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순위 정하는 여자>, 여자들의 욕망을 듣다

    <순위 정하는 여자>, 여자들의 욕망을 듣다

    QTV 밤 11시 '입 냄새 때문에 키스가 꺼려지는 여자는?'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어제의 (이하 순정녀)는 출연자들의 솔직한 경험담과 키스에 대한 판타지를 동시에 들을 수 있었던 방송이었다. 김정민이 “외국영화에서처럼 속삭임을 나누며 하는” 키스를 꿈꾸거나, 김새롬이 언젠가 신호등 앞에서 했던 키스를 '인생 최고의 키스'로 꼽는 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라기보다, 비슷한 또래의 여성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MC인 ...

  • <뿌리깊은 나무>, 마방진보다 중독적인 이야기

    <뿌리깊은 나무>, 마방진보다 중독적인 이야기

    7회 SBS 수-목 밤 9시 55분 어제의 는 채윤(장혁)이 사라진 시체를 찾으며 박포(신승환)에게 상황을 정리하여 설명했듯, 굽이 굽이 꼬인 이야기의 주름을 조금씩 펼친 회였다. 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는 방진을 푸는 재미와 닮았고, 방진의 숫자를 움직이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기준과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이 즐거움을 더한다. 속 조선에는 왕(세종)도 있고, 사대부(밀본)도 있고, 백성(채윤)도 있지만, 이 사극의 주인공은 이들 중 그 누구 혼...

  • <연애성형 프로젝트 S.O.S>, 남자를 위해서가 아니다

    <연애성형 프로젝트 S.O.S>, 남자를 위해서가 아니다

    온스타일 수 밤 12시 연애 못하는 여자를 변신시킨 후 모의 소개팅 과정을 거쳐 '목표남' 앞에 앉혀놓는다.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으로서 (이하 )를 새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온스타일 , 와 같은 기존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포맷에 일반인 여성을 위한 소개팅 주선 프로그램 Mnet 를 합쳐놓은 격이다. 그러나 은 단순한 합집합을 넘어선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몇 시간 안에 일방적으로 스타일링을 완성해주는 것이 아니라 열흘이라는 시간...

  • <한국시리즈 1차전>, 각본 없는 드라마를 기다린다

    <한국시리즈 1차전>, 각본 없는 드라마를 기다린다

    MBC 화 오후 5시 50분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의 2011 한국시리즈는 지난 해 한국시리즈의 리턴 매치다. 단지 기다리는 입장이 SK에서 삼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작년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 내내 한 점 차의 피 말리는 싸움 끝에 체력을 다 소진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삼성은, 마치 산왕과의 사투에서 모든 힘을 쏟아내고 다음 라운드에서 거짓말같이 참패를 당한 의 북산고처럼 SK에게 허무하게 4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

  • <데스캠프24>, 그냥 놀러왔나요?

    <데스캠프24>, 그냥 놀러왔나요?

    화 MBC에브리원 오후 11시 출연자들의 출연료에서 10%씩 각출한 돈을 상금으로 걸고 한 장소에서 24시간 동안 생존 게임을 벌인다. 미션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생존자와 탈락자는 자리를 바꾸기도 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우승을 위해 경쟁한다. MBC에브리원 는 연예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에, KBS '1박 2일'을 떠오르게 하는 야생의 느낌을 더한다. 그리고 제목에 걸맞게 사신들을 배치해 그들이 탈락자들을 고립된 곳에 이동하게 ...

  • 이희준│3편의 드라마로 본 이야기

    이희준│3편의 드라마로 본 이야기

    KBS '완벽한 스파이' “손현주 선배가 '넌 내가 책임진다'고 하셨다” '텍사스 안타' 때 손현주 선배를 처음 만났는데 그 때는 얘기를 많이 못 나눴다. 이후 '완벽한 스파이' 때 부산 촬영을 일찍 끝내고 새벽 2~3시 모텔 앞에 있는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둘이 술을 마셨다. 선배가 취하셨는지 넌 내가 책임질 테니까 초심을 잃지 말고 연기하라고 챙겨주셨다. 일주일 뒤 제작발표회를 갔는데 다들 날 잘 모르니까 아무도 질문을 안 하셨다. 근데 ...

  • 이희준│곁에 두고 오래 보는 사이

    이희준│곁에 두고 오래 보는 사이

    피식-하고 웃음부터 나온다. 세령(문채원)에게 치근덕거리다가 기어이 뺨 한대를 얻어맞는 KBS 의 공칠구,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고백 한 번 시원하게 못하는 KBS '큐피드 팩토리'의 '찌질남' 소준을 볼 때마다 당장이라도 화면 속에 들어가 따끔하게 충고 한 마디 해주고 싶은데, 희한하게 보면 볼수록 묘하게 빠져든다. 느릿느릿한 경상도 사투리, 능글맞은 눈빛과 너털웃음까지 배우 이희준에게는 상대방의 경계심을 무장해제 시키는 힘이 있다. “연기가...

  • <천일의 약속>, 전쟁 같은 반항의 시작

    <천일의 약속>, 전쟁 같은 반항의 시작

    3회 SBS 월-화 밤 9시 55분 서연(수애)은 자신의 삶을 살아본 적 없는 여자다. 사고사한 아버지에 이어 엄마마저 잃은 여섯 살 이후로 그녀의 삶은 온전한 빚이었다. 다른 이들의 삶을 대필하는 것이 생계수단이었고, 유일하게 욕심 낸 사랑마저 남의 것을 잠시 훔친 “도둑질”과도 같았다. 그 존재의 무의미성은 “인생 자체가 신파”인 서연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처다. 지형(김래원)이 그녀와의 통화기록을 삭제한다고 말했을 때 그녀가 무섭게 화를 ...

  • <주먹이 운다 시즌 2>, 낭만의 실종

    <주먹이 운다 시즌 2>, 낭만의 실종

    월 XTM 밤 12시 이소룡과 최배달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입식격투기를 대표하던 브랜드 K-1과 현재 종합격투기 시장을 독점한 UFC는 모두 이 유치하지만 낚일 수밖에 없는 떡밥에서 시작됐다. 다들 자기가 최강이라고? 그럼 한 번 붙어보자. 지역 최고의 싸움 고수를 찾아 전국 최고를 가리는 서바이벌 포맷으로 변경된 는 이러한 이종격투기의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듯하다. 전통무예인 수밝기 112대 전수자를 비롯해 합기도 유단자와 마샬 아츠 고수까...

  • <정글의 법칙>, 김병만이라는 다큐와 예능 그리고 드라마

    <정글의 법칙>, 김병만이라는 다큐와 예능 그리고 드라마

    금 SBS 오후 11시 20분 “나는 아프리카에 맨 손으로 떨어뜨려놔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당당하게 말하는 김병만에게 제작진이 “달인이니까요?”라고 묻자, 김병만은 대답했다. “김병만이니까요.” 은 김병만이라서, 김병만이기 때문에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연예인들을 진짜로 아프리카에 맨 손으로 떨어뜨려놓고 최소한의 것도 제공하지 않은 채 '살아남기'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거기에 김병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KBS 의 '달인'으로 살면서...

  • <무한도전>, 그 우정촌에 가고 싶다

    <무한도전>, 그 우정촌에 가고 싶다

    MBC 토 오후 6시 30분 패러디가 파괴력을 얻는 것은 대개 두 가지 경우다. 원전이 대단히 위엄 있거나, 혹은 가지고 놀기에 좋은 재료이거나. 그런 면에서 이 타 방송사 프로그램을 레퍼런스로 삼는 데 대한 금기를 가볍게 넘어 SBS 을 패러디한 '짝꿍 특집'을 제작한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완성도다. 유재석을 “바른생활 사나이 남자 2호”로 칭하며 시작된 프로그램은 의 내레이터와 ...

  • <주간 아이돌>, 소녀시대? 없으면 그려 넣는다

    <주간 아이돌>, 소녀시대? 없으면 그려 넣는다

    토 MBC에브리원 낮 2시 구성만 보면 은 새로운 스타일의 쇼가 아니다. '레알차트! 아이돌 셀프 랭킹' 코너의 '제 2의 비, 이효리가 될 만한 대세돌 BEST 5'와 같은 소소한 주제들은 수년 전 Mnet 에서 이미 시도된 바 있으며, '아이돌 통신 깨알뉴스'와 같은 연예계 뉴스는 현재도 많은 프로그램에서 일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은 아주 작은 변별점을 만들어내며 차별화에 성공했다. 아이돌들이 직접 투표를 하는 차트에서는 ...

  • <뿌리 깊은 나무>, 고독한 왕이 준 선물

    <뿌리 깊은 나무>, 고독한 왕이 준 선물

    6회 SBS 수-목 밤 9시 55분 또 하나의 백성이 죽었다. 의 원작에서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사건이라는 미스터리 소재가 세종 치세의 치열한 혁신을 드러내는 장치였다면, 그 시대정신의 근원을 더 깊이 파고들어간 드라마는 거기에 이도(한석규)의 피의 트라우마를 함께 녹여낸다. '이도의 조선'의 시작은 “무술년 그날 밤 이후로” 더 이상 그 때문에 죽는 백성이 없게 하겠다는 맹세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그 맹세의 계기가 된 장본인이자 '그가 살린...

  • <웃으면 복이 와요>, 웃음 속에 숨은 시대와 정치 그리고 문화

    <웃으면 복이 와요>, 웃음 속에 숨은 시대와 정치 그리고 문화

    MBC 밤 12시 30분 어쩌면 그저 옛 코미디를 추억하는 것으로 그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故 이주일의 공연 포스터를 재현해 번화가의 벽에 붙여놓거나 그의 과거 영상을 선술집 TV에서 트는 기법에 “(이주일이) TV에 나오면 밥을 안 먹고 봤어요”, “(이주일은) 대한민국 최고 바보요. 거기에 인기가 있는 거요”라는 증언을 더한 것만으로도 회고는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주일의 노래 '못생겨서 죄송합니다'와 함께 도시 미화라는 명목으로 ...

  • '라디오 스타', 길어졌는데 왜 더 싱겁지?

    '라디오 스타', 길어졌는데 왜 더 싱겁지?

    '라디오 스타' MBC 수 밤 11시 5분 지금까지 '라디오 스타'(이하 '라스')의 러닝타임은 짧으면 5분, 길어도 기껏해야 20분 정도였다. 때문에 종종 시청자들로부터 너무 짧다는 원성을 듣기도 했지만, 200회가 넘도록 이 같은 분량을 변함없이 유지함으로써 감질나게 짧은 방영 시간은 어느덧 '라스'만의 색깔로 자리 잡았다. 즉, 네 명의 MC들이 “더부살이 코너”라 자조하며 코너 자체에 마이너한 느낌을 입히고 캐릭터를 부여한 것이다.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