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조관우 / 사진제공=제이컴엔터테인먼트
조관우 / 사진제공=제이컴엔터테인먼트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관계에 있어서 더욱 그렇다. 사람이 존재하는 모든 영역에서 소통의 부재는 화를 낳는 법이다. 그래서 가수 조관우도 ‘소통’을 택했다. 1994년 ‘마이 퍼스트 스토리(My First Story)’로 데뷔한 그는 특유의 가성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다. ‘늪’ ‘꽃밭에서’ ‘영원’ 등은 그런 조관우의 음색이 돋보이는 곡이며, 덕분에 숱한 가수들 중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선명히 드러낼 수 있었다.

하지만 뚜렷한 색깔은 고집으로 이어졌다. 불현듯 ‘고여 있는 물’을 떠올렸고, 조관우에겐 새로운 꿈이 생겼다. 젊은이들과 같은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게 식사를 하는 것.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내 주장만 펼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받아들이며 호흡하는, 조관우가 바라는 진정한 소통이다.

내년 상반기, 14년 만에 정규 9집을 발표하고 변화의 첫 발을 뗀다. 앞서 ‘겨울 이야기 파트2(Part2)’를 내놓으며 시동을 걸었다.

10. 정규 음반 발매를 앞두고, ‘겨울 이야기 파트2’를 먼저 공개했다.
조관우 : 젊은 작곡가들이 붙어서 한층 젊은 분위기로 만들었고, 가급적이면 기존의 창법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면 순간적으로 혹할 수는 있지만, 지겨울 수 있다. 그런 부분을 배제했다. ‘겨울 이야기2’ 뿐만 아니라, 정규 9집에 담긴 다른 곡들도 그렇다.

10. 조관우라고 하면 떠오르는 창법이 있고 그게 매력이기도 한데, 뺀 이유가 있나.
조관우 : 옛날처럼 강하고 한 번에 와 닿을 수 있는 걸 원하는 분들도 있긴 한데, 가령 그런 거다. 비슷한 부류의 영화가 떴는데, 더 잘 만들어도 그 부류에 속하지 않나. 그래서 이번엔 가급적이면 작곡가들이 원하는 쪽으로 가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했다. 고집을 피우면 옛날스러워질 것 같았다.

10. 사실 ‘겨울 이야기2’를 듣고 조관우의 음색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의아했는데, 의도한 바라고 한다면 성공한 거다.
조관우 : 그렇게 느낄 곡들이 많을 것 같다. ‘겨울 이야기2’를 먼저 내놓은 건, 지금 계절과 잘 맞을 것 같았고 오랜 기간 준비해온 9집을 열기 전 예고 같은 거다.

10. 어째서 13년이나 걸렸을까.
조관우 : 음반 시장이 불황이지 않나. 음반 판매만으로도 살 수 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디지털 음반화됐고 불안하니까 투자자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 머뭇거리다가 20주년이 될 때, 음반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어려웠지만, 현재의 좋은 팀을 만나 의기투합해서 준비를 시작했다. 늦어졌는데, 시스템은 잘 만들어졌다. 10곡 정도 작업을 했는데 갈비뼈 부상을 입어서 잠깐 멈췄다.

10. 노래를 부르다가 다쳤다고.
조관우 : 사실 누가 들으면 오해할 부분이다.(웃음) 노래를 하다가 갈비뼈가 나가다니, 나도 처음 해보는 경험이다. 늦출 수 없어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다시 녹음을 진행 중이다.

10. 오랜만인 만큼 욕심도 생겼을 것 같다.
조관우 : 지금까지도 욕심은 많았다. 그런데 과하니 넘칠 뿐이더라. 조금 부족하더라도 젊은 작곡가들의 의견을 잘 들으려고 했다. 지금까지는 내 고집대로 만들어졌다면, 이젠 작품자들을 믿고 가고 있다.

조관우 / 사진제공=제이컴엔터테인먼트
조관우 / 사진제공=제이컴엔터테인먼트

10. 확 바뀐 건데, 계기가 있나.

조관우 : 35년 전에 머물러 있으면서, 세월을 뛰어넘는 음악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뭐가 늘었고, 변화했는지는 스스로 가늠할 수가 없다. 그걸 냉정히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작품자이다. 반복되는 이야기이긴 한데, 내 욕심을 채워 넘치기 보다 전문 작곡가들이 좀 더 세련되게 나를 만들어줄 것 같았다. 밥과 김치가 좋아도, 때론 신선한 퓨전 음식도 당기지 않나. 현재와 과거의 가운데 지금에 올 수 있겠다 싶었다.

10. 생각이 변한 만큼 음악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졌겠다.
조관우 : 내가 음악을 시작했던 시절에는 언더그라운드 형태가 그리 인정을 받지 못 했다. 통기타 위주의 곡들이 유행했던 시기였고, 사람들은 대학가의 음악을 좋아했다. 그래서 음악에도 한계점이 있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실력 있는 밴드들과 음악 작업을 하다 보니, 좀 튀는 편이었다. 그룹사운드에 속해 있었고 방송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언더그라운드 싱어로서는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에 머물러 있는지를 몰랐다. 좋은 선배들 밑에서 배워 앞서 간 건 있었겠지만 그게 다였다.

디지털 싱글로 음악산업이 바뀌고 과도기가 있었는데,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나태했다. 현재의 가요 시장을 보면, 잘 하는 가수들도 많고 높은 수준의 음악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아시아, 넓게는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엔 욕심도 많았고, 자신감도 넘쳤다. 13년이 지난 지금 느낀 건, 모든 음식이 변했는데 나만 과거를 고집하면 같이 식사를 못할 것 같더라. 젊은 친구들과 한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싶었다. 그게 소통 아닌가. 변화의 중심에는 그런 마음이 있었다.

10. 예전부터 작업하던 이들은 놀라기도 하겠다.
조관우 : 나는 변화하고 싶다. 김현철, 주영훈 등이 ‘어째서 형만의 것을 버리려고 하느냐’고 하더라. 그런데 새로운 스타일이 또 맞을 수도 있는 거다. 더 좋은 게 나올지도 모를 일이고, 그래서 변화가 좋다.

10. 하지만 분명 쉽지는 않았을 거다. 변화하는 과정에서 내려놓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조관우 : 알게 모르게 조금씩 힘든 건 있었다. ‘왜 꼭 이걸 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마음을 여니 달라지더라. 녹음을 할 때 우는 곡들이 있는데, 그런 노래는 어김없이 인기를 얻곤 했다. ‘늪’ ‘영원’ ‘길’이 그랬다. 이번에도 그런 곡이 두 곡 정도 있다. 내키지 않아 하면서 녹음실에 들어갔는데, 결과물이 굉장히 좋았고 감성을 울리더라.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곡도 이렇게 나오는구나’ 싶었고, 그러면서 더 즐기게 됐다.

10. 사실 소통의 시작은 아들이 아니었을까. 음악을 하는 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조관우 : 많이 받았다. 노래 라인에서 벗어나는 걸 흔히 애드리브라고 하는데, 그건 첫 째에게 많이 도움을 받았다. 둘째는 직접 작사, 작곡, 편곡까지 하는 친구라 음악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 다른 감각을 갖고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

10. 둘째 아들이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 우려는 없었나.
조관우 : 나의 경우는 아버지가 반대를 했다. 그래서 집을 나와서 음악을 할 수밖에 없었고,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울 수 없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래서 아들이 하고 싶다고 한다면, 할 수 있는 한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내가 그 부분에 대한 한이 있으니까. 둘째가 초등학교 3학년 때,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싶다고 해서 선생님을 불렀다. ‘주걸륜처럼 되고 싶다’고 하더라. 학교를 가기 전부터 피아노를 치고, 돌아와서도 피아노 치는 게 일이었다. 그리고 1년 만에 콩쿨을 나가서 입상을 하고. 그리고는 알아서 재즈를 시작하는 식이었다. 우려가 있긴 하지만, 음악에 대한 관심이 있고 게다가 재능도 있는데 막는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그저 하고 싶어 하는 걸 살려주는 게 내 역할인 것 같다.

10. 아들, 그리고 젊은 작곡가 팀과 소통해서 완성된 음반이 2017년에 나온다. 내년이 기대되겠다.
조관우 : 컬래버레이션도 있고, 외국 공연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서 영어로 만든 곡도 있다. 터닝 포인트라기 보다, 바빠지는 걸 원한다. ‘겨울 이야기 파트2’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으로 탄생했다. 여러 가지 감정들, 만감이 교차할 때 나온 곡이다. ‘늪’으로 조관우란 이름을 많이 알리고 유명해졌는데 그땐 몰랐다. 팬들이 항상 내 주위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그걸 바라보지 못 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가 있어서 작사가에게 이야기를 했고, 그걸 토대로 가사를 지었다.

이렇게, 정규 9집에 담긴 모든 노래는 소통에서 나온 거다. 그렇게 대중과 다시 마음을 나누고 싶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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