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월화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 이혜리 종영 인터뷰

"국민으로서 올림픽 재밌었지만 배우로서 아쉬워"
"'응답하라1988', 부담 보다 긍정 요소"
"유승호 덕분에 안정적 연기"
"건강하고 부지런하게 30대 맞이하는 게 목표"
이혜리 /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이혜리 /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응답하라 1988' 부담이요? '나는 덕선이를 잘 해냈으니까 다른 것도 잘 해낼 수 있어'라고 생각하게 만들더라고요. 제게 '응답하라 1988'은 부담보다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꽃 피면 달 생각하고'는 제게 정말 '고맙다'라는 말로 정의를 내리면 좋을 작품이에요.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들 등과 함께 피부로 와닿은 고생을 했어요. 그분들의 노력에 비하면 저는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마운 마음이 제일 많이 들어요."

배우 이혜리가 KBS2 월화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이하 꽃피달)'를 보내준 뒤 이같이 말했다.

'꽃피달'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금주령의 시대, 밀주꾼을 단속하는 원칙주의 감찰과 술을 빚어 인생을 바꿔보려는 밀주꾼 여인의 아술아술 추격 로맨스. 지난 22일 남영(유승호 분)과 강로서(이혜리 분)가 왕세자 이표(변우석 분), 세자빈 한애진(강미나 분)의 도움으로 금주령을 깨부수고 태평성대 속 서로의 반쪽이 되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꽉 닫힌 해피엔딩을 맞았다.

이혜리는 "더울 때 시작해서 추울 때까지 찍었던 드라마가 끝나게 돼 실감이 나질 않는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로서라는 인물을 연기할 수 있게 돼 행복한 시간이었다. 끝까지 많은 사랑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혜리 /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이혜리 /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꽃피달'은 2022 베이징 올림픽 여파로 인해 결방하는 등 종영이 미뤄졌다. 이혜리는 "출연 배우로서는 당연히 아쉬운 부분도 있었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제가 또 올림픽 덕후라서 올림픽을 하나 하나 다 챙겨보면서 화내고 울었다. 국민으로서는 올림픽을 재밌게 봤지만 배우로서 아쉬운 게 있다. 그래도 '꽃피달'을 정말 많이 사랑해주시는 분들이라면 그 시간도 잘 참고 기다려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혜리는 "KBS 사극을 하게 돼 영광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작품이 좋아서 꼭 참여하고 싶었다. 떠나보내기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꽃피달'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금주령이라는 소재가 신선했다. 한 번에 빠르게 읽었다. 이야기의 재미와 캐릭터 가진 매력이 많았다"며 "이야기와 캐릭터들의 밸런스가 잘 맞았던 작품이었다.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선택의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혜리는 2018년 개봉한 영화 '물괴'를 통해 첫 사극에 도전했다. '꽃피달'은 이혜리에게 첫 드라마 사극이다. 하지만 이혜리는 "오랜만에 사극을 하게 됐다. 사실 사극이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나 걱정보다는 강로서라는 인물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또 좋게 느낀 부분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강로서는 다른 인물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캐릭터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 매력적이고, 효과적이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며 "'물괴'와 '꽃 피면 달 생각하고'는 장르 자체가 다르다. 영화 연기라서 달랐다기 보다 장르에 대한 차이가 컸다. 크리쳐물과 로맨스 사극을 대할 때 입장이 달랐다. 매체의 차이 보다는 장르의 차이가 더 컸다"고 설명했다.
이혜리 /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이혜리 /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이혜리는 "드라마는 영화보다 호흡이 길다. '꽃 피면 달 생각하고' 촬영이 끝났을 때는 오랫동안 여운이 있었다. 7개월이 넘게 촬영을 하다 보니 여운이 오래갔다. 실감이 나질 않더라. 다른 작품들이 끝났을 때는 '슬프다'거나 '끝났다'는 기분이 들었다. '꽃 피면 달 생각하고' 현장과 작품은 촬영이 끝난 다음날 아침에도 '일하러 가야되는데', '촬영하러 가야하는데'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여운이 길었고,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여행을 좋아한다던 이혜리는 "예전에 촬영할 때도 느낀 거긴 하지만 사극을 하면 국내 예쁜 곳을 속속히 찾아가서 촬영한다. 그러다 보니 국내 여행도 정말 행복하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예쁜 경치를 보면서 촬영했고, 힐링했다"며 웃었다.

그렇다고 좋았던 점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이혜리는 "어려웠던 건 아무래도 '꽃피달'은 평범한 것과 달리 특별한 시대다.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 모습이다. 그래서 되게 낯선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면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극중 이혜리는 강로서로 분했다. 강로서는 생계형 밀주꾼으로 돈 되는 일이라면 힘쓰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다. 이혜리는 강로서를 준비하면서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이혜리 /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이혜리 /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이혜리는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았다. 메이크업을 하지 않았던 드라마가 많긴 했지만 이번엔 메이크업을 거의 안했던 것 같다. 지금은 네일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촬영 때는 반짝이는 투명 매니큐어도 바르면 안 된다"며 "'꽃피달'에서 술을 빚는 신이 많아 손이 많이 노출됐다. 남장, 기생 등 많은 변신을 하는 인물이기에 외적인 스타일과 애티튜드의 변화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또한 "자주 접하지 못했던 캐릭터였다. 로서는 지금 시대와 다른 가치관 속에서 확고한 자기 주장이 있고, 자신의 일을 추구해 나가는 인물이다.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이질적으로 다가가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했다.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감독님과 조율을 많이 했다. 작가님에게도 로서가 어떤 인물인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걸 표현해도 되겠다' '이렇게까지 가면 극적이겠다' 등과 같은 연구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혜리가 연기한 강로서는 원칙주의자 남영(유승호 분)과 티격태격 하면서도 달달한 로맨스를 그려냈다. 이혜리는 "제작발표회 때 농담으로 '유승호 배우 사극 최고잖아요'라고 했다. 사실 진심 반, 놀림 반으로 이야기를 했었다. 유승호 배우가 있었기에 제가 걱정을 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제가 걱정되는 부분, 고민되는 부분을 1번과 2번 등으로 표현을 한다면 '1번과 2번 중 어떤 게 나은 것 같아?'라고 유승호 배우에게 물어보면 '네가 제일 편하고 자연스러운 걸로 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1번으로 하든 2번으로 하든 상관이 없다는 거다. 그 대답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 구체적인 말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 혹은 우려되는 지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그래서 제가 안정적으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역시 유승호였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혜리 /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이혜리 /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이혜리가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엇일까. 그는 "마음에 드는 장면이 많다. 저는 망월사에서 남영과 만나 꽃밭을 뛰어가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 마음에 든다"며 웃었다. 또한 키스신이 많았던 작품이 아니었냐는 물음에 "키스신이 많았었나? 생각보다 키스신을 오래 찍는 현장이 아니었다. 그래서 많았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16부 엔딩 키스신도 기억에 남는다. 로서가 먼저 키스를 하는 장면이라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강로서는 금주령을 깨기 위해 자신의 주장을 행동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혜리는 강로서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금기를 깨지 못한다. 하나 깬 금기가 있긴 하다. 데뷔할 때부터 작년까지 하루에 하나씩 꼭 일기를 썼다. 올해부터는 안 쓰고 있다. 일기를 쓰지 않는 게 저의 금기를 깬 것"이라며 "나를 얽매인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 초반에는 도움을 받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이로운 점이 딱히 없는 것 같은데 '왜 이걸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올해는 인기를 안 써보기로 했고,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

걸스데이 멤버들도 이혜리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고 했다. 이혜리는 "멤버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좋은 말을 해줄 때마다 '이거 찐이다'라고 생각한다. 멤버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줘서 고마웠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앞서 방민아는 "걸스데이가 없으면 저도 없다"고 말했다. 이혜리는 "(방민아가) 언제 그런 말을 했나"라며 "전 그 정도는 아니다. 제가 없을 정도는 아니다. 제게 걸스데이는 어떤 일이 생겨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이다.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슬퍼해주는 것보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같이 좋아해주는 건 어렵다고 하더라. 걸스데이는 좋은 일을 같이 좋아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자 가족 같은 의미"라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이혜리는 30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20대가 지난 것 같다. 제 스스로 생각을 해보자면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부지런하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지금 올해의 목표를 부지런히 건강히 살자로 정했다"고 며 "'꽃피달'을 마무리 하고 제일 많이 한 생각은 진중하게 연기를 대하고 싶다였다. 여러분들에게 들려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빠른 시일 내로 찾아뵙고 싶다. 아직 확정된 건 없다. 그런 작품이 어떤 게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건강하고 부지런하게 살아서 30대를 잘 맞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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