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샤우팅>에는 춤에 있어서 소위 ‘각’이 나오는 배우 둘이 있다. 한 명은 빅뱅으로 다져진 승리이고, 다른 한 명은 발레에서 힙합까지 세상 모든 춤을 추는 뮤지컬배우 문예신이다. <록키호러쇼>의 리프라프, <그리스>의 케니키, <바람의 나라>의 괴유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배우와 댄서 외에도 안무가 서병구를 도와 조안무로 활약하고 있다. 국립극장에서 발레공연을 하기도 했고 한예종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던 그가 뮤지컬로 뛰어들었던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사랑받는 것’을 유일한 꿈으로 가진 이 외로운 배우를 <샤우팅> 공연장에서 만났다. 인터뷰를 보기 전, 그가 출연한 공연영상을 먼저 보기를 권한다.

<샤우팅>에서 가장 먼저 임팩트를 남기는 인물은 오프닝으로 등장하는 극 중 아이돌 맥스다. 그들에 대한 소개가 나오지 않는데, 맥스에서 무얼 맡고 있나. (웃음)
문예신
: 맥스의 리더를 맡고 있다. (웃음) 오프닝을 담당하고 있지만 연습하는 동안 안무를 짜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사실상 무대에서는 나 외의 2명 맥스 친구들에게 기대가는 면이 많다.

“‘각’이 사는 대성과 승리는 귀신같았다”

기대간다고는 하지만, 제일 눈에 띈다. 길게 찰랑거리는 헤어스타일 덕인 것 같기도 하고.
문예신
: 헤어 하시는 분이 빅뱅이랑 2NE1을 담당하시는 분이다. 평소에는 사실 민망해서 동네를 잘 못 돌아다닌다. 하하. 그리고 원래는 곱슬머리인데, 이번에 스태프들이 찰랑거리는 게 좋겠다 해서 매직을 했다. (웃음)

이번 작품엔 배우이자 스태프인 셈인데, 조안무로는 어떻게 참여하게 된 건가.
문예신
: 그동안 <바람의 나라>나 <대장금>에서도 내가 추는 부분은 안무를 스스로 짰었다. 내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게 힙합과 발레인데, <샤우팅>은 장르도 힙합이고 전체안무를 같이할 수 있어 도전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안무 시켜달라고 졸라서 스태프로도 참여하게 된 거다. (웃음)

배우 외 조안무로 작품에 참여하면서 특별히 어렵다고 느꼈던 적은 없나.
문예신
: 맥스가 부르는 원타임의 ‘핫 뜨거’와 듀스의 ‘나를 돌아봐’는 힙합스타일에 무용적인 구성을 접목시켜서 100% 새롭게 만들었다. 독창적인 무브먼트를 만드는 건 어릴 때부터 해왔던 거라 특별히 어렵진 않았는데 남을 가르친다는 건 많이 힘들더라. (웃음) 함께해야 하는 작업인만큼 깨지기도 많이 깨지고,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 그리고 대성이랑 승리가 너무 잘 따라 해서 놀랐다. 귀신같았다. 역시 탑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안무라는 게 포인트가 중요한데, 그런 부분들을 잘 아는 아이들이었다. 소위 ‘각’이 산다고 하지 않나. (웃음)

그 외에도 이번 작품을 연습하면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나.
문예신
: 연습 한 달째 됐을 때 밤새 안무 짜다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보다. 그래서 잇몸이 부었었다. 사실 일주일만 치료를 받으면 나았을 텐데 못 받아서 이를 뽑았다. 내 혼이 담긴 안무다. 하하.

“나는 모든 장르를 추는 멀티 댄서가 꿈이었다”

춤 얘기를 해보자. 춤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문예신
: 초등학교 때 마이클 잭슨을 너무 좋아해서 그를 따라 했다. 스트릿댄스와 비보잉으로 시작했고, 전문적으로 춤을 배워야겠다 생각해서 중학교 때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재즈댄스를 동시에 배웠다. 공교롭게도 로얄발레아카데미 산하의 학원이라서 발레를 열심히 했고, 서울예고에서 전공을 했다. 발레를 하는 도중에도 스페이스 A의 ‘주홍글씨’, ‘입술’ 같은 안무도 만들고 백업 댄서로도 활동했다. 그리고 발레로 국립극장에서 공연도 했고. (웃음) 그 후 한예종에 현대무용 전공으로 들어가게 됐는데, 그것도 예고 시절 현대무용 전임선생님이 교수로 들어가면서 나를 데리고 들어간 거였다. 그래서 발레 선생님들한테 많이 혼나기도 했다. 옛날부터 워낙 시한폭탄처럼 빵빵 터뜨리는 게 많았다. (웃음)

발레, 현대무용, 방송안무까지 너무 다양한 것을 하다 보니 순수하게 하나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얄밉게 보였겠다.
문예신
: 아무래도 그랬던 것 같다. 10년 전만 해도 모든 장르를 출줄 아는 멀티 댄서라는 개념이 외국에도 없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이해를 못 했다. 하지만 난 그게 꿈이었다. 그래서 대학을 관두고 군대에 갔는데 제대를 하고 나서는 다시 무대에 서야겠더라. 춤으로는 못 서겠으니 연기를 가르쳐달라고 했다. 그렇게 연극을 시작했고, 이지나 연출을 만나게 된 거다.

한동안 ‘이지나의 페르소나’로 불릴 만큼 그녀의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록키호러쇼>로 데뷔를 했고 이후 <그리스>, <바람의 나라>, <대장금>으로까지 이어졌는데, 문예신에게 이지나는 어떤 존재인가.
문예신
: 나의 첫 번째 선생님이다. 어릴 때는 무대 위에서의 희열을 느꼈지만 그 이후로는 무뎌져 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나 선생님을 만나고 다시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은 모두 특별한 배역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대장금>과 <샤우팅> 같은 경우는 앙상블로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데.
문예신
: <록키호러쇼>의 리프라프로 데뷔를 했는데, 너무 쉽게 메인부터 한 거다. 그래서 그런지 그 이후로 잘 안됐었다. 작품들이 엎어지기도 하고, 캐스팅이 변경되기도 해서 생각을 바꿨다. 주변에서도 ‘넌 불운한 배우니까 때를 봐라. 언젠가 또 기회가 오니까 어쨌건 붙어 있어라’고 하더라.

“단순하지만 사랑받는 것이 꿈이다”

최근 <더 라이프>, <바람의 나라> 등 작업하기로 했던 작품들에 참여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상처받진 않았나.
문예신
: 아홉수. (웃음) 힘들었고, 피눈물이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곳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곳이고, 춤은 내가 제일 잘하는 거니까 사실 내가 연출가라도 나를 댄서로 활용할 것 같다. (웃음)

춤과 연기, 자신이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충돌이 일어나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연기에 대해선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문예신
: 노래레슨은 꾸준히 받고 있다. 그리고 연기는 어쨌건 프로 배우라서 어디서 배우기가 어렵더라. 그래서 연기는 무대에서 해야 되는데 기회가 잘 없다. 그래서 일단은 지켜보고 있다. 이 바닥에 어쨌건 붙어 있자고. 하하. 그리고 2007년에는 양지은 감독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라는 독립영화를 찍었는데, 사장될 줄 알았던 영화가 이번 제8회 제주영화제에서 상영된다. 발레리노를 꿈꾸던 남자가 우울증을 앓고 환상에 빠진다는 내용인데, 그 영화에서도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웃음)

8월 23일이면 <샤우팅>의 짧은 공연을 마친다. 이후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
문예신
: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해서 만든 창작뮤지컬에 출연하게 됐다. 지금 연습 중이고, <샤우팅> 끝나면 바로 시작할 것 같다.

<샤우팅>은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문예신의 꿈은 뭔가.
문예신
: 꿈은 딱 하나다. 사랑받는 것. 어릴 때 갈색 곱슬머리에 외국인처럼 생긴 외모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는데, 춤을 추면 사람들이 날 너무 좋아해 줬다. 그래서 무대에 서는 이유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서다. 되게 단순하다. (웃음) 근데 지금까지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그리고 일단 뮤지컬에 들어왔으니 전문배우로서도 실력이 나아졌으면 좋겠고, 그만큼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사랑을 주세요. 하하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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