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김추자의 33년 만의 컴백 콘서트가 열린 코엑스 홀 D. 공연 시작 전에 옆에 앉으신 어머니가 당부했다. 제아무리 전설이라지만, 환갑을 넘긴 나이에, 오랫동안 살림을 하다 돌아왔으니 감안해서 보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하지만 기대하지 않을 수 있나? 그녀는 김추자인데. 김추자의 공연을 실제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과거 앨범과 영상들을 보면서 그 환상적인 노래에 감탄, 또 감탄을 했었다. 정말 그녀 같은 가수는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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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공연에서 김추자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둘째 날인 29일 공연에도 김추자의 노래는 완벽하지 못했다. 첫 곡 ‘몰라주고 말았어’에서 김추자의 노래는 쩌렁쩌렁했지만 음정이 약간 불안했다.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 오랜만에 돌아왔으니 노래가 예전 같을 리는 없지만, 그래도 현실 속의 김추자 보다는 상상 속의 김추자를 만나고 싶은 바람이 컸으니 말이다.
그래도 김추자의 덩실덩실 춤사위는 인상적이었다. ‘가버린 사람아’에서는 헤드뱅잉에 가까운 몸짓을 선보였다. ‘아오아오아오아오’ 하는 특유의 추임새는 역시 김추자의 것이었다. ‘거짓말이야’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등의 곡이 이어지자 음반에서 듣던 예전의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음으로 올라가면 힘이 부치기 때문인지 악을 지르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 정도는 감안해야 했다. 김추자는 “어제는 33년 만의 공연이라 익숙지 않았다. 하루 지나니 좀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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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김추자는 잠시도 몸을 가만두지 않았다. 간혹 백댄서가 등장했는데 김추자는 그들의 동선과 상관없이 무대를 휘젓고 다녔다. 마치 살풀이를 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할 정도였다. 저 끼를 어떻게 30년 넘게 참고 살았을까? 김추자는 매 곡이 끝날 때마다 활짝 웃으며 두 손을 높이 들었다. 그 모습이 마치 소녀 같았다.
막판으로 갈수록 김추자의 목소리는 점점 살아나기 시작했다. ‘님은 먼 곳에’에서는 세월의 흐름이 느껴져 더욱 구슬프게 들렸다. 마지막 곡 ‘늦기 전에’에서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열창을 하며 감동을 전했다. 앵콜에서는 ‘님은 먼 곳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거짓말이야’ ‘나뭇잎이 떨어져서’를 메들리로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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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게스트로 나온 전인권은 “김추자 선배의 노래는 우리 민족에게 자유를 알렸다. 예전에 나라를 흥분시키신 분이다. 다시 또 흥분시켜주시길”이라고 말했다. 예전에 육감적이었다는 김추자의 춤은 이제 덩실덩실 아줌마 춤이 됐지만, 그 풍부한 감성만은 어디 가지 않았다. 공연장을 빠져나와 1974년산 ‘청자’ 담배를 피우자 세월의 냄새가 났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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