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첫 내한공연인데요. 이제 여러분들이 원하는 음악을 알 것 같아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과 제가 좋아하는 것을 슬슬 맞춰가도록 해요.”

6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진 존 메이어는 공연 후반부에 이렇게 말했다. 존 메이어는 자신을 세상에 알린 히트곡 ‘유어 바디 이즈 원더랜드(Your Body Is Wonderland)’부터 블루스 기타가 강조된 ‘그래비티(Gravity)’와 같은 곡들, 그리고 최근 자신이 경도된 컨트리풍의 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펼쳐보였다. 한국 팬들은 어떠한 곡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낯선 레퍼토리도 다수 있었지만, 이것이 존 메이어를 사랑하는 여성 팬들에게 큰 문제가 된 것 같진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음악의 장르가 아니었다. 어떤 스타일에서든 존 메이어의 따스한 목소리는 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화려한 기타연주는 심장을 뜨겁게 해줬기 때문이다.

오후 7시 해가 지기 전 존 메이어는 통기타를 들고 무대 위로 등장했다. 컨트리의 색이 강한 ‘퀸 오브 캘리포니아(Queen of California)’가 흐르자 1만2,000여 명의 커다란 관객들은 함성으로 존 메이어를 반겼다. 기타 3대인 6인조 밴드의 사운드는 마치 서던록 밴드 레너드 스키너드, 루츠록 밴드인 더 밴드(The Band)를 연상케 했다. 존 메이어와 밴드는 첫 곡부터 적극적인 솔로잉, 잼세션을 펼치며 공연장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했다.

곧바로 히트곡 ‘노 서치 씽(No Such Thing)’가 이어졌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존 메이어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성 팬들의 황홀한 표정이 무대 옆 스크린에 비쳤다. 실제로 보니 그런 표정을 짓는 여성들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이어진 ‘빌리프(Belief)’에서는 스티비 레이 본을 연상케 하는 호쾌한 기타솔로가 인상적이었다.



이날 공연은 밴드 구성부터 레퍼토리에 이르기까지 컨트리 성향의 곡들이 중심을 이뤘다. 이날 셋 리스트 중 절반가량의 곡이 컨트리풍의 록, 팝이었다. 이는 존 메이어의 최근 작품들인 5집 ‘본 앤 레이즈드(Born And Raised)’, 6집 ‘파라다이스 밸리(Paradise Valley)’에서 이어지는 것이었다. 특히 ‘와일드파이어(Wildfire)’, ‘디어 마리(Dear Marie)’ 등의 곡들은 완전한 컨트리풍으로 연주됐다. 존 메이어는 치킨 피킹, 트레비스 피킹 등 컨트리음악에서 나타나는 기타주법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면모도 보였다. 존 메이어가 컨트리 기타 주법에 재미를 붙여 음악 스타일이 옮겨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편으로 이런 예스러운 미국 남부음악에 한국 팬들이 호응하는 모습은 노라 존스 내한공연 당시를 떠올리게 했다.

첫 내한인 만큼 ‘유어 바디 이즈 원더랜드’ ‘와이 조지아(Why Georgia)’ 등 히트곡들도 골고루 연주해줬다. ‘벌쳐스(Vultures)’에서는 기타 전주부터 엄청난 함성이 이어졌으며 적극적인 싱얼롱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특히 이 곡에서는 존 메이어가 세션 기타리스트들과 동시에 기타 솔로를 연주하며 스릴감을 전했다. ‘유어 바디 이즈 원더랜드’에서는 합창이 이어졌다. 이 곡을 연주하자 풋풋했던 존 메이어의 데뷔시절이 떠올랐다. 존 메이어는 곡 중간에 화려한 핑거스타일 기타솔로를 선보이며 원곡 이상의 감동을 전했다. 곡 중간에는 튜닝을 살짝 바꾸더니 ‘네온(Neon)’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 다시금 관객들의 함성을 자아냈다. 이 곡에서는 6번 줄로만 긴 솔로를 선보이는 센스도 선보였다.



존 메이어는 역시 대단한 기타리스트였다. 기타 연주 중심의 공연이었고, 거의 모든 곡에서 뜨거운 기타 솔로가 터져 나왔다. 블루지하고 오서독스한 솔로부터 섬세한 핑거스타일, 각종 테크닉에 있어서 존 메이어는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펼쳤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스티비 레이 본과 같은 강렬한 솔로보다는 에릭 클랩튼 스타일의 담백한 솔로가 중심을 이뤘다. 재밌는 것은 이러한 존 메이어의 기타 연주에 여성 팬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는 것이다. 가령, ‘슬로우 댄싱 인 어 버닝 룸(Slow Dancing In A Burning)’에서 강한 솔로를 선보이다가 중간에 볼륨 주법으로 반전을 가하자 여성 팬들은 외마디 비명을 질러댔다. 이처럼 여성들이 기타연주에 집중하는 신기한 광경이었다. 하긴, 다른 사람도 아닌 존 메이어가 기타를 치니까 여성들이 귀 기울인 것이겠지만.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앵콜 곡 ‘그래비티(Gravity)’는 존 메이어의 매력이 집결된 곡이었다. 특히 블루스 기타리스트로서의 면모가 확연히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뜨거운 벤딩부터 한음 한음 뜨겁게 연주하는 솔로잉이 잠실의 밤을 뜨겁게 수놓았다. 전반적으로 흠 잡을 것이 없는 공연이었지만 존 메이어 트리오의 블루스 연주를 들을 수 없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존 메이어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노란 리본을 달고 무대에 올랐다. 또한 이번 공연 머천다이즈 판매 수익 전액을 세월호 구호 활동에 기부할 것이라 밝혔다. “이번 공연이 첫 내한이기 이전에 재앙이 있은 이후 공연이란 것을 압니다. 이번 공연의 모든 노래는 갑작스러운 침몰로 인해 사고를 당한 이들을 위해 바칩니다. 그리고 상처받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를 받아들여준 모든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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