들에게 어떻게 재미를 드릴까’가 우리의 숙제였다. 역시 우리들이 직접 가는 방향이 가장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무대가 넓어서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만 살도 뺀다는 생각으로 보충하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공연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다. 사람이 살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를 풀고, 진정한 나를 찾는 장소는 나에게는 스테이지다. 스타디움 공연이 그것을 일깨워줬다. 관객들 중에 어르신들도 계시고, 몸이 불편한 분들도 계셨다. 하지만 다 같이 함께 수건을 돌리면서 즐겼다. 그걸 보면서 ‘내가 희망을 줄 수도 있구나’를 느꼈다.
최강창민 : 스타디움은 축구시합으로만 봤었던 경기장이다. 이번 공연은 지금까지 했던 모든 공연 중 가장 컸다. 우리 둘에게는 여기가 외국임에도 일본 국내의 많은 분들이 외국인이 하는 공연을 보러 모였다. 최다 관중을 집결시킬 수 있었다는 자체에 뿌듯하고, 앞으로 우리가 더 열심히 해서 더 많은 해외 팬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국가와 언어의 벽을 뛰어 넘어 국제적인 가수가 될 수 있도록 많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됐다.
Q. 스타디움 공연의 첫 무대에 올라섰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최강창민 : ‘장관이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게 분할 정도다. 내가 여태까지 눈에 담을 수 있는 최대 인원수의 사람이 운집해 있다는 게 정말 뿌듯하다. 단순히 ‘좋았다’, ‘멋있다’, ‘행복했다’는 말로 쉽게 표현하지 못할 거 같다. 복잡한 심정의 소중한 경험이 될 거 같다.
Q. 다들 너무 겸손한 건 아닌가. 어느 기사에서 닛산스타디움에서 공연은 ‘아티스트가 관객들을 바라보면 신이 인간을 보는 느낌’이라는 것을 봤다. 무대를 하면서 짜릿하거나 우쭐한 느낌은 없었나?
최강창민 : 솔직히 가수가 무대 위에서는 우쭐한 마음이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자신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는 노래, 춤, 말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매혹시키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그 맛에 중독이 돼서 더 잘하고 싶고, 관객들을 쥐락펴락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우쭐’이 건방진 단어로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더 열심히 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 앞으로도 무대에서 ‘우쭐함’을 많이 느끼고 싶다.
Q. 무대가 넓다보니 체력적인 문제도 있었을 것 같다.
최강창민 :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을 통해 배드민턴을 해서 그런지 체력이 정말 좋아졌다. 돔 투어를 할 때만 해도 중반에 너무 힘들어서 눕고 싶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배드민턴이라는 운동은 정말 기가 막힌 운동인 것 같다. 환골탈태 시켜주다니! (웃음)
유노윤호 : 빠른 생일이지만, 따지면 나는 내년에 30대다(1986년 2월생). (웃음) 무엇보다도 지기 싫은 것도 있고, 늙었다는 소리 듣기도 싫고, 내가 할 수 있는 목표치를 넘어서는 것도 좋아서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곡인 ‘somebody to love’를 부를 때 뛰자는 것도 어제 정해진 것이었다. 어차피 공연 마지막에 정말 힘든 것은 똑같으니 그냥 무대 전체를 누비며 뛰자고 했다. 그리고 내가 체력이 좋다기보다 응원을 받을수록 힘이 나온다. 나도 배드민턴을 쳐야겠다. (웃음)
Q. ‘TIME’이라는 공연 타이틀에 맞게 시계를 이용한 무대 장치와 소품이 많았다. 어떤 의미인가?
유노윤호 : 올해 초에 발표한 앨범 타이틀이 ‘타임’이다. 과거, 현재, 미래가 있는데 과거의 노력이 있어서 지금의 동방신기가 있고, 또 지금의 동방신기를 미래에서 멋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것을 스토리로 묶었다. 그 모든 것이 공연 안에 녹아들지 않았나 싶다.
동방신기 유노윤호(왼쪽)와 최강창민
Q. 공연 전 팬들을 보니 최근에 새로운 팬이 많이 생겨난 거 같다. 비결이 뭔가?유노윤호 : 데이트코스로 동방신기 콘서트를 간다는 소리도 들었다. 제일 기분 좋은 것은 남자팬들의 반응이 좋은 것이다. 처음에 혼자 와서 보고 좋으신 분이 친척들을 데려오고, 그게 점점 퍼져나가는 것 같다. 이제 우리 콘서트가 마니아들의 무대라기보다 가족들도 놀러오는 하나의 쇼가 된 거 같다.
Q. 유노윤호가 공연에서 말하는 것을 보니 정말 재미있다. 일본에서는 개그 캐릭터로도 알려지고 있나?
유노윤호 : 일본에서는 만담을 할 때 공격하는 사람이 있고, 받는 사람이 따로 있는 진행스타일이 있다. 내가 한국에서는 나름대로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인데 여기서는 창민이가 말을 잘해서 받는 콘셉트를 했다. 그게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줘서 굳혀진 것 같다.
Q. 콘서트 중 성대모사를 하거나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을 흉내 낸 것도 재미있었다.
유노윤호 : 관객분들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일본의 유행어를 하고 싶었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의 대사를 했다. ‘진격의 거인’은 내가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이다. 거기에 ‘기행종’이라는 캐릭터가 있어서 흉내 내봤다. 창민이도 그렇고 우리는 뭔가 캐릭터를 잡으면 흉내를 낸다. 최근에는 흉내 낸 코미디언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공연장에 초대하기도 하면서 상부상조하고 있다.
Q. 2003년에 데뷔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최강창민 : 제일 처음 했던 무대부터 잠실종합운동장에서의 쇼케이스, 일본에서 하우스, 홀, 더 나아가서 아레나, 돔 등이 생각난다. 그 당시에는 시간이 참 안 지나간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라고 생각이 들면서 감회가 새롭다. 주변 스태프들 중에는 눈물을 훔치시는 분들도 있었다. 10년 동안 단순히 막연하게 열심히 한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한 단계씩 동방신기만의 길을 만들어서 뿌듯하다고 생각한다.
유노윤호 : 아, 창민이가 예능에서 진행을 하더니 말솜씨가 좋아졌다.
최강창민 : 거기서 말 많이 안 하잖아. (웃음)
유노윤호 : 우리나라에서의 10주년이기 때문에 많은 생각이 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공연이든 앨범이든 어떤 것이든 뭔가는 할 것이다. 그 속에 우리만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우리도 어렸을 때 선배님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스타라기보다 밀도 있는, 훌륭하게 변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많은 후배들에게 교감도 할 수 있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Q. 6집 앨범 ‘Catch me’의 앨범판매량이 35만 장이 넘으면 최강창민이 상의를 벗은 채 웨이크보드를 타는 것이 공약이었다. 정말 35만 장이 넘었는데 공약을 상기시켜달라는 팬들의 부탁을 받았다.
최강창민 :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제가 정말 그 말을 했나요?
(SM 관계자가 6집 인터뷰에서 유노윤호가 앨범 판매 목표량을 하면서 최강창민에게 농담하듯이 제안했던 과거를 살짝 언급했다.)
최강창민 : 아, 결국 내 동의를 얻은 것이 아니구나? (웃음) 그래도 말을 내뱉었으니 팬들을 실망시키지는 않겠다. ‘발랑 까진’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겠다.
Q. 한국 가수 최초로 스타디움 공연이라는 최고의 성과를 이뤘다. 이제 또 다른 목표가 있나?
최강창민 : 다음은 ‘어디에서 하고 싶어요’ 이런 거 보다 닛산스타디움에서 공연했다는 것만으로도 꿈만 같다. 그런데 공연장이 크다 보니 여러 가지 연출도 많이 하고, 많은 관객들 앞에서 공연할 수 있어서 좋긴 한데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너무 멀리 있어서 불편할 수도 있겠더라. 가까이 호흡하는 부분에서도 죄송했다. 한 분 한 분 눈도 맞춰가면서 인사도 드리고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공연장에 구애받지 않고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공연을 하고 싶다. 껍데기가 화려하기 보다는 알맹이가 채워치고 관객들과 끈끈함을 유지하면서 롱런하는 가수가 되는 게 목표다.
유노윤호 : 와, 창민이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그대로 복사해서 이야기했다. (웃음) 큰 데서, 더 큰 데서 하는 것도 중요한데 ‘더 더’ 보다도 팬들이 원하는 크기, 원하는 콘셉트에 맞춰 공연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다음에는 예를 들어 남성분들만 초대할 수도 있고, 어르신들만 초대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오래오래 가는 롱런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Q. 동방신기를 뒤를 잇는 케이팝 가수들에게 위해 말한다면?
유노윤호 : 후배님들 정말 잘하신다. 멋진 분들이 많다. 그런데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시작인 것 같다. 어느 나라에 가든 진심으로 열심히 하고, 자기 무대에 대해서도 공부하면 훌륭한 아티스트가 많아서 케이팝이 더욱 잘 될 것 같다.
최강창민 : 우리가 기분 좋은 기록을 남기게 됐다. 하지만 앞으로 활동하는 후배들이 우리의 기록을 넘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야만 우리 가요, 케이팝이 더 발전하고 많은 나라에서 활동할 수 있다. 나아가 국위선양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이 우리보다 더 커졌으면. 동방신기가 어떤 기록을 세웠다기보다 우리가 하는 활동이 한국음악이 알려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유노윤호 : 오늘의 공연은 우리 인생 최고의 선물이다. 그 순간을 함께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드린다. 성과를 이뤘지만 이제부터 동방신기의 진가가 나오지 않을까. 앞으로 더욱 다양한 여러 가지 매력을 보여드리겠다.
일본=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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