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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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대중에게 인지도를 높인 ENA 채널이 상반기 예능 분야에서 씁쓸한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다. 개국 20주년을 맞이해 야심찬 포부를 나타냈지만, 새로 내보인 프로그램이 대다수 0%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고과를 남기지 못했다.

ENA는 KT 그룹의 계열사 skyTV가 운영하며 드라마·오락 채널. 자체 제작 콘텐츠를 방송하고 있다. 2003년 9월 'SkyHD'로 개국해 2022년 4월 'ENA'로 리브랜딩 했다. 올해로 개국 20주년을 맞이한 ENA는 '지구마불 세계여행2'(이하 '지구마불2')를 필두로 '찐팬구역, '하입보이스카웃', '눈떠보니 OOO' 등 다채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그러나 '지구마불2'를 제외하고는 0%대 처참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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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첫 방송한 '지구마불2'는 여행 크리에이터 3 대장 빠니보틀, 원지, 곽튜브가 주사위에 운명을 맡긴 채 떠나는 예측불허 어드벤처를 담은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다. 1회 시청률은 0.9%를 기록했지만, 2회부터는 1%대로 진입했고, 최고 시청률 2.3%를 나타내며 ENA 예능 프로그램 평균 이상 시청률을 기록했다. 출연진의 케미스트리가 좋고, 방송을 통해 볼 수 있는 여행지도 흥미롭다는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져 '밥 친구'로 등극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상반기 기획된 ENA 예능 프로그램 중 1% 시청률을 넘는 건 '지구마불2'가 유일하다. 0.2% 시청률로 출발한 '찐팬구역'은 7회차까지 최고 시청률 0.3%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찐팬구역'은 야구에 인생을 걸고 사는 찐팬들의 처절한 응원기를 그린 예능 프로그램이다. 야구를 사랑하는 이들이 큰 기대를 걸고 프로그램을 시청했지만 "갈수록 먹방이 돼가는 것 같다", "기획 의도가 별로다"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끌어내면서 야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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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공개된 웹예능 '채널십오야'에서 나영석은 "'찐팬구역' PD가 이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했을 때 그들의 눈물과 허탈함과 강소주를 마셔야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면서 만들었다"라면서 기획 의도를 밝혔고, 이는 한화 팬들의 공분을 샀다.
개국 20주년 ENA, 포부는 거창했지만…상반기 新 예능 0%대 시청률 굴욕[TEN초점]
사진=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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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입보이스카웃'은 0.2~0.4%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5대 기획사가 돼, 매출 5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펼치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지난달 15일 첫 방송 했다. 시청자들은 상황극이 억지스럽고 흥미를 자극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9일 첫 방송한 '눈떠보니 OOO'은 어느 날 갑자기 OOO의 삶을 살게 된 스타들의 리얼한 생존기를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조세호, 이창섭, 김동현, 권은비가 출연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 또한 상황극이 어색해 몰입감이 떨어진다고 비판받고 있다. 시청률 또한 0.2~0.3%로 저조했다.
사진=KT그룹 미디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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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의 김호상 신임 대표는 지난달 29일 개최한 'KT그룹 미디어데이'에서 급변하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편성과 제작을 아우르는 채널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새로운 콘텐츠 발굴을 위해 적극적으로 크리에이터, 파트너사와 협업하겠다면서 다양한 장르의 예능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ENA가 '음악' 장르에도 도전하겠다는 사실을 밝혔다. ENA는 올 상반기 K-빈티지팝 서바이벌 대학가요'(이하 대학가요)를 예고하면서 배우 이이경을 MC로 낙점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첫 녹화를 앞두고 프로그램 제작이 무산된 사실이 알려졌다.

상반기 남은 ENA 예능 프로그램은 '케이팝업 차트쇼'뿐인 상황이다. 내달 14일 첫 방송 되는 '케이팝업 차트쇼'는 한 달에 한 번 팝업으로 열리는 월간 음악 차트쇼다. 첫 화에는 원어스, 휘브, 유나이트, 제로베이스원, 키노, 최유리 등이 나올 예정이다. 첫 방송을 3주가량 앞두고 ENA는 '케이팝업 차트쇼'를 홍보하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K팝 팬들 사이 기대 또한 낮은 상태다.

ENA는 상반기 예능 프로그램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지난 13일 첫 방송한 '크래시'로 드라마 분야에서는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2.2% 시청률로 시작해서 최신 회차 기준 4.1%까지 치솟았기 때문. ENA는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을 예고하면서 하반기 편성 사실을 전했다. 드라마의 후광 효과에 힘입어 ENA 예능 라인업 성적표를 반등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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