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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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PD. 1990년대 PC통신에서 한국 힙합을 향해 주옥같은 디스를 날린 사람이자, 2000년대 인순이가 피처링한 ‘친구여’를 통해 힙합의 대중화에 일조했다. 2010년대에는 후배 양성의 길로 날개를 펼쳤다. 그러나 힘찬 날갯짓도 잠시, 곧 소송에 휘말리며 조PD는 불운의 제작자가 되는 듯했다. 그런 조PD가 16일 총 6곡 수록된 미니앨범 ‘In Stardom V3.0’를 발표하며 2년 만에 가수로 돌아온다.

조PD가 잠시 제작자로 힙합계에서 한 발 물러나있던 사이, 그동안 힙합은 많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대중적인 장르로 올라섰다. 유명 힙합뮤지션 다이나믹 듀오는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며, 랩배틀을 다룬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가 시즌2까지 방영됐다. 지드래곤과 같이 아이돌계에서도 걸출한 힙합 뮤지션이 배출됐다. 힙합의 위상도, 수준도 한껏 높아진 지금, 힙합 1세대의 대표주자인 조PD는 어떤 힙합을 들려줄까. 지난 4일 서울 이태원 ?코스 애비뉴에서 돌아온 조PD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Q. 2년만의 앨범 발표다. 소감이 어떤가?
조PD :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첫 방송이나 쇼케이스를 해야지 어떤지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Q. 앨범 준비를 하겠다는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
조PD : 사실 계획 없이 앨범 준비를 시작했다. 앨범 수록곡 중 5번 트랙이 연습생들이 연습하는 데모곡이었는데 내가 한 번 부르고 재미있다고 느꼈다. 그러면서 ‘한 번 해볼까?’라고 생각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곡 수집을 하게 되면서 앨범을 발표하게 됐다. 또 그 사이에 이야기가 많이 쌓이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아져서 가사를 쓰면서 순조롭게 진행됐다. 두 달 정도 준비했다.

Q. 요즘 힙합 음악이 인기가 많다. 1세대 힙합이라 부담스럽지는 않나?
조PD : 많이 내려놨다(웃음). 겹치는 음악, 차트에서 들을 수 없는 음악을 부르려고 노력했다. 만약 내 앨범이 잘되면 이런 부류도 가능성이 있다는 걸 느낄 것이고, 안 되면 역시 아니고(웃음).

Q. 이번 앨범에는 다양한 장르가 수록됐다.
조PD : 여러 장르를 불러야 겠다고 딱히 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나는 콜라보작업(협력 작업)을 주로 했다. 그래서 함께하는 프로듀서가 잘하는 음악으로 노래를 불렀다. DEEZ(디즈)는 R&B, Jinbo(진보)는 레트로나 일렉트로닉, XEPY(제피)는 힙합을 베이스로 한 발라드가 각자의 전문 분야다. 그 프로듀서에 맞는 음악들에 내가 합을 맞추는 쪽으로 진행했다.

Q. DEEZ, XEPY, Jinbo 등 뮤지션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었을까?
조PD : 이전에는 내가 24시간 작업실에서 함께 노래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24시간 작업실에 없는 상황이기에 디테일한 완성도를 위해 실력자가 필요했다. 한 분 한 분씩 만나고 대화하고 알아가면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함께 작업했다. 앨범을 만들기로 했을 때, 다섯 명이 딱 떠올랐다. 어떻게든 같이 하고 싶었다.

Q. 처음에 Jinbo나 DEEZ의 음악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들은 것이었나?
조PD : 모두 우연히 알게 됐다. DEEZ는 CD를 받고, 비행기에서 잠자기 전에 처음 들었는데 듣고 잠도 못자고 토끼눈이 돼서 계속 들었다. Jinbo도 우연히 소개받아 영상팀 포트폴리오를 보고 알게된 친구다.

Q. 조PD라고 하면, PC통신 시절 인터넷으로 발표했던 혁신적인 음악들이 떠오른다. 이번 앨범은 그때처럼 혁신적인 자극은 느껴지지 않는다.
조PD : 그거 때문에 무리수를 두는 게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맞아 떨어지며 정말 좋지만, 할 수 있는 음악을 정직하게 하자는 그런 마음이다.

Q. 타이틀곡은 ‘Made in 이태원’이다. 평소에 이태원을 좋아하나?
조PD : 원래 좋아했는데 지금처럼 푹 빠지진 않았다. 이태원은 에너지가 정말 좋다. 특색 있는 공간들이 많아 볼수록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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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썩은 XXX 3’는 허세를 비꼬는 디스곡이다. 최근 벌어진 디스전과 연관이 있나?
조PD : ‘썩은 XXX 3’ 최근 벌어진 사건 훨씬 전에 녹음했던 곡이다. 디스곡의 허세적인 성향을 비꼬는 건 맞지만 그 사건을 욕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문화를 풍자한 것이다. 한국의 스웨깅 문화 자체가 너무 획일적이고 오래됐다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썩은 XXX 3’에 담긴 진짜 속내는 무엇인가?
조PD : 가사를 보면 요즘 어린 나이에 자본주의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을 풍자하고 있다. 사람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할 때는 여러 가지 잣대가 있는데 꼭 진지할 필요는 없지만 마음씨라든지 인간성이라든지 여러 가지로 높게 평가될 수 있다. 그런데 뭐가 있니 없니 등 겉모습만 보고 끝내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에 대한 꼬집음이다. 특정 대상과 상황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Q. 데뷔 전 PC통신 시절에 인터넷에 올린 랩의 내용에는 미국 랩 흉내 내기에 급급한 한국 힙합신을 디스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의 한국힙합을 비판할 게 있다면?
조PD : 비판할 것은 없다(웃음). 현재 힙합 프로듀서나 관계자들은 모두 10년 이상 인연을 가져온 친구들이다. 예전에 함께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요즘 모두 다 잘 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드럽고 상업적인 곡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양상이다. 힙합이 가진 장점 중 하나는 콜라보레이션하기 좋고, 여러 장르를 흡수하기 좋다는 것이다. 이걸 살려서 여러 가지 실험해 보고 좀 더 진취적으로 나가는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Q. 한국힙합에 대해 흔히 하는 비판 중 하나가 그들만의 리그, 허세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PD에게는 그런 문화가 없어서 새로웠었다.
조PD : 그래서 ‘왕따’ 같이 보이지 않았나? (웃음) 2집 때(1999년) T(윤미래)가 피처링한 적이 있다. 처음에 표정이 정말 안 좋았는데 나중에 친해져서 알고 보니 그때 T가 한국에서 힙합하는 애들이 나를 싫어한다고 하더라. 무슨 과정도 없이 앨범도 잘 팔리고, 언론에서 많이 이야기하니까. 그때 알게 됐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어색함이 없다. 세월의 과정 속에서 모두 풀었다. 예전에 나는 상처 없이 좋은 것만 부각됐던 시절이었고, 지금은 나도 굴곡이 겪다 보니 힘든 점을 서로 이해한다.

Q. 최근에 벌어진 디스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조PD :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대중들에게 힙합 문화가 좀 더 알려진 거 같다. 예전에 말했듯이 미국 랩 따라 하기에 급급했는데, 그 따라 하기의 수준이 정말 많이 올라왔다. 사실 힙합하는 후배 친구들 중에서 스윙스 정도까지 알고 있었는데 그 밑의 세대까지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Q. 그동안 이야기가 많고, 쓸 가사도 많아졌다고 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조PD : 13년 전에 발표된 나의 1,2집에는 내가 백수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어떤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담겼던 가사였다. 지금은 하고 싶던 것을 해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는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해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Q. 앨범 수록곡 중 가장 쉽게 써내려간 가사는 뭘까?
조PD : 전곡 다 1시간이 넘게 걸린 가사가 없다. 예전 3집 쯤 됐을 때 가사로 쓸 이야기가 없었다. 1, 2집에 살아온 이야기를 전부 다 해버리니 자꾸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됐다. 수년 간 음반 작업을 정말 힘들게 했다. 이제 다른 챕터로 돌아오게 되니 많이 쓸 말이 많이 쌓여 있더라.

Q. ‘달라진 건 없어’와 ‘It was a very good year(잇 워즈 어 베리 굿 이어)’는 최근 소송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조PD : 어렸을 때는 이상적인 일들을 많이 생각했다. 그러나 책이나 영화로 경험하는 것은 표면적인 것이고 진짜 삶에 왔을 때는 아예 다르게 느낄 때도 있었다. 그래서 본질적인 것에 대한, 밖에서 바라볼 때와 다른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제작자와 회사원으로 일을 해보니 홍보, 네트워크 운영, 인간관계 마찰 등 현실에서 부대꼈던 점들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그 노래 가사들은 막연하게 못해먹겠다는 건 아니었는데 지나보니 허심탄회하다는 마음이 섞인 가사들이다. 특히 ‘It was a very good year’는 ‘올해가 가장 좋은 해였다’는 뜻이다. 올해 나쁜 일도 벌어졌지만, 해결도 올해 했다. 남은 몇 개월 동안 이 해를 가장 좋은 해로 만들자는 다짐이 담겼다. 가사에서 인생에 변혁기가 있었던 시절을 나열했는데 그 해 만큼이나 올해도 다이내믹했지만, ‘잘해보자’라는 뜻이 있다.

Q. 블락비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지 않나?
조PD : 미련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잘 됐으면 좋겠다. 어린 나이에 굴곡을 많이 겪게 됐다. 이제는 잘됐으면 좋겠다.

Q. 새로운 남자 그룹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조PD : 13명으로 이뤄진 그룹이다. 이름은 ‘탑독(TOPPDOGG)’. 워낙 인원이 많다보니 안에 프로듀서도 멤버로 있고, 래퍼파트 멤버도 여러 명이다. 각 파트 전문가들의 집단을 만들고 싶었다. 한 사람이 전체적인 능력을 고루 가지고 있진 않지만, 자기분야에서는 최고다. 10월 말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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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에는 인순이나 이정현, 브아걸 등 여자 가수의 피처링이 없다.
조PD : ‘왜 안 했냐’고 묻는 사람도 있더라. 하지만 그때 했던 사람들과도 실력이 좋아 함께한 거지 잘 되서 윈윈이 될 거라는 생각하고 작업하진 않았다. 지금 함께한 사람들도 자기 내공 열심히 갖춘 친구들이다. 이 중에서 또 스타가 나올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이다. 이것으로 슈퍼스타가 되진 않겠지만, 자기 돌파구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Q. 요즘 가요계를 보면 원조의 귀환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조용필도 그렇고, 조PD도 어찌보면 힙합계의 원조가 아닌가?
조PD : 1세대라고 불린다는 이유로 조용필 선생님과 비교한다는 것은 감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웃음). 또 내가 먼저 나왔다고 내 자리를 찾고 싶다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속한 회사에 상처가 많이 났는데 회사에 속한 친구들이 나로 인한 피해는 안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다시 정상 궤도로 올려야겠다는 책임감으로 나왔다. 힙합의 정상을 탈환해야 겠다는 건 아니다. 내가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웃음).

Q. 지드래곤과 박진영도 컴백하면서 프로듀서(PD)들의 대전이라고도 한다.
조PD : 이렇게 몰릴 줄 몰랐다. 박진영이건 지드래곤이건 같은 달에 앨범을 발표한다고 해서 크게 피해야 할 될 건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나중에 또 앨범을 발표하는 스타들이 즐비하다(웃음).

Q. 싸이와 데뷔 전부터 알고 지낸 절친한 사이라고.
조PD : 사실 나와 싸이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절친으로 알려져 있는데 싸이가 나를 스토킹하면 내가 저리 가라고 하는 입장이었지 우리는 친구 이런 거 아니다(웃음). 지금 싸이가 월드스타라고 서로 위치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웃음). 내가 싸이한테 그런다. “호텔방도 못나가고 불쌍하다야” 이런 관계다(웃음).

Q. 싸이를 보면서 후배들이 세계로 가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을 거 같다.
조PD : 그런 생각은 많이 든다. 작년에 싸이가 MC해머와 공연한 것이 나에게 정말 큰 의미였다. 예전에 싸이가 ‘내가 해머처럼 모히칸 머리하고 선글라스 끼고 나가면 웃기지 않겠어?’라고 이야기하며 논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해머와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마돈나와 함께 춤을 춘 것도 그렇고 예전에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던 것들이 실현됐다. 미국 매니지먼트에는 스쿠터 브라운만 있는 것 아니다. 실제로 많은 미국 업계 관계자들이 싸이같은 를 발굴하려고 관심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 자신에게 온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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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활동 계획은?
조PD : 라이브 방송 위주로만 할동할 생각이다. 예전에 SNS를 이용한 무엇을 생각했는데 아직 다른 플랫폼을 무대로 삼기에는 과도기적인 것 같다. SNS가 등장했을 때 정말 기대도 컸고, 내 성격상 굉장히 빠진다. SNS가 일상화되고 한계점도 보이니 온라인 음악시장을 대체할 만한 기능은 아닌 거 같고 조금 더 관망해야 하는 타이밍인 거 같다.

Q. 제작자로서의 이미지가 강해져서 이번 앨범이 중요할 거 같다.
조PD : 원래는 가수로서 이미지가 강해 내가 가수를 키워도 ‘가수가 무슨 제작자야!’라고 했다. 나쁜 일이 터지고 나니 이제 오히려 제작자 이미지가 굳어졌다 (웃음). 아이러니하다.

Q. 연습생들에겐 선생님이기도 해서 또 다른 부담도 있을 거 같다.
조PD : 음반을 그만 만들자는 생각이 든 이유가 롤모델이 돼야 하는데 심판 받는 데에 가서 도마 위에 서버리면 어정쩡해질지 않을까라는 이유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느낌이 없었다. 이번 수록곡은 탑독에게 주면 어울리지 않는 곡이다. 탑독의 곡을 내가 무리하게 부르면 도마 위에 서는 것이다. 서로의 스타일이 다르니 그런 부담감을 덜었다.

Q. 미래의 YG를 꿈꾸나?
조PD : 소송이 터지기 전에 사업적인 제안이 많았다. 모두 ‘넥스트 YG’, ‘넥스트 무엇무엇’ 등 이런 식으로 제안해 왔다. 거기에 현혹돼 현장관리를 놓쳤다. 그래서 지난 6개월 정도 굉장히 많이 뒤돌아 봤다. ‘내가 잘못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래서 이번에는 회사 시스템을 아예 바꿨다. 예전에 관리팀 자체가 없었는데 지금은 관리팀이 제일 크다. 주위에 현혹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스타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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