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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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어’ 고경표와 강한나가 연애 예능의 출연자와 작가로 손잡았다.

지난 9일 방송된 JTBC 수목드라마 ‘비밀은 없어’ 4회에서는 멋지게 퇴사를 선언한 송기백(고경표)이 맞닥뜨린 차디찬 현실이 그려졌다. 가족들 생활비, 신용대출 상환금, 카드값, 교통비, 통신비 등 월 고정 비용만 해도 상당한 데다가, 퇴직금까지 중간 정산받아 본가 전세금에 보탰으니, 폼 나는 사표 뒤에 남은 건 ‘텅장’ 뿐이었다. 당장 다음 달 생활비를 걱정하는 가족들은 기백의 가슴을 더욱 무겁게 짓눌렀다.

“무계획과 무희망의 기막힌 콜라보”에 기백은 앞으로 무얼 할지 몰라 방황했다. 언제 발동할지 모르는 혓바닥 헐크 때문에 재취업은커녕 행사 MC, 아나운서 강사, 리포터 등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스스로를 향한 ‘팩폭’대로, “무능한 경력직”이 따로 없었다. 존경했던 선배 혁진(이순원)이 뉴스 데스크를 떠나 프리 아나운서로 행사를 뛰는 현장을 보니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여기가 어디인지, 당장 뭘 해야 되는지, 자신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는 건 온우주(강한나)도 마찬가지였다. ‘뛰는 형님들’이 폐지되고 새로운 프로그램 구상에 들어간 우주는 시작도 전에 난항을 겪었다. 고심 끝에 내놓은 아이디어는 관계자들로부터 “뻔해도 너무 뻔하다”, “우리 프로 침몰 직전이다”, “감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았다. 게다가 알고 보니 세컨드 작가 이하영(이봄소리)은 메인 작가인 자신보다 돈을 더 주고 모셔온 상전이었고, 섭외도 전에 협찬까지 다 끌어온, 비교되는 ‘일잘러’였다.

그럼에도 우주는 “노가 부러졌으면 젓가락이라도 가져와서 저어야 한다”고 크게 마음을 먹고 국민 MC이자 구남친인 김정헌(주종혁)까지 섭외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대세를 데려왔다고, “쉽게 가려고 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보고 싶지 않았던 구남친에게 끌려 다니는 비참한 상황에도 비실비실 웃어야 하는 현실은 참담했고, “지치지 말자. 뭐든 하자. 되면 하고 안 되면 다시 하자”는 초긍정의 마음으로 어떻게든 버티려고 발악해도 갈수록 더 초라해졌다. 우주는 일분 일초도 빠짐없이 창피했다.

기백과 우주는 마치 스위치가 꺼진 듯한 서로의 인생을 위로했다. 세든 집의 돌아온 장남과 주인집 딸로, 방송국이 아닌 같은 집 옥상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속내를 털어놓으며 가까워졌다. 우주가 동료들의 뒷말만 듣다 전하지 못하고 집으로 가져온 찌그러진 빵과 식은 커피를 맛있게 먹은 기백은 “빵이 망가져도 맛과 향은 본연의 것 그대로다. 나중에 온작가가 안 괜찮다고 하면 그때 빵 한번 사겠다”라며 지친 우주를 달랬다. 우주는 “처음보는 멋진 퇴사였다”라며 후회한다는 기백의 쓰라린 심정을 보듬었다.

그러다 서로의 인생을 전환(switch)시킬 수 있는 스위치 역시 서로임을 알게 됐다. 재채기를 하면 ‘혓바닥 헐크’가 작동한다는 걸 알아낸 기백은 우주의 손이 자신의 가슴에 맞닿았을 때 그 스위치가 꺼진다는 사실에까지 이르렀다. 기백이 자비없는 팩트로 폭주할 때마다 우주가 그의 가슴에 손을 얹고 기백을 진정시켰던 것. 그 시각, 기발한 아이디어에 골몰하던 우주는 기백이 “재미없고 뻔하고 한심할 때 보라”며 건넸던 명언 수첩을 뒤적였다. 그러다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를 때는 내가 절대 안 할 것을 찾아라. 오히려 자유가 생긴다”는 명언에 ‘유레카’를 외쳤다. 기백과 자신이 안 하고 못 하는 기막힌 예능 프로그램 아이디어가 생각난 것.

온동네 정전으로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 앉은 옥상에서 만난 기백과 우주. “우리 한번 해봐요”라며 기백은 우주의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이어진 예고 영상에서 두 사람이 손잡고 연애 예능 프로그램을 런칭한 다음 이야기가 공개됐다.

‘비밀은 없어’ 매주 수, 목 저녁 8시 50분 JTBC에서 방송된다.

김서윤 텐아시아 기자 seogug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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