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의 무대는 왜 <슈퍼스타K2>를 넘어서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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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의 결선무대의 가장 아쉬운 점은 인상적인 무대의 부재다. m.net 의 결선에는 강승윤의 ‘본능적으로’처럼 출연자의 인생을 바꿔 놓을 만큼 인상적인 무대들이 종종 나왔다. 반면 의 무대는 아직 그런 순간이 없고, 이 때문인지 음원 판매도 부진하다.

출연자들의 실력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두 프로그램의 차이에서 시작된다. 는 스타를 원하고, 은 가수 그 자체를 추구하는 쪽에 가깝다. 스타는 어느 누구와도 구별되는 존재감이 우선이다. 때문에 는 무엇보다 ‘다름’을 요구한다. ‘TOP11’이 저마다 분명한 캐릭터와 개성을 가지고 있었던 이유다. 반면 은 출연자들이 기성 가수의 레벨에 도달할 것을 요구한다. ‘성장’이 키워드인 셈이다. 은 발전 가능성을 보고 권리세를 ‘TOP12’에 올리는 대신 어쿠스틱 기타를 치고, 복고풍의 음악에 강점이 있는 등 캐릭터가 뚜렷한 이동미를 탈락시켰다. 권리세는 당장 실력이 부족해도 성장 가능성이 있지만, 목상태가 극단적으로 좋지 않은 이동미는 더 나아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은미를 비롯한 멘토들이 백청강에게 계속 비음을 제거하라는 주문한 이유도 그들의 성장을 위해서다. 기성 가수의 눈으로 볼 때 어색하거나,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모두 고쳐야 한다.

멘토 시스템에 대한 지나친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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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성장’이 전문가가 아닌 시청자의 눈에 보일 정도로 이뤄지긴 힘들다는 점이다. 멘티들의 무대가 늘 비슷비슷해 보이고, 심사하는 멘토들의 심사평에 공감하기어려운 이유다. 는 참가자들에게 스타성에 필요한 캐릭터를 심어주려고 노력한 것처럼, 무대 기획과 연출 역시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눈에도 다르게 보이게 하는데 노력했다. 참가자가 바뀔 때마다 무대 분위기를 아예 바꿨다. 는 ‘이문세 미션’에서 ‘이별이야기’를 부른 박보람 뒤에 현악 세션을 세웠고, ‘조조할인’을 부른 허각에게는 극장 세트를 만들어줬다. ‘빗속에서’를 부른 존 박의 무대에는 블루지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무대에 전에 없던 그랜드 피아노를 올렸다. 8명의 무대에는 모두 다른 톤의 조명을 썼다.

반면 은 ‘조용필 미션’에서 ‘위대한 탄생’ 밴드를 중심으로 출연자에 따라 조금씩만 무대 변화를 주는 정도에 그쳤다. 셰인이 피아노를 치다가 일어나 리듬을 타는 변화를 줬는데도 불구하고 조명은 그대로였다. 정희주의 무대에서는 드라이아이스를 뿌린 정도가 가장 큰 변화였다. 모든 곡의 연주는 같은 밴드에 의해 같은 색깔로 통일됐고, 참가자의 개성은 반영되지 않았다.

무대의 문제는 제작진이 의 멘토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대문이다. 결선 첫 회를 제외하면 출연자들의 편곡은 각각의 멘토 쪽에서 하고 있다. 선곡, 편곡, 멘티의 성장 모두 멘토 시스템 하에서 이루어진다. 반면 의 무대는 제작진의 몫이다. 그러다 보니 멘티의 캐릭터와 편곡에 어울리는 특색있는 무대가 조율되기 어렵다. 멘티에 맞춤으로 제공되는 무대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멘토가 무대 연출까지 관여할 수는 없다. 멘토의 권한 밖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멘토는 무대에는 관여하지 않고, 제작진은 세밀한 무대 기획을 하지 않는다. 가 선곡에 따라 유리한 출연자가 있었다는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어느 멘토 팀에 유·불리한 무대가 만들어졌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무대에서는 멘티들의 성장이 시청자의 눈에 보일 만큼 부각되기는 어렵다.

참가자들에게는 너무 어려웠던 조용필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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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연출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 이문세를 미션 주제로 택한 것은 치밀한 계산의 결과다. 이문세는 세련되고 분명한 멜로디라인이 특징이다. 멜로디라인만 살려내면 곡을 재해석할 여지도 크다. 멜로디라인이 분명해서 조금 떨어지는 보컬이 노래를 해도 나름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아이돌 가수, 싱어송라이터, 남자, 여자 솔로 가수, 그룹 가리지 않고 수없이 그의 노래를 리메이크 하는 이유다. 그만큼 전 세대의 공감을 얻을 수도 있다.

반면 에서 선택한 조용필의 노래는 부르기도 어렵고, 조용필과 다른 색깔을 내는 것도 어렵다. 원곡 자체의 완성도가 높고, 노래를 조금만 바꿔도 곡의 매력이 확 떨어질 수 있다. 백청강이 부른 ‘미지의 세계’는 도입부부터 하이톤의 고음으로 시작되는데, 단순히 고음을 지르는게 아니라 절제하면서 리듬감을 만들어 내야 한다. 셰인의 ‘단발머리’는 과거 015B가 리메이크하면서도 원곡을 변화시키는건 의미가 없다고 할 정도로 원곡의 사운드와 독특한 가성 창법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왕’ 조용필의 노래를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의 무대는 기대했을 폭발력을 만들지 못했다. 조잡한 MR 반주에 비해 완성도 있고 안정감 있는 ‘위대한 탄생’ 밴드의 도움으로 무대 완성도는 전체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회자될만한 강렬한 무대는 없었다.

의 ‘위대한 무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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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에 비하면 훨씬 착하다. 지나친 캐릭터 만들기에 골몰하지 않고 참가자들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파고 들지도 않는다. 대신 정 깊은 사제지간의 모습에서 감동을 추구했고, 멘토 시스템은 멘티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우도록 했을 것이다. 평균적인 무대 연출은 보다 오히려 나은 점도 있었다. 어쩌면 의 참가자보다 의 멘티들이 쇼가 끝난 이후에 겪을 부작용은 훨씬 더 적을지도 모른다. 긴 안목으로 보면 단기간에 수정할 수 없는 단점들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고치게 만든 이 멘티들의 음악 인생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무대에서 멘티들의 개성을 확실히 끌어내지 못하면서 무대와 별개로 투표 결과가 결정되는 듯한 인상을 주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무대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의 가장 큰 아쉬움이다. 5인의 멘티만 남은 지금 에 필요한 건 참가자들을 멘토 손에 맡겨두고 제작진은 생방송 준비만 하고 마는 것이 아니다. 참가자들의 음악적 특성을 연구해 그들의 매력이 드러날 수 있는 무대를 준비해야 한다. 의 시청률은 이미 성공적인 수준이지만, 아직 정말 위대한 쇼가 되지는 못했다.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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