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기자]
My Name is 진기주. 본명이다. 한자는 터 기(基)에 두루 주(周)를 쓴다. 할아버지가 지어주셨을 땐 분명 뭔가 의미가 있었겠지만, 듣진 못했다. (웃음) 어렸을 때 ‘왜, ‘두루 주’지? 땅을 다 가지라는 건가!?’ 이랬으니깐. 성도 특이하고, 이름도 특이한데 붙여 놓으니 더 특이한 이름이다. 아! 싸이월드에 한 해에 자신의 이름이 하나만 있을 때 가입할 수 있는 클럽이 있거든. 89년생 중엔 진기주가 나밖에 없어서 회원이 되는 자격을 갖춰 그 당시에 엄청 뿌듯해 했던 기억이 있다. 중고등학교 때 거기에 가입했다는 자부심이 장난 아니었다. 하하.
강원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고향은 서울인데, 아주 어릴 때 강릉으로 이사 갔다. 그러다 초등학교 때 춘천으로 넘어가서 그때부터 그곳에서 살았다. 노는 걸 좋아해서 무조건 밖에 나가 뛰어다녔다. 방아깨비도 잡고. 헤헤. 엄청, 시커멨다. 이만 하얗고. (웃음) 놀다가 다친 적이 많아서 다리에 흉터도 많다. 어려서는, 과학을 좋아했다. 강원도 내에 영재교육원이라고 해서, 말하기 좀 민망하긴 한데, (웃음) 시험 봐서 통과한 중고등학생들을 대학 교수가 가르치는 게 있었다. 그런 걸 다 찾아서 할 정도로, 좋아했다. 지구과학이나 생물, 화학, 전부 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공학도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빡세게’ 공부도 하고, 다 같이 모여서 ‘팀플'(공동 과제)도 많이 해보고 싶었다. 동기들끼리 함께 ‘으샤으샤’ 하는 것에 대한 꿈이 있어서 공대에 가고 싶었다. 컴퓨터공학을 고른 건 아빠의 영향이 컸다. 이왕 공대에 갈 거라면 나중에 어떤 직업을 선택했다가도 테크닉이 있으면 다시 뭔가를 할 수 있으니 그걸 배우라고 하셨거든. 그때는 나도, 좋아하는 공부랑 취업은 별개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나와 잘 맞진 않았다.
한때는 기자가 꿈이었다. 수시로 대학에 들어간 뒤 신방과를 부전공했다. 언론스터디도 꼬박했다. 근데 아빠의 반대가 너무 심해서 거의 1년을 싸웠다. 4학년 내내 싸웠다고 보면 될 거 같다. 결국 졸업하고서는 부모님이 원하시는 대로 기업에 들어갔다. 처음에 입사했을 땐 ‘기왕 붙은 거니 3년은 다녀보자’, 이런 기분이었다. 3년 다니고 나면 스물여섯이니, 사회에 다시 나와도 괜찮겠다 싶어서 3년만 버텨 보자 했는데, 2년 정도 다녔다. 일했던 곳? 삼성 SDS에서 IT 컨설턴트로 일했다. 나도 처음엔 어떤 일인지 하나도 몰랐다. 입사하고 나서 기술영업이라는 게 뭔지, 그때 알았다.
연기가, 정말 하고 싶었다. 회사를 나오고 나서 진짜 하고 싶은 걸 찾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용기가 안 났다. 연기가 하고 싶어졌는데, 집에서 며칠 동안 이불만 뒤집어쓰고 끙끙거렸다. 부모님께 연기하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너무 답답해서 친구들이랑 카톡으로 얘기하다가 ‘나, 사실은 연기하고 싶다’고, 밑도 끝도 없이 말을 꺼내면 친구들이 ‘뭐야?’ 이래서 다시 다른 얘기로 이어가곤 했다. (웃음) 결국, 다시 기자 준비를 했다. 하던 게 있으니 자연스레 손이 가고 공채도 보게 되더라. 그러다가 강원 민방 공채에 합격해서 근무했다. 거기는 3개월, 수습 기간 동안 있었다. 하면서 이건 내가 원한 게 아니다, 고 느꼈는데 수습 기간에 나가면 힘들어서 못 버티고 나갔다는 얘기를 들을까 봐, 그런 오해를 받고 싶지는 않아서 그 기간은 버티고 나왔다. 그 뒤에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나가게 됐고, 본선에 진출한 친구들을 대회 주최 측에서 회사 미팅을 주선해 줘서 지금의 소속사(아이오케이컴퍼니)에 들어오게 됐다. tvN ‘두번째 스무살’이 첫 작품이다. 내 인생에서의 첫 촬영이 최지우 선배님과 붙는 신이었다. 도서관에서 “이거 제 책인데요” 하고 가져갔던 장면. ‘투 샷'(두 명이 등장하는 화면)으로 모니터에 잡히는데, 너무 신기했다. 나를 합성한 것 같았다.
‘두번째 스무살’때 “아름이”로 불렸다. 보통 드라마를 찍을 때면 드라마 속 캐릭터로 불러주시기 마련인데, 감독님이 계속 “아름아, 아름아” 하셨다. 옛날에 ‘공대 아름이'(2008년 KTF SHOW CF)가 나왔던 CF 있잖아. 그거 때문에 기주도 아니고, 승현이(‘두번째 스무살’ 역할 이름)도 아니고, 아름이라고 부르셔서 사람들이 매번 “너 왜, 아름이야? 본명이 아름이니?” 이랬다. 그게 아니라, 이래서 이런 거다, 라고 항상 설명했다. 감독님 때문에. (웃음)
MBC ‘퐁당퐁당 LOVE(러브)’는 한 달 반 정도 촬영했다. ‘두번째 스무살’ 중-후반부 시작할 때, 9월 말-10월 초에 촬영에 들어갔다. (김)슬기가 자긴 평생직장 얻은 줄 알았다고, 평생 안 끝날 것만 같았다고 하더라. (웃음) 난 단막극 촬영이 처음이라 한 달 반 정도 찍는 게 오래 걸린 건 줄 몰랐거든. 근데 많이 찍긴 찍었다. (감독님이) 대본을 직접 쓰셨는데, “이걸 내가 편집하면 한 시간 안에 다 담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러셨다. 하하.
‘퐁당퐁당 러브’의 소현이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2부작이었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였다. 진짜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못 살려서 아쉽다. ‘왜 대사 톤이 저기서 저렇게 올라갔지?’ ‘목소리를 왜 저렇게 냈지?’ 그래도 극중 아버지에게 “제 꿈은요, 더 이상 구중궁궐에서 혼자 외롭지 않는 겁니다”를 말하던 신은, 찍었을 때 만족했던 장면이다. 연기를 할 때 자신이 가장 잘 알잖아. 이 감정을 내가 진짜로 느꼈는지, 어느 정도 연기를 한 건지. 그때, 정말로 울었다. 컷하고도 계속. 그랬는데, 다시 보니 그렇게 한 것 같지 않은 거다. 아… 내가 느끼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내야 보이는구나, 싶었다. 그 신 찍고 감독님도 되게 좋아하셨거든. 감독님이 “기주야, 누가 널 신인이라고 보겠어”라고 말씀해 주셔서 “저 정말 그렇게 괜찮았어요?” 이랬는데. (웃음) TV로 보니, 난 이~~만큼의 에너지를 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만 나와서, 아쉬웠다.
MBC ‘한 번 더 해피엔딩’에 출연할 예정이다. ‘퐁당퐁당 러브’ 막바지 촬영일 때 오디션을 봤다. 촬영은 언제 시작할지 모르겠다. 내가 나오는 에피소드 대본은 아직 못 받았거든. 일이 계속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친구들한테 “나, 또 일할 수 있어, 괜찮아!” 이랬다. (웃음)
배우의 직업적인 사이클이 내게 딱 맞는 것 같다. 내가 새로운 걸 계속하고 싶어하는 성격이 있어서, 그런 점에서 보면 연기를 하는 게 너무 좋다. 할 때마다 새로우니깐. 그리고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던 것들을 정말 노력해서 이뤘을 때의 성취감이 엄청 크다. 물론, 스트레스도 많다. 다음 작품을 하기까지 오래 걸리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오디션을 본 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의 그 긴장감. 계속 시험과 시험의 연속이니깐. 그래도, 괜찮다. 그 후에 얻는 보상이 크다. 성취감도 그렇고, “‘두번째 스무살’에서 좋아해서 ‘퐁당퐁당 러브’도 봤어요”하는 분이 있으면 ‘헉, 어떻게 저런 분이 있지’ 하는 마음에 다음에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성격적으로 소심하기도 하고 예민한 부분도 많고 겁도 많긴 한데,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활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어렸을 땐 너무 민감해서 위염을 달고 살기도 했거든. 맨날 병원에 가면 성격 때문에 아픈 거예요, 그랬고. 고등학교 때도 스트레스 때문에 편두통도 심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두 번 해서 그런 건지, 이젠 그냥 마음을 좀 내려놓게 되는 게 있다. 열심히 했을 때 (보상이) 돌아오면 좋은 거고, 안 됐으면 또 하면 되고, 이런 마음이 좀 생긴 것 같다. 그때의 경험이 삶의 내공으로! (웃음)
좌우명은 ‘Trust Yourself’다. 왜, 학창시절에 공부하기 싫으면 문제집 앞뒤 표지에 있는 글들을 다 읽어 보잖아. (웃음) 그때 본 문구다. 스스로를 믿어라, 나 자신을 믿어라. 그때부터 이 말이 좌우명이 됐는데, 이렇게 생각을 하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 떳떳하게 살아야지, 라는 생각도 드는 것 같더라. 지금에야 결과가 좋으니 ‘아, 잘했다’ 하는데, 막상 내 꿈을 결정할 때까지는 많이 무서웠다. 그때 힘이 많이 됐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는, 올해 연말 정도에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연기를 계속하다 보면 내가 어떤 캐릭터를 했을 때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걸 찾을 때까지는 다양한 것들을 다 해보고 싶다. 그러다가 더 정이 가는 성격의 캐릭터가 있으면 그걸 많이 해볼 수도 있겠지. 2016년은 그저 지금 하는 것만큼만, 계속 작품을 하면서 다음 작품을 마련해 놓고 작품을 끝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그게 ‘짱’이지. (웃음)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강원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고향은 서울인데, 아주 어릴 때 강릉으로 이사 갔다. 그러다 초등학교 때 춘천으로 넘어가서 그때부터 그곳에서 살았다. 노는 걸 좋아해서 무조건 밖에 나가 뛰어다녔다. 방아깨비도 잡고. 헤헤. 엄청, 시커멨다. 이만 하얗고. (웃음) 놀다가 다친 적이 많아서 다리에 흉터도 많다. 어려서는, 과학을 좋아했다. 강원도 내에 영재교육원이라고 해서, 말하기 좀 민망하긴 한데, (웃음) 시험 봐서 통과한 중고등학생들을 대학 교수가 가르치는 게 있었다. 그런 걸 다 찾아서 할 정도로, 좋아했다. 지구과학이나 생물, 화학, 전부 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공학도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빡세게’ 공부도 하고, 다 같이 모여서 ‘팀플'(공동 과제)도 많이 해보고 싶었다. 동기들끼리 함께 ‘으샤으샤’ 하는 것에 대한 꿈이 있어서 공대에 가고 싶었다. 컴퓨터공학을 고른 건 아빠의 영향이 컸다. 이왕 공대에 갈 거라면 나중에 어떤 직업을 선택했다가도 테크닉이 있으면 다시 뭔가를 할 수 있으니 그걸 배우라고 하셨거든. 그때는 나도, 좋아하는 공부랑 취업은 별개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나와 잘 맞진 않았다.
한때는 기자가 꿈이었다. 수시로 대학에 들어간 뒤 신방과를 부전공했다. 언론스터디도 꼬박했다. 근데 아빠의 반대가 너무 심해서 거의 1년을 싸웠다. 4학년 내내 싸웠다고 보면 될 거 같다. 결국 졸업하고서는 부모님이 원하시는 대로 기업에 들어갔다. 처음에 입사했을 땐 ‘기왕 붙은 거니 3년은 다녀보자’, 이런 기분이었다. 3년 다니고 나면 스물여섯이니, 사회에 다시 나와도 괜찮겠다 싶어서 3년만 버텨 보자 했는데, 2년 정도 다녔다. 일했던 곳? 삼성 SDS에서 IT 컨설턴트로 일했다. 나도 처음엔 어떤 일인지 하나도 몰랐다. 입사하고 나서 기술영업이라는 게 뭔지, 그때 알았다.
연기가, 정말 하고 싶었다. 회사를 나오고 나서 진짜 하고 싶은 걸 찾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용기가 안 났다. 연기가 하고 싶어졌는데, 집에서 며칠 동안 이불만 뒤집어쓰고 끙끙거렸다. 부모님께 연기하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너무 답답해서 친구들이랑 카톡으로 얘기하다가 ‘나, 사실은 연기하고 싶다’고, 밑도 끝도 없이 말을 꺼내면 친구들이 ‘뭐야?’ 이래서 다시 다른 얘기로 이어가곤 했다. (웃음) 결국, 다시 기자 준비를 했다. 하던 게 있으니 자연스레 손이 가고 공채도 보게 되더라. 그러다가 강원 민방 공채에 합격해서 근무했다. 거기는 3개월, 수습 기간 동안 있었다. 하면서 이건 내가 원한 게 아니다, 고 느꼈는데 수습 기간에 나가면 힘들어서 못 버티고 나갔다는 얘기를 들을까 봐, 그런 오해를 받고 싶지는 않아서 그 기간은 버티고 나왔다. 그 뒤에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나가게 됐고, 본선에 진출한 친구들을 대회 주최 측에서 회사 미팅을 주선해 줘서 지금의 소속사(아이오케이컴퍼니)에 들어오게 됐다. tvN ‘두번째 스무살’이 첫 작품이다. 내 인생에서의 첫 촬영이 최지우 선배님과 붙는 신이었다. 도서관에서 “이거 제 책인데요” 하고 가져갔던 장면. ‘투 샷'(두 명이 등장하는 화면)으로 모니터에 잡히는데, 너무 신기했다. 나를 합성한 것 같았다.
‘두번째 스무살’때 “아름이”로 불렸다. 보통 드라마를 찍을 때면 드라마 속 캐릭터로 불러주시기 마련인데, 감독님이 계속 “아름아, 아름아” 하셨다. 옛날에 ‘공대 아름이'(2008년 KTF SHOW CF)가 나왔던 CF 있잖아. 그거 때문에 기주도 아니고, 승현이(‘두번째 스무살’ 역할 이름)도 아니고, 아름이라고 부르셔서 사람들이 매번 “너 왜, 아름이야? 본명이 아름이니?” 이랬다. 그게 아니라, 이래서 이런 거다, 라고 항상 설명했다. 감독님 때문에. (웃음)
MBC ‘퐁당퐁당 LOVE(러브)’는 한 달 반 정도 촬영했다. ‘두번째 스무살’ 중-후반부 시작할 때, 9월 말-10월 초에 촬영에 들어갔다. (김)슬기가 자긴 평생직장 얻은 줄 알았다고, 평생 안 끝날 것만 같았다고 하더라. (웃음) 난 단막극 촬영이 처음이라 한 달 반 정도 찍는 게 오래 걸린 건 줄 몰랐거든. 근데 많이 찍긴 찍었다. (감독님이) 대본을 직접 쓰셨는데, “이걸 내가 편집하면 한 시간 안에 다 담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러셨다. 하하.
‘퐁당퐁당 러브’의 소현이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2부작이었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였다. 진짜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못 살려서 아쉽다. ‘왜 대사 톤이 저기서 저렇게 올라갔지?’ ‘목소리를 왜 저렇게 냈지?’ 그래도 극중 아버지에게 “제 꿈은요, 더 이상 구중궁궐에서 혼자 외롭지 않는 겁니다”를 말하던 신은, 찍었을 때 만족했던 장면이다. 연기를 할 때 자신이 가장 잘 알잖아. 이 감정을 내가 진짜로 느꼈는지, 어느 정도 연기를 한 건지. 그때, 정말로 울었다. 컷하고도 계속. 그랬는데, 다시 보니 그렇게 한 것 같지 않은 거다. 아… 내가 느끼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내야 보이는구나, 싶었다. 그 신 찍고 감독님도 되게 좋아하셨거든. 감독님이 “기주야, 누가 널 신인이라고 보겠어”라고 말씀해 주셔서 “저 정말 그렇게 괜찮았어요?” 이랬는데. (웃음) TV로 보니, 난 이~~만큼의 에너지를 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만 나와서, 아쉬웠다.
MBC ‘한 번 더 해피엔딩’에 출연할 예정이다. ‘퐁당퐁당 러브’ 막바지 촬영일 때 오디션을 봤다. 촬영은 언제 시작할지 모르겠다. 내가 나오는 에피소드 대본은 아직 못 받았거든. 일이 계속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친구들한테 “나, 또 일할 수 있어, 괜찮아!” 이랬다. (웃음)
배우의 직업적인 사이클이 내게 딱 맞는 것 같다. 내가 새로운 걸 계속하고 싶어하는 성격이 있어서, 그런 점에서 보면 연기를 하는 게 너무 좋다. 할 때마다 새로우니깐. 그리고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던 것들을 정말 노력해서 이뤘을 때의 성취감이 엄청 크다. 물론, 스트레스도 많다. 다음 작품을 하기까지 오래 걸리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오디션을 본 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의 그 긴장감. 계속 시험과 시험의 연속이니깐. 그래도, 괜찮다. 그 후에 얻는 보상이 크다. 성취감도 그렇고, “‘두번째 스무살’에서 좋아해서 ‘퐁당퐁당 러브’도 봤어요”하는 분이 있으면 ‘헉, 어떻게 저런 분이 있지’ 하는 마음에 다음에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성격적으로 소심하기도 하고 예민한 부분도 많고 겁도 많긴 한데,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활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어렸을 땐 너무 민감해서 위염을 달고 살기도 했거든. 맨날 병원에 가면 성격 때문에 아픈 거예요, 그랬고. 고등학교 때도 스트레스 때문에 편두통도 심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두 번 해서 그런 건지, 이젠 그냥 마음을 좀 내려놓게 되는 게 있다. 열심히 했을 때 (보상이) 돌아오면 좋은 거고, 안 됐으면 또 하면 되고, 이런 마음이 좀 생긴 것 같다. 그때의 경험이 삶의 내공으로! (웃음)
좌우명은 ‘Trust Yourself’다. 왜, 학창시절에 공부하기 싫으면 문제집 앞뒤 표지에 있는 글들을 다 읽어 보잖아. (웃음) 그때 본 문구다. 스스로를 믿어라, 나 자신을 믿어라. 그때부터 이 말이 좌우명이 됐는데, 이렇게 생각을 하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 떳떳하게 살아야지, 라는 생각도 드는 것 같더라. 지금에야 결과가 좋으니 ‘아, 잘했다’ 하는데, 막상 내 꿈을 결정할 때까지는 많이 무서웠다. 그때 힘이 많이 됐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는, 올해 연말 정도에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연기를 계속하다 보면 내가 어떤 캐릭터를 했을 때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걸 찾을 때까지는 다양한 것들을 다 해보고 싶다. 그러다가 더 정이 가는 성격의 캐릭터가 있으면 그걸 많이 해볼 수도 있겠지. 2016년은 그저 지금 하는 것만큼만, 계속 작품을 하면서 다음 작품을 마련해 놓고 작품을 끝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그게 ‘짱’이지. (웃음)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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