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완벽한 스파이' “손현주 선배가 '넌 내가 책임진다'고 하셨다” '텍사스 안타' 때 손현주 선배를 처음 만났는데 그 때는 얘기를 많이 못 나눴다. 이후 '완벽한 스파이' 때 부산 촬영을 일찍 끝내고 새벽 2~3시 모텔 앞에 있는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둘이 술을 마셨다. 선배가 취하셨는지 넌 내가 책임질 테니까 초심을 잃지 말고 연기하라고 챙겨주셨다. 일주일 뒤 제작발표회를 갔는데 다들 날 잘 모르니까 아무도 질문을 안 하셨다. 근데 ...
피식-하고 웃음부터 나온다. 세령(문채원)에게 치근덕거리다가 기어이 뺨 한대를 얻어맞는 KBS 의 공칠구,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고백 한 번 시원하게 못하는 KBS '큐피드 팩토리'의 '찌질남' 소준을 볼 때마다 당장이라도 화면 속에 들어가 따끔하게 충고 한 마디 해주고 싶은데, 희한하게 보면 볼수록 묘하게 빠져든다. 느릿느릿한 경상도 사투리, 능글맞은 눈빛과 너털웃음까지 배우 이희준에게는 상대방의 경계심을 무장해제 시키는 힘이 있다. “연기가...
3회 SBS 월-화 밤 9시 55분 서연(수애)은 자신의 삶을 살아본 적 없는 여자다. 사고사한 아버지에 이어 엄마마저 잃은 여섯 살 이후로 그녀의 삶은 온전한 빚이었다. 다른 이들의 삶을 대필하는 것이 생계수단이었고, 유일하게 욕심 낸 사랑마저 남의 것을 잠시 훔친 “도둑질”과도 같았다. 그 존재의 무의미성은 “인생 자체가 신파”인 서연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처다. 지형(김래원)이 그녀와의 통화기록을 삭제한다고 말했을 때 그녀가 무섭게 화를 ...
월 XTM 밤 12시 이소룡과 최배달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입식격투기를 대표하던 브랜드 K-1과 현재 종합격투기 시장을 독점한 UFC는 모두 이 유치하지만 낚일 수밖에 없는 떡밥에서 시작됐다. 다들 자기가 최강이라고? 그럼 한 번 붙어보자. 지역 최고의 싸움 고수를 찾아 전국 최고를 가리는 서바이벌 포맷으로 변경된 는 이러한 이종격투기의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듯하다. 전통무예인 수밝기 112대 전수자를 비롯해 합기도 유단자와 마샬 아츠 고수까...
금 SBS 오후 11시 20분 “나는 아프리카에 맨 손으로 떨어뜨려놔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당당하게 말하는 김병만에게 제작진이 “달인이니까요?”라고 묻자, 김병만은 대답했다. “김병만이니까요.” 은 김병만이라서, 김병만이기 때문에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연예인들을 진짜로 아프리카에 맨 손으로 떨어뜨려놓고 최소한의 것도 제공하지 않은 채 '살아남기'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거기에 김병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KBS 의 '달인'으로 살면서...
MBC 토 오후 6시 30분 패러디가 파괴력을 얻는 것은 대개 두 가지 경우다. 원전이 대단히 위엄 있거나, 혹은 가지고 놀기에 좋은 재료이거나. 그런 면에서 이 타 방송사 프로그램을 레퍼런스로 삼는 데 대한 금기를 가볍게 넘어 SBS 을 패러디한 '짝꿍 특집'을 제작한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완성도다. 유재석을 “바른생활 사나이 남자 2호”로 칭하며 시작된 프로그램은 의 내레이터와 ...
토 MBC에브리원 낮 2시 구성만 보면 은 새로운 스타일의 쇼가 아니다. '레알차트! 아이돌 셀프 랭킹' 코너의 '제 2의 비, 이효리가 될 만한 대세돌 BEST 5'와 같은 소소한 주제들은 수년 전 Mnet 에서 이미 시도된 바 있으며, '아이돌 통신 깨알뉴스'와 같은 연예계 뉴스는 현재도 많은 프로그램에서 일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은 아주 작은 변별점을 만들어내며 차별화에 성공했다. 아이돌들이 직접 투표를 하는 차트에서는 ...
6회 SBS 수-목 밤 9시 55분 또 하나의 백성이 죽었다. 의 원작에서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사건이라는 미스터리 소재가 세종 치세의 치열한 혁신을 드러내는 장치였다면, 그 시대정신의 근원을 더 깊이 파고들어간 드라마는 거기에 이도(한석규)의 피의 트라우마를 함께 녹여낸다. '이도의 조선'의 시작은 “무술년 그날 밤 이후로” 더 이상 그 때문에 죽는 백성이 없게 하겠다는 맹세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그 맹세의 계기가 된 장본인이자 '그가 살린...
MBC 밤 12시 30분 어쩌면 그저 옛 코미디를 추억하는 것으로 그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故 이주일의 공연 포스터를 재현해 번화가의 벽에 붙여놓거나 그의 과거 영상을 선술집 TV에서 트는 기법에 “(이주일이) TV에 나오면 밥을 안 먹고 봤어요”, “(이주일은) 대한민국 최고 바보요. 거기에 인기가 있는 거요”라는 증언을 더한 것만으로도 회고는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주일의 노래 '못생겨서 죄송합니다'와 함께 도시 미화라는 명목으로 ...
'라디오 스타' MBC 수 밤 11시 5분 지금까지 '라디오 스타'(이하 '라스')의 러닝타임은 짧으면 5분, 길어도 기껏해야 20분 정도였다. 때문에 종종 시청자들로부터 너무 짧다는 원성을 듣기도 했지만, 200회가 넘도록 이 같은 분량을 변함없이 유지함으로써 감질나게 짧은 방영 시간은 어느덧 '라스'만의 색깔로 자리 잡았다. 즉, 네 명의 MC들이 “더부살이 코너”라 자조하며 코너 자체에 마이너한 느낌을 입히고 캐릭터를 부여한 것이다. 또...
3회 KBS2 밤 9시 55분 “운명은 피할 수 있어도 인연은 피할 수 없다. 악연이든, 필연이든.” 3회에는 유독 '인연'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재인의 아버지(안내상)가 죽은 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던 등장인물들이 다시 실타래처럼 얽히기 시작했고, 의미심장하게도 그들이 모인 장소는 어른들이 벌인 음모의 가장 큰 피해자인 재인(박민영)이 일하는 병원이었다. 돈과 권력 때문에 친구의 죽음을 묵인했던 서재명(손창민...
내 이름은 진정선. 1995년 8월 15일에 성남에서 태어났다. 아빠, 엄마, 그리고 네 살 위인 큰언니, 두 살 위인 작은 언니와 경기도 광주에서 살고 있다. 딸이 많은 집에서 싸움이 일어나는 이유는 거의 옷 때문이다. 언니가 내 옷을 입고 갔거나 내가 언니 옷을 입고 나가면 그 날은 뒤집히는 거다. 하하. 큰 언니는 여성스럽고 샤방샤방한 스타일, 둘째 언니는 스키니 진에 티만 걸쳐도 멋있는 스타일이다. 오늘 입고 온 핑크색 원피스는 에...
긴 다리의 소녀는 휴대폰으로 웹툰을 보는 데 열중해 있었다. 티셔츠에 교복 스커트 차림, 줄무늬 양말과 낡은 스니커즈를 신은 소녀는 촬영을 앞두고 새파란 백팩에서 의상과 구두를 주섬주섬 꺼냈다. 메이크업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복숭아빛 뺨을 한 채 마지막으로 틴트를 찾아 살짝 바르며 소녀는 히힛 웃었다. “이쁘게 나오고 싶어서요” 올해 나이 열일곱, 고등학교 1학년, 그리고 온스타일 (이하 우승자 진정선이다. 유난히 키가 컸던 소녀의 꿈 초...
KBS2 화 밤 11시 5분 예능으로서 토크쇼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다. 물론 이 재미에는 단순한 웃음만이 아니라 이야기가 줄 수 있는 감동 역시 포함된다. 여기에 단독 게스트의 정통 토크쇼라면, 그 게스트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재발견을 이끌어내는 심층적 토크가 미덕으로 더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신해철 편은 그러한 미덕들을 고루 잘 보여준 방송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는 게스트 신해철에 대한 기대는 특유의 독설과 거침없는 토크일 것...
화 XTM 오후 11시 와 닮은꼴 프로그램을 찾자면 KBS의 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팀별로 나누어서 하는 미션 수행이나, 그 미션이 체력을 시험하는 미션과 협동심과 창의성 중심의 미션으로 나뉘어있는 점이 특히 그렇다. 배경이 하와이에서 제주도로 바뀐 것만 같다. 특별히 개인의 역량이나 인성을 측량할 만큼 창의적이고 확실한 기준을 가진 미션이 아님에도, 마치 대단한 평가라도 되는 듯이 준엄한 평가를 내리는 심사위원들의 모습도 흡사하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