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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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이정화 기자] My Name is 이호정. 아빠가 ‘호수 같은 마음을 가져라’라는 의미로 지어주신 이름이다. 넓을 호(浩)에 곧을 정(貞)을 쓴다. 나이는 생일이 빨라서 실제로는 열아홉, 사회 나이로는 스물이다. 그래서 올해 1월 1일이 지나면 신세계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주민등록상으론 열아홉이라 바뀌는 게 단 하~나도 없더라. (웃음)

고1 때 모델로 데뷔했다. 워낙 어릴 때 일을 시작해서인지 사람들이 학창시절에 대해 후회가 남지 않느냐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재미있게 잘 놀았다. (웃음) 그래도 고등학교 때 소풍이나 체육대회, 수학여행엔 꼭 참석했다. 그날은 일부러 스케줄을 다 뺐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그동안 찍은 사진을 띄웠는데 행사 사진마다 내가 있더라. 하하.

(장)윤주 언니와 런웨이에 서는 장면을 항상 꿈꿨다. 아카데미에 다녔을 때 매일 이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 운이 좋게도 아카데미가 끝나자마자 그 시즌 런웨이에 서게 됐고, 쟈뎅 드 슈에뜨(Jardin de Chouette) 무대에서 윤주 언니를 만났다. 언니는 처음 본 내게 “넌 키가 되게 작다~몇이니?” “어머~난 173인데~”라며 살갑게 말을 건네주셨다. 백 스테이지에서 언니가 내게 말을 걸어주고 같이 쇼를 하던 그 모든 장면들이 꿈만 같았다.

모델 일을 시작하며 팔찌를 만들었다. 작년엔 ‘호찌(HOJJY)’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지칠 때가 많았다. 그때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팔찌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만드는 동안엔 거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라. 게다가 선물할 사람을 생각하면서 하니 기분도 좋아졌다. 6월에 ‘호찌’에서 뭐가 하나 나오긴 할 텐데 아마 이 이후엔 잠시 작업을 멈추게 될 것 같다. 이것저것 일을 많이 하게 되다 보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안 나와서 나중에 좀 더 차근차근 준비해서 ‘짠’ 하고 보여주고 싶다.

이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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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이 나를 좋아한다고? 감사한 일이다. 아이돌들과 작업을 많이 해서 그런 건가. 케이윌 ‘촌스럽게 왜 이래’ 뮤직비디오에 엑소 찬열과 출연해서 그 덕을 본 것 같기도 하고. 하하. 지드래곤과 화보를 찍었을 땐 빅뱅 ‘빨’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웃음) B1A4 ‘잘자요 굿나잇’ 일본 버전, 틴탑 ‘쉽지 않아’ 뮤직비디오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사실, 파트너들에 대해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일할 땐 집중해서 빨리 끝내고 싶어서 대화도 거의 안 한다. 하하.

모델로서의 내 장점은 다양한 콘셉트가 어울린다는 거다. 센 것도, 야한 것도, 순수한 것도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키는 좀 작지만 사진을 찍으면 원래 키보다 더 크게 나와서 다행이고. 하하. 일을 시작했을 때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던 덕에 키 작은 모델들이 많아져서 내 키는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시기도, 운도 좋았다.

제일 기억에 남은 화보 촬영은 사막에서였다. 힘들었던 기억이지. 하하. 아마 아부다비였을 거다. 웬만해선 긁히거나 아픈 것에 신경을 안 쓴다. 멍이 들어도 ‘어, 멍들었네’ 누가 발을 밟아도 ‘어, 밟았네’ 이러고 말거든. “아아악!” 이라거나 “(앙칼진 목소리를 내며) 어떡해!” 절대 이러지 않는다. (웃음) 무딘 편에 속하는데도 사막에서는 정말 미~춰버리겠더라. 얇은 샌들 같은 거 하나만 신고 뜨거운 모래 위에 서 있었는데 네 컷 정도 찍었을 때쯤엔 나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까지 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촬영을 중단하고 호텔에서 잠시 쉬다가 나왔다. 그때 벽까지 달궈져 있어서 살을 살짝 스치기만 했는데도 화상을 입었다. 아 뜨겁다, 빨리빨리, 이랬지. 하하.

마른 것보다 건강한 몸매를 좋아한다. 내가 까맣기도 하고 해서 더 그렇게 보이고 싶더라. 운동도 엄~청 좋아한다. 아디다스 모델로 활동 중이라 이번에 10km 마라톤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1시간 이내에 들어오는 게 목표였는데, 1시간 8분이었나? 그날 컨디션만 좋았어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하. 빨리 뛰거나 넘는 건 잘 못 하지만 지구력은 좋은 편이라 마라톤이나 수영은 잘한다. 이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웃음)

관찰을 잘한다. 그렇다고 막 세심한 건 또 아니다. 소녀라기보단 소년에 가까운 성향이라… (웃음) 사람마다 말하는 거나 제스처나 이런 것들이 다 다른데 그런 것들을 보며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걸 좋아하는 것뿐이다. 그래서인지 눈치는 좀 빠르다. 감정 변화를 되게 잘 알아차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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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오면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해외 잡지의 표지 모델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아직도 그 마음이 남아 있긴 해서 해외로 나가는 것이든 연기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 하고 싶다. 일단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겠지. 최근에 연기 수업을 참관만 해봤는데… 와, 장난이 아니더라. 보통 뻔뻔해선 안 되겠구나, 감정을 많이 지니고 있어야 하겠구나, 라고 느꼈다.

1년 뒤엔 더 멋있어졌으면 좋겠다. 업그레이드된 이호정이 되었으면 한다. 10년 뒤? 그때면 (사회 나이로) 서른이니깐, 아이를 낳고 싶다. 그리고 행복한 부자였으면 좋겠다. 이건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거다. 부자 중에서도 돈만 좇아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데 난 행복하게 모든 걸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호정아 안녕? 하하하. 인사부터 할게. 지금까지 잘해왔던 것 같아. 그러니 앞으로도 잘할 거라고 믿어. 멋진 사람이 되길 바라. 항상 응원할게. 그리고 진실한 사람이 되자. 안녕!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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