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티빙 '괴이', 매력적인 소재를 살리지 못한 '클리셰' 전개
고고학자, 문양 해독가 설정은 어디가고…'신파'에 빠진 주인공
'괴이' 메인 포스터./사진제공=티빙
'괴이' 메인 포스터./사진제공=티빙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귀불'이라는 매력적인 소재와 고고학자, 문양 해독가라는 신선한 캐릭터 설정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 채 '휴먼'이라는 신파에 빠졌다. '괴이한 멜로'라 평했던 연상호 감독은 자신의 세계관을 넓히지 못하고 무너지며 그야말로 '괴이'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공개 3일 만에 혹평에 시달리는 티빙 오리지널 '괴이'의 현주소다.

지난 29일 공개된 6부작 '괴이'는 저주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마음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과 그 마을의 괴이한 사건을 쫓는 초자연 스릴러를 담은 작품. 미스터리한 귀불이 깨어나 재앙에 휘말린 사람들의 혼돈과 공포, 기이한 저주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을 담았다.
'괴이' 제작발표회 단체./사진제공=티빙
'괴이' 제작발표회 단체./사진제공=티빙
무엇보다 '괴이'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집필을 맡아 주목받았다. 연 감독은 '부산행'과 '반도', 드라마 '방법', '지옥' 등을 통해 좀비와 초자연현상을 다루면서도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아내 호평받으며 '연상호 유니버스'를 구축해왔다.

여기에 '괴이'는 원작은 없지만 연 감독이 집필한 '방법' 후반부에 등장한 소재인 귀불과 '부산행' 속 좀비 바이러스 창궐지인 진양군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연상호 유니버스'의 확장이라는 기대를 더 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괴이'는 이러한 기대를 처참히 무너트렸다. 악귀가 들린 불상과 이를 파헤치는 고고학자의 이야기를 바랐지만, 현실은 혼돈에 빠진 사람들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잔인한 폭력성이 전부였다. 곽동연의 무자비한 잔인함은 정당성을 얻지 못했고, 반복되는 회상 장면은 극의 몰입도를 떨어트렸다. 파출소장 한석희(김지영 분)와 아들 한도경(남다름 분)의 갈등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 마지막 눈물의 의미를 이해시키지 못했다.
'괴이' 스틸컷./사진제공=티빙
'괴이' 스틸컷./사진제공=티빙
고고학자 정기훈(구교환 분)과 천재 문양 해석가 이수진(신현빈 분)이라는 캐릭터 역시 극 안에서 직업적인 활약을 전혀 펼치지 못했다. 정기훈은 그저 까마귀 떼를 피하고자 결계를 치는 것에 그쳤고, 이수진은 극 초반부터 귀불의 눈을 보고 지옥도에 빠져 환각을 보며 쓰러진 게 전부였다. 귀불을 봉인하는 과정에서도 이들의 직업보다 딸을 향한 부모의 '사랑'이 부각되는 신파로 빠졌다.

귀불의 눈을 보고 현혹된 사람들 역시 어떠한 환각을 보는지, 어떠한 끔찍한 지옥도에 빠진 것인지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채 그저 사람을 죽이려는 그저 폭력적인 '좀비' 상태로 변해 공감을 자아내기 힘들었다.
'괴이' 티저 포스터./사진제공=티빙
'괴이' 티저 포스터./사진제공=티빙
중심 소재인 귀불의 활약도 미미했다. '방법'에서 귀불은 다른 악신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며 주인공이 빌런에게 잡히는 요소를 제공하는 긴박한 소재로 쓰였지만, '괴이'에서 귀불은 단순히 눈을 보면 악귀에게 홀린다는 역할 이외의 것을 해내지 못했다. 발굴되고 전시되었다가 파멸되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구조적 물체에 그쳤다.

이에 시청자들도 "진짜 최악이다", "소재는 좋았는데 연출에서 폭망", "지루해서 죽을 뻔', "배우들이 뭔 죄임", "시간 아까워", "잔인하기만 하고 개연성도 없고 너무 허무하다", "이도 저도 아닌 느낌" 등 혹평을 쏟아냈다.

자신만의 세계관을 확장하려던 연 감독은 되려 세계관에 갇혀 길을 잃었다. 부부애가 담긴 멜로를 쓰려다가 오컬트적인 요소를 넣게 됐다는 연 감독. 패착은 거기에 있었다. 멜로도 오컬트도 어느 것 하나 집중되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흩어졌기 때문. 초자연현상을 이겨내는 건 결국 '사랑'이라는 뻔한 연 감독의 유니버스는 결국 '괴이'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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