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세요? 방송을 보는 내내 귓가를 맴돌았던 음악이. 슬플 때는 더 애처롭게, 즐거울 때는 더 신이 나게 흥을 돋우는 방송 프로그램의 BGM. 기억을 담고, 마음을 위로하는 음악의 힘은 방송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주간(2013.09.26.~2013.10.02.)의 방송계 이슈를 프로그램에 삽입된 음악으로 알아봤습니다.

DJ 텐이 내 멋대로 뽑아본 BGM 주간 차트 TOP4! ‘무도 나이트’를 위해 본격적인 만남에 나선 ‘무한도전’과 ‘나 혼자 산다’에 혜성처럼 등장한 예능 대세 전현무의 이야기가 1, 2위를, 발코니 러브 송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굿 닥터’와 ‘신동엽 신드롬’을 꿈꾸는 ‘마녀사냥’의 질펀한 이야기가 각각 3, 4위에 랭크됐습니다. 다사다난했던 한 주, 프로그램 속 최고의 순간을 장식한 음악을 뽑아봤습니다.

MBC ‘무한도전’ 무한도전 가요제: 첫 만남. 이적의 ‘압구정 날라리’의 탄생이 자신의 댄스 본능 덕분이었다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시도하는 유재석과 그런 그를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알앤비 약사 유희열
MBC ‘무한도전’ 무한도전 가요제: 첫 만남. 이적의 ‘압구정 날라리’의 탄생이 자신의 댄스 본능 덕분이었다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시도하는 유재석과 그런 그를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알앤비 약사 유희열
MBC ‘무한도전’ 무한도전 가요제: 첫 만남. 이적의 ‘압구정 날라리’의 탄생이 자신의 댄스 본능 덕분이었다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시도하는 유재석과 그런 그를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알앤비 약사 유희열

1. ‘천생연분’ – 솔리드 3집 ‘라이트 카메라 액션(light camera action)’
“나를 믿고 있는 너에겐/정말 미안한 마음뿐이야/이번 한 번만 용서해…이래서 우린 어쩔 수가 없나봐/서로가 눈을 피해 만나보아도/결국엔 이렇게 우리 둘이서/또 만나게 되어있는 거잖아”

10. MBC ‘무한도전’ 무한도전 가요제: 첫 만남. ‘아별’ 보아를 만나 대머리에 땀난 길과 육중완의 베갯잇에 기겁한 노홍철, 서로의 문어 조리 취향을 확인한 더블 플레이, YG에서 식사를 함께하며 서로의 은밀한 욕망을 확인한 장기하&하하, BPM 120을 고수하는 박명수&프라이머리, 뭔가를 ‘해볼라고’ 하는 지디와 정형돈이 음악적 타협점을 찾는 길은 멀고도 험했습니다. 그중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낸 건 바로 ‘알앤비 노선’을 주장하는 감성변태 유희열과 ‘댄스곡 노선’의 댄스 꿈나무 유재석. 전무후무한 ‘댄스 인간문화재 1호’를 꿈꾸는 유재석과 ‘십상시 뺨치는 환관창법’의 소유자 유희열은 오랜만에 ‘무도’를 찾은 뮤지션 이적까지 병풍으로 만들며 각자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중독성 있는 유려한 소울 리액션 “아~~하”로 스튜디오를 초토화한 알앤비 전도사 김조한과 유재석의 골반 움직임을 ‘춤꾼의 흥’으로 풀이한 박진영의 ARS 전화연결도 이들의 신경전에는 아무 효과가 없었습니다. 서로를 믿고 시작했지만, 이제는 미안한 마음뿐이 남지 않은 이들. 서로의 눈을 피해도 결국엔 함께 가요제 무대를 준비해야 할 이들은 ‘무도 나이트’의 마지막에는 천생연분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MBC ‘나 혼자 산다’ 더 무지개 라이브. 본인이 화면에 어떻게 비치는 줄 전혀 모르는 듯한 전현무가 윤민수가 부르는 ‘그리움만 쌓이네’를 즐기는 장면
MBC ‘나 혼자 산다’ 더 무지개 라이브. 본인이 화면에 어떻게 비치는 줄 전혀 모르는 듯한 전현무가 윤민수가 부르는 ‘그리움만 쌓이네’를 즐기는 장면
MBC ‘나 혼자 산다’ 더 무지개 라이브. 본인이 화면에 어떻게 비치는 줄 전혀 모르는 듯한 전현무가 윤민수가 부르는 ‘그리움만 쌓이네’를 즐기는 장면

2. ‘그리움만 쌓이네’ – 여진 1집 ‘여진’
“다정했던 사람이여 나를 잊었나/벌써 나를 잊어버렸나/그리움만 남겨놓고 나를 잊었나/벌써 나를 잊어버렸나/아 이별이 그리 쉬운가/세월 가버렸다고 이젠 나를 잊고서/멀리 멀리 떠나가는가/아 나는 몰랐네 그대 마음 변할 줄/난 정말 몰랐었네/오 나 너 하나만을 믿고 살았네/그리움만 쌓이네”

10. MBC ‘나 혼자 산다’ 더 무지개 라이브. “한가위 오늘만 같아라” 추석을 맞아 하루를 보내는 혼자 남의 추석풍경은 그들의 삶만큼이나 각양각색이었습니다. ‘무도’ 초대 못친소 페스티벌 여성 초청 게스트 장윤주는 탑모델다운 건강한 삶을 공개했고, ‘아들 바보’ 김용건과 데프콘은 추석 산타가 되어 몸도 마음도 풍성한 추석을, 그리고 이성재는 데면데면했던 친형의 부대를 방문해 아버지의 뜨거운 사랑을 확인했습니다. 추석맞이 특집 ‘더 무지개 라이브’에서는 신입회원 전현모(毛)의 활약이 두드러졌습니다. 37세 전현무는 초콜릿 봉투에 넣어둔 지갑을 하루 종일 찾아 헤맸고, 잠망경 안경을 쓰고 TV를 보다 잠이 든 전현무는 일어나자마자 집에서 어머니가 싸주신 차가운 전을 데우지도 않고 허겁지겁 먹어 치웠습니다. 새내기 혼자 남으로서 지금은 즐거울지라도 조만간 부모님 품이 그리울 때가 오겠죠? 집을 나와 이별할 때는 쉬웠지만, 혼자 살며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눈시울이 불거져옵니다.



KBS2 ‘굿 닥터’ 18회. ‘발코니 세레나데’로 고백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박시온 선생의 상상 속 장면
KBS2 ‘굿 닥터’ 18회. ‘발코니 세레나데’로 고백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박시온 선생의 상상 속 장면
KBS2 ‘굿 닥터’ 18회. ‘발코니 세레나데’로 고백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박시온 선생의 상상 속 장면

3. ‘내가 만일’ – 안치환 4집 ‘안치환 4’
“내가 만일 하늘이라면/그대 얼굴에 물들고 싶어/붉게 물든 저녁/저 노을처럼/나 그대 뺨에 물들고 싶어/내가 만일 시인이라면/그댈 위해 노래하겠어/엄마 품에 안긴/어린아이처럼/나 행복하게 노래하고 싶어/세상에 그 무엇이라도/그댈 위해 되고 싶어/오늘처럼/우리 함께 있음이/내겐 얼마나 큰 기쁨인지/사랑하는 나의 사람아/너는 아니/워-이런 나의 마음을”

10. KBS2 ‘굿 닥터’ 18회. “남들과 다른 제 모습 이제 정말 괜찮습니다. 마음 아프지 않습니다. 근데 선생님만 보면 속상합니다. 제가 많이 많이 멋진 사람이었으면 선생님 더 기쁘게 해드리고, 더 위해 드릴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멋진 노래도 더 많이 불러드릴 텐데 말입니다.” 진심은 통하는 법인 걸까요. 기다렸다는 듯이 차윤서(문채원)가 발코니가 나오자 서툰 노래를 부르는 박시온(주원)의 모습에서는 네버랜드를 그리는 피터 팬의 모습이 보입니다. 내가 만약 멋진 사람이라면, 선배를 껴안고 입 맞추고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되고 싶다는 그런 사랑 이야기. 네버랜드를 떠나온 피터 팬은 웬디와 함께 행복한 결말을 맞을 수 있을까요. 이들이 들려주는 사나이 가슴을 울리는 밀도 높은 사랑 이야기가 2회뿐이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JTBC ‘마녀사냥’ 9회. 어느덧 방송을 잊고 요르단 이야기 심취한 신동엽(위쪽)과 그의 추종자 욕정발라더 성시경
JTBC ‘마녀사냥’ 9회. 어느덧 방송을 잊고 요르단 이야기 심취한 신동엽(위쪽)과 그의 추종자 욕정발라더 성시경
JTBC ‘마녀사냥’ 9회. 어느덧 방송을 잊고 요르단 이야기 심취한 신동엽(위쪽)과 그의 추종자 욕정발라더 성시경

4. ‘챠우챠우’ – 델리스파이스 1집 ‘델리 스파이스(Deli Spice)’
“너의 목소리가 들려/너의 목소리가 들려/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하는데도/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하는데도/너의 목소리가 들려/너의 목소리가 들려”

10. JTBC ‘마녀사냥’ 9회. 방송은 정말 안중에도 없는 듯, 요르단 사연의 뒷이야기를 보며 연신 흐뭇한 미소로 고개만 끄덕이는 네 명의 남자들. 굳이 들으려 하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그들의 야릇한 목소리. 금요일 밤을 뜨겁게 달구는 남자들의 여자 이야기 ‘마녀사냥’은 분명 일반 프로그램과는 질감이 다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신동엽이 있습니다. 어느덧 대명사처럼 ‘19금 코드’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그를 허지웅과 성시경은 질병 혹은 신드롬이라고 표현합니다. “This disease called Shin Dongyeop(이 병은 신동엽이라고 불리며), Extremely dangerous and contagious(극도로 위험하며 전염성이 있습니다).” 추종자들의 환대가 그리 싫지는 않은 듯, 신동엽은 그날 방송에서 다양한 단어들을 객관적인 표정으로 쏟아내며 출연진의 눈총을 맞았습니다. 끝을 모르는 그의 19금 개그, 마치 백만 볼트가 흐르는 전선에 닿을 듯 말 듯한 그 느낌을 즐긴다는 신동엽. 그의 방송인생을 건 외줄 타기에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MBC, KBS,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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