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10리뷰, 다이나믹듀오, DJ 프리미어와 “손 머리 위로!”

    10리뷰, 다이나믹듀오, DJ 프리미어와 “손 머리 위로!”

    “뒤에 굉장히 무서운 선생님이 계신 것 같아요. 여러분 들어보세요. 지금 나오는 음악은 우리가 정말 힙합에 미쳐있었던 90년대의 진짜 힙합입니다.”미국 힙합의 거장 DJ 프리미어가 디제잉을 하자 다이나믹 듀오는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자신들이 어렸을 때 동경하던 전설의 DJ가 깔아주는 리듬에 랩을 하는 기분은 어땠을까?16일 홍대 인근 공연장 무브홀에서는 다이나믹 듀오와 DJ 프리미어의 쇼케이스가 열렸다. 이날 무대는 둘의 합작 앨범 ‘어 자이언트 스텝(A Giant Step)’ 발매를 기념해 열렸다.올해로 활동 30주년을 맞이한 DJ 프리미어는 나스, 제이지, 블랙아이드피스, 카니예 웨스트 등과 작업한 미국 유명 힙합 프로듀서로 꼽힌다. 다이나믹듀오는 지난 2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음악박람회 ‘미뎀’에서 공연한 것을 계기로 DJ 프리미어 측의 러브콜을 받아 이번 작업을 진행하게 됐다.먼저 무대에 나온 DJ 프리미어는 비트를 깔고 분위기를 달군 후 직접 다이나믹 듀오를 소개했다. DJ 프리미어가 “메이크 섬 노이즈(make some noise)”를 외치자 관객들은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함성을 질렀다. 다이나믹 듀오는 DJ 프리미어와 함께 작업한 신곡 ‘에이아오(AEAO)’로 스타트를 끊은 후 흥겨운 무대를 만들어갔다. 최자는 “두 곡 불렀는데 벌써 지친다. 오늘처럼 두 곡을 이렇게 열심히 불러본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 형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게 몇 번이나 되겠는가? 여러분은 그 현장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라며 감격스러움을 표했다.이날은 DJ 프리미어가 한국에서 처음 공연을 갖는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공연 중간에 다이나믹 듀오가 무대 뒤로 들어가자 DJ 프리미어의

  • 걸스데이 첫 콘서트, 상큼하게 피어난 4년 성장의 꽃

    걸스데이 첫 콘서트, 상큼하게 피어난 4년 성장의 꽃

    걸그룹 걸스데이의 성장기가 찬란하게 펼쳐졌다.걸스데이는 13일 서울 광진구 악스코리아에서 데뷔 첫 번째 단독콘서트를 개최했다. 이 날 걸스데이는 데뷔곡 ‘갸우뚱’부터 14일 발표할 신곡 ‘달링’까지 모두 선보이며 걸스데이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모두 선보였다. 콘서트는 ‘반짝 반짝’, ‘한 번만 안아줘’ 등의 귀여운 콘셉트, ‘기대해’, ‘썸씽’ 등의 섹시한 콘셉트까지 데뷔 이후 소화했던 다양한 콘셉트를 모두 선보이며 걸스데이의 역사를 한눈에 확인하는 자리였다.걸스데이는 정규 1집의 인트로 ‘걸스데이 월드’로 콘서트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걸스데이를 섹시 걸그룹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시킨 정규 1집 타이틀곡 ‘기대해’를 선보였다. 콘서트장은 마치 군부대 공연에 온 듯 남성 관객들의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 묵직한 응원 구호가 공연장 사이사이 울려 퍼졌다. 소진은 “‘기대해’부터 너무 큰 소리로 응원해주셔서 어떻게 노래를 불렀는지도 모를 정도로 감동했다”고 전했다.걸스데이는 공연 내내 상큼한 미소로 관객을 즐겁게 했다. ‘갸우뚱’, ‘너! 한 눈 팔지마’, ‘오 마이 갓’, ‘잘해줘봐야’ 등 예전 노래를 부르는 걸스데이의 모습은 예전과 다른 자신감이 느껴졌다. 팬들의 든든한 응원에 “소리질러”, “사랑해요” 등 깨알 같은 팬서비스를 선보이는 여유까지 느껴졌다. 걸스데이는 이번 공연에서 전곡을 라이브로 선보이며 실력까지 입증했다.혜리, 소진, 유라, 민아 솔로 무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걸스데이 성장의 결과물은 각자 솔로무대

  • 10리뷰, “난 김추자 Keep on Running!”

    10리뷰, “난 김추자 Keep on Running!”

    “엄마가 노래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지난달 29일 김추자의 33년 만의 컴백 콘서트가 열린 코엑스 홀 D. 공연 시작 전에 옆에 앉으신 어머니가 당부했다. 제아무리 전설이라지만, 환갑을 넘긴 나이에, 오랫동안 살림을 하다 돌아왔으니 감안해서 보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하지만 기대하지 않을 수 있나? 그녀는 김추자인데. 김추자의 공연을 실제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과거 앨범과 영상들을 보면서 그 환상적인 노래에 감탄, 또 감탄을 했었다. 정말 그녀 같은 가수는 없더라.새 앨범 ‘이츠 낫 투 레이트(It’s Not Too Late)’가 나온다고 했을 때 조금 걱정도 있었다. 은둔하다시피 한 가수가 이렇게 오랜 시간을 쉬다가 나온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앨범 속 김추자는 33년이란 공백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왕년의 호쾌한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다. 마치 홀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처럼 말이다.첫 날 공연에서 김추자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둘째 날인 29일 공연에도 김추자의 노래는 완벽하지 못했다. 첫 곡 ‘몰라주고 말았어’에서 김추자의 노래는 쩌렁쩌렁했지만 음정이 약간 불안했다.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 오랜만에 돌아왔으니 노래가 예전 같을 리는 없지만, 그래도 현실 속의 김추자 보다는 상상 속의 김추자를 만나고 싶은 바람이 컸으니 말이다.그래도 김추자의 덩실덩실 춤사위는 인상적이었다. ‘가버린 사람아’에서는 헤드뱅잉에 가까운 몸짓을 선보였다. ‘아오아오아오아오’ 하는 특유의 추임새는 역시 김추자의 것이었다. ‘거짓말이야’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등의 곡이 이어지자 음반에서 듣던 예전의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음으로

  • 10리뷰, 이소라 “제 귀는 또 달라졌어요”

    10리뷰, 이소라 “제 귀는 또 달라졌어요”

    공연 시작 시간은 8시 정각이었다. 이소라는 8시 5분에 공연장에 도착해 후배 정준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니?” “누나 저 객석에 앉아있어요.” “어, 그렇구나. 나도 앉아있어. 차 안에.” 공연은 8시 15분에 시작했다.지난 19일부터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인 이소라는 무대 위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고 노래만 불렀다고 한다. 헌데 26일 목요일은 달랐다. 지각을 한 것이 못내 미안했는지 수다를 조금 늘어놨다.“제가 늦게 일어났어요. 화장 하는 시간 30분 생각하고 7시 반까지 도착할 거 계산하면서 잤는데 지각하고 말았네요. 월, 화, 수엔 거의 안 잤는데 공연 날 되니까 왜 이리 잠이 몰려오는지. 목이 덜 풀려서 식은땀이 흘러요. 오랜만에 여러분 만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반성할게요.”공연 시작 후 이소라는 ‘처음 느낌 그대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날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를 연달아 불렀다. ‘난 괴로워 니가 나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만 웃고 사랑을 말하고 오 그렇게 싫어해 날’이라는 이소라가 쓴 가사. 그렇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런 울게 해주는 노래다. 이소라가 고개 숙여 처연하게 노래하자 흐느끼는 관객들도 있었다. 이소라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앞줄에 여자분들 쭉 계시고 남자분도 한 명 계시네요. 제 공연에는 혼자 오시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뭐 즐겁게 볼 공연은 아니니까. 자기 옛날 생각하면서 들으시나요? 같은 공간에서 같은 걸 느끼는 건 좋은 거잖아요.”밴드는 커튼 뒤에 숨어 무대에는 이소라만 보였다. 커튼이 하나 걷히자 하늘에 초승달이 떴다. ‘제발’ ‘바람이 분다’ 등이 이어진다. 어쩜 노래가 이리

  • 10리뷰, 추억이 방울방울! 익스트림 내한공연

    10리뷰, 추억이 방울방울! 익스트림 내한공연

    14일 익스트림의 내한공연 ‘포르노그래피티 라이브(Pornograffitti)’가 열린 공연장 유니클로 악스에는 무려 1,800여 명의 관객이 운집했다. 익스트림의 대표작이자 90년대 록 역사에 찬란히 빛나는 앨범 ‘포르노그래피티’ 앨범을 그대로 연주하는 라이브. 매 곡마다 무시무시한 합창이 이어졌고, 익스트림 멤버들은 마치 90년대로 돌아간 듯 즐거워했다.격세지감이었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 앨범은 제목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국내에 발매되지 못했다. 1990년에 나온 이 앨범이 정식으로 국내에 라이선스된 것은 90년의 후반의 일. 하지만 이미 한국 팬들은 수입반 내지, 베스트앨범 등을 통해 익스트림에 열광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모어 댄 워즈(More Than Words)’를 듣고 기타를 처음 시작해 ‘데카당스 댄스(Decadence Dance)’를 카피하기 위해 밤을 지새웠을까?익스트림은, 적어도 90년대 초중반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록밴드 중 한 팀이었다. 록의 트렌드가 헤비메탈에서 얼터너티브/모던록으로 변해가던 시기인 90년 초반, 그러니까 너바나가 등장하기 전까지 메탈의 세례를 받은 순혈 밴드로써 미스터빅과 함께 록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아이돌과 같은 인기를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서두가 길었다. 이날 공연은 익스트림과 한국 팬들 사이의 진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7시 20분 익스트림이 무대에 나와 앨범의 1번 곡이기도 한 ‘데카당스 댄스’를 연주하자 관객들은 단박에 달아올랐다. 무대 위를 말처럼 뛰어다는 게리 셰론과 매력적인 프레이즈를 토해내는 누노 베텐코트, 그리고 거의 전곡을 합창하는 관객들이 아름다운 앙상블을 이뤘다.누노의 무시무시한 기타는 초장부

  • 10리뷰, 소극장에서 만난 아이유 본색

    10리뷰, 소극장에서 만난 아이유 본색

    객석 약 여덟 번째 줄에 앉았다. 크게 웃으면 그 소리가 무대 위 아이유의 귀에 들릴 것 같다. 지난 5월 30일 찾은 아이유 콘서트 ‘딱 한 발짝…그 만큼만 더’가 열린 서강대 메리홀은 450석 규모의 소극장. 아이유가 콘서트를 열었던 그 어떤 공연장보다 작았다. 아이유는 예전부터 소극장콘서트를 열고 싶다는 바람을 말해왔다. 메리홀은 ‘좋은 날’이나 ‘너랑 나’를 춤추며 노래하기에 작아보였지만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에 실린 옛 가요를 들려주기에는 딱 적당한 크기였다.공연은 김광석의 ‘꽃’으로 시작했다. 아이유는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이 노래를 불렀다. 김광석의 절절함이 아이유의 목소리를 타고 흐르는 다소 우울한 시작이었다. 동요 풍의 노래 ‘드라마’를 소녀처럼 노래하자 곧바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곡 중간에 리코더를 부는 아이유는 정말 아이 같았다. 아이유는 “1년 전에 만들었던 곡이다. 콘서트에서 반응이 좋으면 다음 앨범에 실릴지도 모른다. ‘싫은 날’처럼”이라고 말했다.이처럼 이번 공연은 우리가 알고 있던 아이유와 잘 몰랐던 아이유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자신이 노래한 마이쮸 CM송, 만화영화 ‘꿈빛 파티시엘’을 노래할 때의 아이유는 정말 귀여웠다. 하지만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 산울림의 ‘너의 의미’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를 부르면 성숙한 여가수의 모습이더라. 의자에 가만히 앉아 차분하게 노래하는데, 표현력이 상당해 목소리만으로도 위안이 전해졌다. 아이유는 “작은 무대는 겁이 나고 긴장이 된다. 그런 것을 극복하고 싶어서 이번 소극장공연을 더 원했던 것 같다. 이제는 한 분 한 분 눈을 마주치며 노래

  • 10리뷰, ‘수컷들의 합창’ 가득했던 노이즈가든 5년 만의 공연

    10리뷰, ‘수컷들의 합창’ 가득했던 노이즈가든 5년 만의 공연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저의 20대 시절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네요.”(박건)24일 홍대 브이홀에서 열린 노이즈가든의 리마스터 앨범 발매 기념 공연에 모인 팬들도 박건과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날 공연장에는 약 5년 만에 무대에 오른 노이즈가든을 환영하듯, 매 곡마다 수컷들의 우레와 같은 합창이 이어졌다. 노이즈가든과 함께 활동했던 밴드들, 그리고 노이즈가든을 실제로 처음 보는 팬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노이즈가든을 연호했다. 전설로 회자되던, 어쩌면 화석처럼 메말라있던 노이즈가든이 다시금 살아나는 순간이었다.이날 브이홀에는 무려 500여 명 이상의 관객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입구까지 관객이 들어차는 바람에 공연장에 들어가기까지 애를 먹을 정도였다. 크라잉넛, 노브레인, 3호선버터플라이, 갤럭시 익스프레스, 조정치,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오지은, 한음파 등 동료들도 모여 마치 뮤지션들의 동창회를 보는 듯했다.오프닝을 선 언체인드는 노이즈가든의 곡을 메들리로 연주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어 무대에 오른 박건은 “다른 밴드가 노이즈가든의 노래를 연주하는 것을 처음 들어본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첫 곡으로 ‘묻지 말아줘’가 시작되자 초장부터 감격의 합창이 시작됐다. 박건은 “7년 정도 노이즈가든을 하면서 멘트를 고민해본 적이 없다. ‘안녕하세요. 노이즈가든입니다. 마지막 곡입니다’ 이게 멘트의 전부였다. 하지만 오늘은 날이 날인만큼 말 좀 해야겠다”며 최근의 근황을 풀어놨다.현재 캐나다에 살고 있는 박건은 시차 적응 때문에 목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허나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특유의 날카로

  • 10리뷰, 존 메이어가 원했던 것, 우리가 원했던 것

    10리뷰, 존 메이어가 원했던 것, 우리가 원했던 것

    “이번이 첫 내한공연인데요. 이제 여러분들이 원하는 음악을 알 것 같아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과 제가 좋아하는 것을 슬슬 맞춰가도록 해요.”6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진 존 메이어는 공연 후반부에 이렇게 말했다. 존 메이어는 자신을 세상에 알린 히트곡 ‘유어 바디 이즈 원더랜드(Your Body Is Wonderland)’부터 블루스 기타가 강조된 ‘그래비티(Gravity)’와 같은 곡들, 그리고 최근 자신이 경도된 컨트리풍의 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펼쳐보였다. 한국 팬들은 어떠한 곡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낯선 레퍼토리도 다수 있었지만, 이것이 존 메이어를 사랑하는 여성 팬들에게 큰 문제가 된 것 같진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음악의 장르가 아니었다. 어떤 스타일에서든 존 메이어의 따스한 목소리는 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화려한 기타연주는 심장을 뜨겁게 해줬기 때문이다.오후 7시 해가 지기 전 존 메이어는 통기타를 들고 무대 위로 등장했다. 컨트리의 색이 강한 ‘퀸 오브 캘리포니아(Queen of California)’가 흐르자 1만2,000여 명의 커다란 관객들은 함성으로 존 메이어를 반겼다. 기타 3대인 6인조 밴드의 사운드는 마치 서던록 밴드 레너드 스키너드, 루츠록 밴드인 더 밴드(The Band)를 연상케 했다. 존 메이어와 밴드는 첫 곡부터 적극적인 솔로잉, 잼세션을 펼치며 공연장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했다.곧바로 히트곡 ‘노 서치 씽(No Such Thing)’가 이어졌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존 메이어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성 팬들의 황홀한 표정이 무대 옆 스크린에 비쳤다. 실제로 보니 그런 표정을 짓는 여성들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이어진 ‘빌리프(Belief)

  • 10리뷰, 제프 벡, 상처를 보듬어준 거장의 숨결

    10리뷰, 제프 벡, 상처를 보듬어준 거장의 숨결

    “이 비극적인 참사가 낳은 수많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제 음악이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무대에 오른 제프 벡은 고개를 숙이고 이렇게 말했다. 진심이 담긴 거장의 연주는 시름에 빠진 관객들에게 안식의 순간을 제공했다. 제프 벡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의 파동은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갈고닦은 명인의 그것이었다. 상처를 보듬어주는 듯한 거장의 면모도 멋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칠순의 나이가 무색하게 젊은이처럼 몰아붙이는 강렬한 에너지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기타라는 악기가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흔들어놓을 수 있는지, 음악이 얼마나 위대한지 증명되는 순간이었다.27일 제프 벡의 두 번째 내한공연이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은 제프 벡을 보러 온 관객들로 가득 찼다. 2010년 첫 내한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기타리스트들, 그리고 기타를 등에 맨 학생들이 즐비했다.6시 6분, 암전이 되자 제프 벡은 텔레캐스터를 들고 무대에 나왔다. 강렬한 인트로 후 기타를 스트라토캐스터로 바꾸더니 ‘나인(NIne)’으로 표독스러운 연주를 펼치기 시작했다. 일렉트릭 기타의 가능성을 최대한대로 뽑아낸 섬세하면서도 폭발적인 4년 전 내한 때와 다를 바 없었다. 아니, 그 이상인 것 같았다. 연주가 녹슬기는커녕 더 날카로워졌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걸까?이번 공연은 최근 제프 벡의 투어를 함께 돌고 있는 기타리스트 니콜라스 마이어가 함께 했다. 니콜라스가 잔잔하게 아르페지오를 연주하자 거기에 맞춰 제프 벡은 익숙한 코드 연주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점차 곡의 얼개가 드러나고, 그것이 지미 헨드릭스의 ‘리틀 윙(Littl

  • 10리뷰, 웨인 쇼터 퀄텟, 믿을 수 없는 전율의 앙상블

    10리뷰, 웨인 쇼터 퀄텟, 믿을 수 없는 전율의 앙상블

    여든한 살의 웨인 쇼터는 땅딸한 체구에 등이 좀 굽어 보였다. 옆에 있는 다닐로 페레즈(피아노), 존 패티투치(베이스), 브라이언 블레이드(드럼)보다 키가 작고, 연주분량도 적었지만, 그 존재감은 거대한 봉우리 같았다. 다닐로 페레즈가 아이디어를 던지면 존과 브라이언이 능숙하게 받아 앙상블을 이루고, 그 위로 웨인 쇼터가 블로잉을 시작하면 드라마틱한 장면이 그려졌다. 이들은 단지 웨인 쇼터의 색소폰을 부각하는 팀이 아닌 네 명의 연주자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완벽한 퀄텟이었다. 명인들이 10년의 세월을 서로에 대한 존경과 우정으로 함께 했을 때 가능할 법한 그런 연주였다.웨인 쇼터 퀄텟의 두 번째 내한공연이 열린 12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는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객석이 가득 찼다. 예매만 90% 이상이 이루어졌다니 웨인 쇼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볼 수 있었다. 지난 2010년 내한공연을 본 연주자 및 관계자들의 극찬이 대단했던 터라 이번 공연 역시 호연이 예상됐다.공연은 아무런 멘트 없이 진행됐다. 첫 곡 ‘Smilin’ Through(스밀링 쓰루)’가 시작되자마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다닐로 페레즈의 피아노가 저음부 건반을 때리며 달려가자 존 패티투치와 브라이언 블레이드가 미간을 찌푸리며 연주를 시작했다. 웨인 쇼터는 가만히 앉아서 숨고르기를 했다. 이어 차분하게 소리를 다잡더니 천천히 연주를 시작했다.‘오빗(Orbits)’ ’스테어리 나이트(Starry Night)’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웨인 쇼터는 좀처럼 흥분하는 법이 전혀 없이 도인처럼 고고하게 연주를 해나갔다. 반면 나머지 세 연주자는 서로 기민하게 반응하며 마

  • 10리뷰, 브루노 마스, 완벽을 넘어선 '꾼'의 무대

    10리뷰, 브루노 마스, 완벽을 넘어선 '꾼'의 무대

    정말 팔방미인이었다. 춤을 출 땐 마이클 잭슨처럼 날렵했고, 기타를 칠 땐 마이클 제이 폭스처럼 귀여웠다. 브루노 마스가 “사랑해요”라고 말할 때면 여성 관객들의 눈은 하트로 변했다. 그럴 만 했다. 브루노 마스는 정말로 관객을 데리고 놀 줄 알았으니까. 열정적인 댄스로 춤을 추게 만들다가, 적당한 때에 감미로운 노래로 귀를 간질였다. 매순간 위트까지 발휘하니 관객이 빠져들지 않고 못 배길 정도였다. 마치 관객들이 자기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것처럼 마음껏 주무르는 것 같았다. 마지막 앵콜 곡 ‘고릴라(Gorilla)’에서 브루노 마스가 셔츠 단추를 푸를 때는 여성들이 자지러지다시피 비명을 질러 귀가 아플 정도였다.8일 브루노 마스의 첫 내한공연이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은 1만 2,000 명의 관객이 몰렸다. 2층까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고 여성 관객이 70% 정도는 돼 보였다. 눈짐작으로는 최근 체조경기장 내한공연 중 이글스 내한 때만큼 객석이 가득 찬 것으로 보였다. 공연을 주관한 액세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요 몇 년 사이 내한공연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매진된 공연”이라고 말했다.8시 20분경 암전이 되자 야광 봉이 체조경기장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임과 동시에 우레와 같은 함성이 들려왔다. ‘웰컴 투 더 문샤인 투어(Welcome to The Moonshine tour)’라는 멘트와 함께 마치 밀림에 온 듯 아프리카를 연상케 하는 북소리가 들려왔다. 브루노 마스는 사진에서 보던 것처럼 모자를 쓰고 시원한 복장으로 무대에 나왔다. 첫 곡 ‘문샤인(Moonshine)’부터 객석이 난리가 났다. 브라스와 코러스를 포함한 8인조 밴드의 연주가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냈으나, 체조경기장인 관계로 소리

  • 10리뷰, 수잔 베가 “난 절대로 하얀 색을 입지 않아요. 내 색은 블랙이니까”

    10리뷰, 수잔 베가 “난 절대로 하얀 색을 입지 않아요. 내 색은 블랙이니까”

    “18살 때 첫 썸머 로맨스를 겪었어요. 우리는 여름에 만나 음악 이야기를 나눴죠. 우리 둘 다 레너드 코헨을 좋아해서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7주 후에 그는 영국으로, 난 뉴욕으로 가면서 헤어지게 됐죠. 그를 위한 노래예요.”지난 3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수잔 베가의 내한공연 현장. 수잔 베가는 노래를 하다가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난 절대로 하얀 색 옷을 입지 않아요. 내 색은 블랙이니까요. 하지만 당신들은 어떤 색을 입어도 상관하지 않아요. 다만 전 검은 색을 입어요”란 이야기를 한 뒤 ‘아이 네버 웨어 화이트(I Never Wear White)’를 부르는 식이었다.수잔 베가는 지난 내한공연 당시 여러 곡들을 무반주로 혼자 노래했다고 한다. 그녀의 히트곡 ‘탐스 다이너(Tom’s Diner)’의 무반주 버전처럼 말이다. 모 라디오프로그램 DJ는 이 공연을 조금 지루했다고 회상하기도 했고, 모 음악잡지 편집장은 자기 인생에서 놓친 아쉬운 공연 중 한 손에 꼽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3일 열린 수잔 베가의 공연은 이 두 명의 음악관계자를 모두 만족시킬만한 훌륭한 무대였다.이날 공연은 수잔 베가와 기타리스트 제리 레오나드 단 둘이 무대에 올랐다. 제리 레오나드는 데이빗 보위와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왔으며 로저 워터스, 신디 로퍼 등의 러브콜을 받아온 베테랑 기타리스트다. 이날 사운드는 베가와 레오나드가 딱 5대5라고 해도 좋을 만큼 동등했다. 레오나드는 즉석에서 연주를 녹음해 반복 재생하는 부메랑 이펙터를 중심으로 딜레이 등 각종 공간계 이펙터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게 풍성한 기타 화음을 만들어냈다. 또한 일렉트릭 보우를 이용해 바이올린과 같은 음색을 내기도 했다. 마

  • 10리뷰, 만우절에 김오키한테 속았다

    10리뷰, 만우절에 김오키한테 속았다

    만우절인 4월 1일 오후 7시 50분 합정동 LIG아트홀. 공연 시작 10분 전쯤에 공연장에 들어갔는데 무대 위에는 벌써 연주자들이 나와 있었다. 김오키와 동양청년, 그리고 무키무키만만수는 풀밭처럼 꾸며진 사각의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았다. 이들은 음악을 연주하지 않고 대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사를 하는 건지, 그냥 나오는 대로 지껄이는 건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연기를 하니 당황스러웠다. 아귀가 잘 맞지 않는 대화는 마치 학예회를 보는 것 같았다.침낭에서 자고 있던 드러머 서경수가 드럼에 앉자 슬슬 연주가 시작됐다. 무키무키만만수는 이상한 멜로디를 흐느끼기 시작했다. 김오키의 곡 ‘칼날’이었다. 모든 연주자가 악기에 손을 얹자 발광에 가까운 협연이 시작됐다. 정신이 없다. 리듬이고, 뭐고 정리가 안 된다. 완벽한 앙상블이 아니다. 아니, 앙상블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건성으로 연주하는 것 같다. 아무리 아방가르드라고 해도, 그 안에 앙상블이 존재하는 법. 그런데 김오키와 동양청년, 무키무키만만수 사이에는 그런 게 없었다. 그냥 발광이었다.곡이 끝나도 끝난 것 같지 않았다. 박수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서경수가 “내가 방화범이야”를 외치자 무키무키만만수의 ‘방화범’이 이어졌다. 역시 무언가 엇나가는 음악이 이어진다. 그냥 무키무키만만수의 곡에 김오키가 오부리를 넣는 수준의 협연이다. 마치 리허설을 보는 것 같다.곡 중간에 콩트는 계속 이어졌다. 뜬금없이 고졸 인생을 한탄하는 택시운전사(김오키)와 전도유망한 골프선수(김윤철)의 대화가 이어진다. 예쁘장한 소녀(만수)에게 ‘좋은데 가자’라고 말하는 아저씨(김오키)가 음흉해 보인다. 다시 연주가 시

  • 10리뷰, 존 맥러플린 & 포스 디멘션, 괴물들의 합창

    10리뷰, 존 맥러플린 & 포스 디멘션, 괴물들의 합창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무시무시한 연주였다. 존 맥러플린을 필두로 게리 허즈번드(건반, 드럼), 에띤느 음바페(베이스), 란짓 바롯(드럼)이 팀을 이룬 포쓰 디멘션은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정확하거나 긴장감 넘치는 연주를 쏟아 부었다. 박자를 세다보면 머리가 아파왔다. 이들은 모두 뇌가 두 개 이상은 되는 것 같았다. 화려한 앙상블에 존 맥러플린의 온화한 미소가 더해지면 감탄은 감동이 됐다.지난 20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존 맥러플린 & 포쓰 디멘션의 내한공연이 열렸다. 존 맥러플린은 알 디 메올라, 파코 데 루치아와 함께 한 기타 트리오, 리멤버 샥티(Remember Shakti), 그리고 칙 코리아, 케니 가렛,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브라이언 블레이드와 함께 했던 올스타 밴드 파이브 피스 밴드(Five Peace Band)로 내한한 바 있다. 이번 공연은 이미 전설이 된 ‘살아있는 기타의 신’ 존 맥러플린의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존 맥러플린은 우리 나이로 일흔셋이 됐지만 나이가 든 느낌은 전혀 들지 안았다. 훤칠한 몸매, 꼿꼿한 자세를 지닌 은발의 미중년이었다. 존 맥러플린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여유 있게 인사를 건넨 뒤 곧바로 새 앨범 ‘나우 히어 디스(Now Here This)’에 담긴 ‘기타 러브(Guitar Love)’를 연주했다. 연주가 시작되자 곧바로 엄청난 에너지가 공연장을 감쌌다.존 맥러플린은 마치 젊은이처럼 표독스러운 솔로잉을 펼쳐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연주자들도 절제하지 않는 미덕을 발휘하며 화려한 연주를 들려줬다. 양손에 장갑을 끼고 베이스를 치는 에띤느 음바페는 때로는 맥러플린을 위협할 정도로 초절기교의 베이스 연주를 들려줬다. 괜히 조 자비눌과 함께 한 연주자가 아니

  • 신화는 꺾이지 않아(1) 신화 콘서트, “신화랑 있으니까 좋아?” 좋아!

    신화는 꺾이지 않아(1) 신화 콘서트, “신화랑 있으니까 좋아?” 좋아!

    신화 콘서트 현장그룹 신화의 열여섯 살 생일파티가 성대하게 치러졌다. 1998년 3월 24일 데뷔한 신화의 16주년 콘서트 ‘히어(HERE)’가 22~23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김동완은 기분이 좋은 듯 틈만 나면 “동완이랑 있으니까 좋아?”라며 재미난 포즈를 취했고, 이민우는 하트와 윙크를 수시로 발사했다. 특히 23일에는 모든 공연과 앙코르 무대가 끝나고, 자숙 중이던 앤디가 깜짝 등장해 더욱 뜻 깊은 생일을 맞이했다. 양일간 무려 2만 7,000명이 모인 콘서트에는 그야말로 신화랑 있으니까 좋았던 순간들이 계속됐다.# 1 To the 6, 최고들의 Mix앤디가 없는 5인조로 맞이한 16주년 콘서트였지만,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파워풀하면서도 감미로운 무대가 연출됐다. 정규 11집 수록곡 ‘스카페이스(Scarface)’로 콘서트의 포문을 연 신화는 제복을 연상시키는 빨간색 상의를 입고 강렬하게 등장했다. ‘비너스’, ‘브랜드 뉴’ 등 신화를 상징하는 타이틀곡들이 연이어 계속되며 파워풀한 무대가 꾸며졌다. 앤디의 파트는 다른 멤버가 대신 부르지 않았다. 절묘한 편곡으로 다음 파트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며 앤디의 존재를 배려하면서도 무대를 꽉 채웠다.이날 콘서트는 돌출 무대가 다섯 갈래로 나뉘어져 있어 신화가 관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레드 카펫’, ‘소망’, ‘타임머신’, ‘잼#1’ 무대 등에서는 신화가 무대 구석구석을 누비며 팬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는 등 무대 매너의 끝판왕을 선보였다. 동완은 ‘레드 카펫’ 무대 도중 스탠딩 객석에 들어가 팬들의 손길을 흠뻑 느끼기까지 했다. 특히 민우의 무대 매너는 최고였다. 파도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