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YG엔터테인먼트의 간호사 성적대상화 지적
"제니 간호사 복장, 전형적인 성적 코드 답습한 의상과 연출"
YG 측 "특정한 의도 없어…해당 장면 편집 논의 중"
사진=그룹 블랙핑크 '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 캡처
사진=그룹 블랙핑크 '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 캡처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가 신곡 '러브식 걸즈(Lovesick Girls)'에서 짧은 치마와 몸에 딱 붙는 간호사 코스튬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중과 일부 간호사들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이 콘셉트를 지적했다. 이에 YG엔터테인먼트는 "특정한 의도는 없었다"고 사과하면서도 "뮤직비디오도 하나의 독립 예술 장르로 바라봐달라"고 밝혔다.

블랙핑크는 지난 2일 정규 1집 '디 앨범(The Album)'을 발매했다. 데뷔 4년 만에 처음 발매하는 정규앨범이어서 글로벌한 관심을 받았다. '디 앨범'은 음원 공개 직후 미국을 비롯한 총 57개국 아이튠즈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또 미국 애플뮤직 앨범 차트 전체 7위, 팝 앨범 차트로써는 정상을 꿰찼다.

타이틀곡 '러브식 걸즈'와 '러브식 걸즈' 뮤직비디오에 대한 관심 역시 뜨거웠다. 영상만 게재하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유튜브 퀸'의 신곡 뮤직비디오여서 열띤 반응이었고, 뮤직비디오 속 제니의 의상에 성적인 코드가 있어 논란으로 뜨거웠다.
그룹 블랙핑크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그룹 블랙핑크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문제가 된 것은 제니의 의상이다. 제니는 간호사 복장을 하고 등장했는데, 짧은 치마와 몸에 딱 붙는 상의는 물론이고 하트 모양이 그려진 모자, 화려한 네일 아트, 하이힐 등 간호사 복장과는 동떨어진 착장으로 지적을 받았다.

해당 장면을 본 대중과 일부 간호사들은 불쾌감을 느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5일 논평을 내고 "블랙핑크 '러브식 걸즈' 뮤직비디오에 속 헤어캡, 타이트하고 짧은 치마, 하이힐 등 현재 간호사의 복장과 심각하게 동떨어진 복장은 전형적인 성적 코드를 그대로 답습한 복장과 연출"이라고 꼬집었다.

또 "간호사는 보건의료 노동자이자 전문의료인임에도 해당 직업군에 종사하는 성별에 여성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성적 대상화에 노출되고 전문성을 의심받는 비하적 묘사를 겪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오랜 기간 투쟁해왔음에도 어느 때보다도 여성인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2020년, YG 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에서 간호사를 성적대상화해 등장시켰다"고 비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실제 병원 현장에서 간호사들은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감염의 위협을 무릅쓰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간호사를 영웅시하는 분위기도 조성됐지만 이면에서는 여전히 간호사를 '야', '아가씨'와 같은 호칭으로 부르고, 입원 스트레스를 푸는 등 갖은 갑질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현실을 전하면서 "대중문화가 왜곡된 간호사의 이미지를 반복할수록 이러한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라고 했다.

이들은 "여성과 간호사에 대한 성적대상화와 성상품화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YG엔터테인먼트의 책임있는 대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룹 블랙핑크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그룹 블랙핑크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이에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6일 '러브식 걸즈' 뮤직비디오 속 제니의 복장을 두고 간호사와 대중에게 사과했다.

YG는 "먼저 현장에서 언제나 환자의 곁을 지키며 고군분투 중인 간호사 분들에게 깊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전했다.

이어 "'러브식 걸즈'는 우리는 왜 사랑에 상처받고 아파하면서도 또 다른 사랑을 찾아가는지에 대한 고민과 그 안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 곡"이라며 "'러브식 걸즈' 뮤직비디오 중 간호사와 환자가 나오는 장면은 노래 가사 'No doctor could help when I’m lovesick(내가 상사병에 걸리면 어떤 의사도 도울 수 없어)'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YG는 "특정한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왜곡된 시선이 쏟아지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뮤직비디오도 하나의 독립 예술 장르로 바라봐 주시길 부탁드리며, 각 장면들은 음악을 표현한 것 이상 어떤 의도도 없었음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제작진은 해당 장면의 편집과 관련해 깊이 고민하고 논의 중이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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