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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보라│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라

    황보라│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라

    넓은 치마폭으로 컵라면을 사수하기 위해 길 한가운데 풀썩 앉아버린 소녀. 그야말로 뚜껑 같은 단발머리를 하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큰 눈을 요리조리 굴리던 그는 신선한 발견이었다. 그것이 2005년의 일. 이후 처음 등장하던 순간의 임팩트를 유지하긴 어려웠고, 소녀의 이름 앞에 얹혔던 '유망주'란 수식어는 자연스레 빛이 바랬다. 하지만 MBC 속 황보라는 누구라도 발견하지 않을 수 없는, 반짝거리는 구슬 같다. 귀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있지...

  • <신의>, 예열은 끝났지만 아직 뜨거워지지 않았다

    <신의>, 예열은 끝났지만 아직 뜨거워지지 않았다

    9회 SBS 월 밤 9시 55분 공민왕(류덕환)이 대신들 앞에서 호복과 변발을 벗으며 스스로 고려의 왕임을 공표하면서 를 짊어지고 갈 확실한 버팀목이 세워졌다. 이로써 “왕은 싸우는 분이 아니라 가지시는 분”이라던 최영(이민호)은 임금의 곁에 머물러야 할 이유가 생겼고, 갖지 못할 것은 애초에 없애버리는 기철(유오성)은 “제대로 된 임금”이 되고자 하는 왕은 반드시 맞서야 할 상대가 됐다. “정면돌파”에 대한 왕의 결의가 은유와 암시만 같던 ...

  • <놀러와>, 다음 주가 궁금해지는 19금 토크

    <놀러와>, 다음 주가 궁금해지는 19금 토크

    월 MBC 밤 11시 15분 의 특기였던 기획 섭외는 의외의 조합으로도 높은 상성을 이끌어내는 비기인 동시에, 기획의 정교함이 무뎌지면 쇼도 덩달아 느슨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하는 양날의 칼이었다. 신정수 PD가 자리를 비운 최근 1년 6개월간 의 실적을 보면 전자보다는 후자의 경우가 더 많았고, 쇼의 기초 체력도 바닥을 쳤다. 옛 영화의 회복 이전에 일단 생존이 급한 상황, 개편을 맞은 에는 정교함을 요하는 기획 섭외는 없다. '남자들의 진솔...

  • <골든타임>, 병원 밖에서도 통하는 이야기

    <골든타임>, 병원 밖에서도 통하는 이야기

    다섯 줄 요약 조용한 날 없는 세중병원 응급실에 교통사고를 당한 임산부가 실려 왔다. 일반외과 펠로우 경화(홍지민)가 잠시 식사를 하러 간 사이 민우(이선균)와 재인(황정음), 혁찬(김사권), 강진(지일주)은 인혁(이성민)과 산부인과 의사에게 전화로 지시를 받으며 응급수술을 한다. 아이와 산모는 살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일반외과 과장 민준(엄효섭)은 민우와 재인에게 충고를 한다. 그리고 재인은 임시 이사장 선출 회의 참석을 결심한다. ...

  • <넝쿨당>은 끝났지만, '시월드'는 영원하다

    <넝쿨당>은 끝났지만, '시월드'는 영원하다

    마지막 회 KBS2 일 밤 8시 55분 (이하 )은 마지막 회에 지금까지 벌어진 갈등과 문제를 서둘러 봉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위에 또 다른 현실의 문제를 올려놓는다. 차윤희(김남주)는 “고부간의 갈등은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다고 봐”라고 말하지만, 이내 “시어머니는 며느리하기 나름 좋아하네”라며 투덜거린다. 방귀남(유준상)과의 “달콤하고 감동적인 이벤트” 같은 결혼생활은 육아와 교육에 대한 다툼으로 대체된다. 시누이가 셋인 이숙(조윤희)...

  • <대왕의 꿈>, 클래식 사극의 모든 것을 갖췄다

    <대왕의 꿈>, 클래식 사극의 모든 것을 갖췄다

    1-2회 KBS1 토-일 밤 9시 40분 허례허식의 기름기를 싹 뺀 클래식 사극의 귀환이다. 삼국통일을 향한 신라의 야망을 그릴 은 최근 과거와 현재의 어설픈 퓨전으로 무리수를 두고 있는 사극들 틈바구니 속에서 고전의 맛을 고수한다는 점만으로도 일단은 독보적이다. 여기에 인물들 간의 갈등의 양상이 단일하거나 단조롭지 않고 신분과 처지에 따라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서사는 흡입력과 탄력을 확보한다. 초반부터 곧장 권력의 정중앙인 왕실, 그 중에...

  • < SNL 코리아 >, “벌써 9월” 정치 풍자가 익어간다

    < SNL 코리아 >, “벌써 9월” 정치 풍자가 익어간다

    다섯 줄 요약 “신동엽, 크루 전격합류”라는 자막으로 짧은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의 첫 회를 설명할 수 있다. 신동엽은 오프닝의 테이프 커팅식에서부터 콩트의 깨알 같은 재미를 보여주었고, 프로그램의 또 다른 중심인 장진과 미묘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며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시즌 첫 회였음에도 라이브 콩트 코너들과 패러디 중간광고, 준비된 영상의 흔들림 없는 균형감은 가 시즌3까지 계속 다듬어져가며 '토요일 밤 생방송'에 최적화 되어가고...

  • <각시탈>, 분노가 단결을 이끌어내기까지

    <각시탈>, 분노가 단결을 이끌어내기까지

    마지막회 KBS2 목 밤 9시 55분 애초에 강토(주원)와 ?지(박기웅)를 움직인 것은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 앞에서 느껴야 했던 분노였다. 사토 히로시를 각시탈로, 소학교 선생을 제국 경찰로 바꿔 버릴 만큼 분노는 힘이 있지만, 분노에만 기댄 삶의 말로는 파국이다. 목단(진세연)만 곁에 있다면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고 싶었던 ?지는 강토를 향해 쏜 총알을 목단이 대신 맞고 죽으면서 완벽하게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갈 틈이 봉쇄됐다....

  • <유리가면>,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나요

    <유리가면>,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나요

    tvN 월-목 오전 9시 40분 강이경(서우)이 강서연(김윤서)의 손에 의해 절벽에서 떨어지는 장면으로 시작된 은 4회까지 어떻게 이 두자매가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진다. 형사 강인철(강신일)과 범인 신기태(기주봉)의 대치상태에서 비롯된 악연의 시작은 두 명의 무고한 죽음과 한 번의 유산을 야기하고, 두 사람의 관계는 그들의 딸인 이경과 서연의 출생의 비밀과 혈연의 복수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은 어디선가 본 ...

  • < XY그녀 >, 동참하고 싶은 미녀들의 수다

    < XY그녀 >, 동참하고 싶은 미녀들의 수다

    다섯 줄 요약 트랜스젠더 록 가수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OST가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차별 철폐를 위한 연설과 진선미 민주당 국회의원의 축사도 의 어깨가 무겁다는 반증이었다. 하지만 계도의 강박에 빠지지 않은 토크쇼는 무엇보다 예능으로서의 재미를 전면에 내세웠다. MC 신동엽과 홍석천의 농담과 배려 속에 가면을 하나씩 벗어던진 스무 명 트랜스젠더들의 화려한 입담은 빛을 발했고, 대한민국에서 소수자의 삶을 살아오...

  • '라디오 스타', 고품격 '시원방송'

    다섯 줄 요약 “진짜 오면 어떡합니까, 짜증납니다”(규현) 드디어 최시원이 왔다. 늘 외모, 재력, 성격 등을 시원과 비교당하며 맷집을 키워왔던 규현은 진짜 시원과 담판을 짓게 됐다. 시원과 이특, 신동과 은혁이 한팀이 되어 규현잡이 팀킬에 나섰으나 규현은 거들 뿐, 어쩐지 자꾸 궁지에 몰리는 것은 시원이다. '라디오 스타'(이하 '라스') 슈퍼주니어 특집의 1부는 반 이상이 시원의 이야기로 흘러갔고, 방송 시작 25분만에 시원은 모든 것을 ...

  • <닥치고 패밀리>가 빠져버린 함정의 늪

    <닥치고 패밀리>가 빠져버린 함정의 늪

    KBS2 월-금 오후 7시 45분 이 시트콤의 제목에서 '닥치고'라는 수식어는 매 회 에피소드에 벌어지는 모든 일을 설명할 이유가 된다. 우성과 열성으로 나뉜 두 가족은 어느 날 갑자기 '닥치고' 가족이 되었고, 가족이기 때문에 일단 '닥치고'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우성-열성으로 나뉘어있던 두 가족의 구성원들에게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초반의 전개 이후, 는 각 인물에게 인물 소개 정도의 캐...

  • <제3병원>, 메디컬 드라마의 A to Z

    <제3병원>, 메디컬 드라마의 A to Z

    첫 회 tvN 수-목 밤 11시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의 소통과 융합”을 위해 출범시켰다는 국립 서한병원의 목표는 의 기획의도와도 일치한다. 국내 최초 양한방 메디컬 드라마를 표방하는 이 작품은 완전 협진 시스템을 도입한 가상의 병원을 중심으로 “한국의료계에 대한 꿈과 또 하나의 가능성”을 지향점으로 삼는다. 그 목표를 위해 드라마가 먼저 보여주는 것은 양쪽 의료계의 뿌리 깊은 불화다. 서한병원 개원식으로 문을 연 이야기는 “한의사가 무슨 의사...

  • <너라서 좋아>, 새로 시작된 주부들의 잔혹동화

    <너라서 좋아>, 새로 시작된 주부들의 잔혹동화

    2회 SBS 월-금 오전 8시 30분 는 절친한 여고생 3인방의 해맑은 장래 희망을 담은 동화 같은 오프닝으로 시작해 그 꿈에서 깨어난 30대 후반 여성들의 현실로 곧바로 직진한다. 결혼 따윈 하지 않고 자유를 누리고 싶다던 진주(윤해영)는 직장과 가정을 분주히 오가는 슈퍼맘이 됐고, 순수한 사랑을 강조하던 수빈(윤지민)은 재벌가 며느리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하며, 돈이 좋다던 공자(라미란)는 눈칫밥 먹는 초라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 이러한...

  • '쿡파라치', 삶을 요리하는 영혼의 음식

    ‘쿡파라치’ 4회 화 올`리브 밤 9시 인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자 삶을 들여다볼 거리가 생겨났다. ‘쿡파라치’(이하 ‘쿡파라치’) 4회에서 박준우와 서문기는 푸드 트렌드 현장 “서울 농부의 시장”을 방문했다. 한혜진은 디톡스 트렌드를 체험하면서 스타일리스트 한혜연과 대화를 나누었고, 레이디제인과 전우치는 삼각지 골목의 오래된 맛집을 방문했다. 우연치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