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이 강수연이 '정이'를 탄생시킨 원동력이었다고 밝혔다.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영화 '정이'의 연상호 감독을 만났다. 연상호 감독은 이번 영화를 연출하고 각본을 썼다.
연상호 감독은 "강수연 선배님은 남한테 폐 끼치는 걸 정말 싫어하신다. 코로나로 쫑파티 같은 걸 못했는데 선배님이 후시녹음 하러 오셨을 때 '코로나가 좀 풀렸으니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자'고 하셔서 '제가 빨리 마련할게요'한 게 마지막이었다. 메이킹 인터뷰 같은 것도 보통 촬영 중 잘 따진 않는데, '정이'는 세트가 멋있어서 부수고 나면 아까우니 인터뷰도 사전에 땄다. 선배님이 '정이'를 완성하기 위해 모든 걸 다 하고 가신 게 아닌가, 평소 폐 끼치기 싫어하는 성격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느낌에 신기했다. '진짜 영화같이 사셨구나' 생각했다"고 강수연을 기억했다.
강수연 캐스팅 비하인드도 전했다. 연상호 감독은 "선배님한테 처음에 구질구질하게 문자를 보냈었다. 예전에 부산영화제에서 만난 인연까지 강조하며 보냈는데 답장이 없더라. 나중에 선배님에게 '왜 답장을 안 해주셨냐'고 물어봤더니 스팸이나 사기라고 생각하셨단다"며 웃었다. 이어 "내가 알고 있던 모습과 다르면 어쩌지 걱정도 했는데, 선배님을 직접 뵀을 때 너무 멋있었다. 로커 같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또한 "선배님이 '한 번 해보자' 짧게 얘기하셨던 것 같다. 그 이후부터는 다른 배우들에게 의지가 되는 선배이자 이 영화를 책임지는 배우로서 단단하게 연기해줬다. 촬영 현장이 본인이 경험했던 현장과 달라 낯선 점도 있었을 텐데 내색 없이 어른으로서 현장을 잘 지탱해주셨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 동안 연기 활동이 없었던 강수연은 어떤 마음으로 '정이'를 하겠다고 나선 걸까. 연상호 감독은 "선배님과 그것에 대해 깊게 얘기한 적은 없다. 그때가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여서 많이 모이진 못하고 간혹 주연 배우들끼리만 모여서 술을 마셨는데, 선배님은 옛날 영화계 이야기 이런 걸 해주셨고 우리는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 다만 제가 느낀 건, 현장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배우라는 거다. 이렇게 현장을 좋아하는 배우가 그동안 왜 작업을 안 하셨을까 싶을 정도로 현장을 즐겼다"고 전했다. 이어 "'정이'가 한국에서는 잘 시도되지 않았던 SF장르 영화이고 많은 도전이 필요한 작품이었는데, 그런 영화를 하려는 후배를 선배님이 마지막으로 지지해주신 게 아닌가,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연상호 감독이 '정이'의 제작에 힘을 얻게 된 건 강수연 덕분이었다. 연상호 감독은 "처음에 영화를 기획했을 때 몇 가지 요소들이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고전적인 멜로 영화의 형식'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흔히들 우리가 '신파 영화'라고 하는 것 말이다"고 밝혔다. 이어 "애초에 기획 자체가 '눈물을 흘릴 수 있는 한국의 고전적 멜로와 SF가 결합되면 어떨까 생각을 먼저 했다. '정이'는 어떻게 보면 윤서현(강수연 분)의 사적인 이야기인데, 그걸 누가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스쳐지나갔던 게 강수연 선배였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의 고전적이고 우아한 톤의 연기가, 제가 생각했던 고전적 멜로였으면 좋겠다는 부분과 시너지가 났던 것 같다. 강수연 선배의 연기가 중심이 됐으면 좋겠다는 게 영화를 만드는 모티브, 동력이 됐다. 재밌고 컨셉츄얼할 것 같았다"고 전했다.
연상호 감독은 "'정이'는 아이콘으로 소비된 정이라는 인물에 관한 영화다. 딸인 주인공 윤서현을 통해 정이가 아이콘으로서 부여받은 삶에서 탈피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반작업을 하며 이 이야기가 강수연 선배 본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싶었다. 선배는 4살, 어린 나이에 데뷔해 배우로서 인생을 시작했다. 자기한텐 평범한 어린시절이 없어서 아쉽단 말을 자주 했다. 그때 들을 땐 거기에 크게 마음을 두지 않았는데, 영화를 완성하고 나니 강수연 선배 본인의 이야기이고 선배가 선배 본인한테 하는 이야기같기도 했다. 또한 선배가 남은 여성들에게 하는 이야기라고도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한 "강수연 선배가 돌아가시고 나서 제 필모그래피의 하나를 채우는 영화가 아니라, 저한테는 특별한 운명 같은 영화가 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 오는 20일 공개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영화 '정이'의 연상호 감독을 만났다. 연상호 감독은 이번 영화를 연출하고 각본을 썼다.
연상호 감독은 "강수연 선배님은 남한테 폐 끼치는 걸 정말 싫어하신다. 코로나로 쫑파티 같은 걸 못했는데 선배님이 후시녹음 하러 오셨을 때 '코로나가 좀 풀렸으니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자'고 하셔서 '제가 빨리 마련할게요'한 게 마지막이었다. 메이킹 인터뷰 같은 것도 보통 촬영 중 잘 따진 않는데, '정이'는 세트가 멋있어서 부수고 나면 아까우니 인터뷰도 사전에 땄다. 선배님이 '정이'를 완성하기 위해 모든 걸 다 하고 가신 게 아닌가, 평소 폐 끼치기 싫어하는 성격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느낌에 신기했다. '진짜 영화같이 사셨구나' 생각했다"고 강수연을 기억했다.
강수연 캐스팅 비하인드도 전했다. 연상호 감독은 "선배님한테 처음에 구질구질하게 문자를 보냈었다. 예전에 부산영화제에서 만난 인연까지 강조하며 보냈는데 답장이 없더라. 나중에 선배님에게 '왜 답장을 안 해주셨냐'고 물어봤더니 스팸이나 사기라고 생각하셨단다"며 웃었다. 이어 "내가 알고 있던 모습과 다르면 어쩌지 걱정도 했는데, 선배님을 직접 뵀을 때 너무 멋있었다. 로커 같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또한 "선배님이 '한 번 해보자' 짧게 얘기하셨던 것 같다. 그 이후부터는 다른 배우들에게 의지가 되는 선배이자 이 영화를 책임지는 배우로서 단단하게 연기해줬다. 촬영 현장이 본인이 경험했던 현장과 달라 낯선 점도 있었을 텐데 내색 없이 어른으로서 현장을 잘 지탱해주셨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 동안 연기 활동이 없었던 강수연은 어떤 마음으로 '정이'를 하겠다고 나선 걸까. 연상호 감독은 "선배님과 그것에 대해 깊게 얘기한 적은 없다. 그때가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여서 많이 모이진 못하고 간혹 주연 배우들끼리만 모여서 술을 마셨는데, 선배님은 옛날 영화계 이야기 이런 걸 해주셨고 우리는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 다만 제가 느낀 건, 현장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배우라는 거다. 이렇게 현장을 좋아하는 배우가 그동안 왜 작업을 안 하셨을까 싶을 정도로 현장을 즐겼다"고 전했다. 이어 "'정이'가 한국에서는 잘 시도되지 않았던 SF장르 영화이고 많은 도전이 필요한 작품이었는데, 그런 영화를 하려는 후배를 선배님이 마지막으로 지지해주신 게 아닌가,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연상호 감독이 '정이'의 제작에 힘을 얻게 된 건 강수연 덕분이었다. 연상호 감독은 "처음에 영화를 기획했을 때 몇 가지 요소들이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고전적인 멜로 영화의 형식'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흔히들 우리가 '신파 영화'라고 하는 것 말이다"고 밝혔다. 이어 "애초에 기획 자체가 '눈물을 흘릴 수 있는 한국의 고전적 멜로와 SF가 결합되면 어떨까 생각을 먼저 했다. '정이'는 어떻게 보면 윤서현(강수연 분)의 사적인 이야기인데, 그걸 누가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스쳐지나갔던 게 강수연 선배였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의 고전적이고 우아한 톤의 연기가, 제가 생각했던 고전적 멜로였으면 좋겠다는 부분과 시너지가 났던 것 같다. 강수연 선배의 연기가 중심이 됐으면 좋겠다는 게 영화를 만드는 모티브, 동력이 됐다. 재밌고 컨셉츄얼할 것 같았다"고 전했다.
연상호 감독은 "'정이'는 아이콘으로 소비된 정이라는 인물에 관한 영화다. 딸인 주인공 윤서현을 통해 정이가 아이콘으로서 부여받은 삶에서 탈피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반작업을 하며 이 이야기가 강수연 선배 본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싶었다. 선배는 4살, 어린 나이에 데뷔해 배우로서 인생을 시작했다. 자기한텐 평범한 어린시절이 없어서 아쉽단 말을 자주 했다. 그때 들을 땐 거기에 크게 마음을 두지 않았는데, 영화를 완성하고 나니 강수연 선배 본인의 이야기이고 선배가 선배 본인한테 하는 이야기같기도 했다. 또한 선배가 남은 여성들에게 하는 이야기라고도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한 "강수연 선배가 돌아가시고 나서 제 필모그래피의 하나를 채우는 영화가 아니라, 저한테는 특별한 운명 같은 영화가 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 오는 20일 공개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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