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의 찐담화♪≫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가요계의 '찐'담화를 주도합니다. 무분별한 정보 속에서 표류하는 이슈를 날카롭게 보고 핵심을 꼬집겠습니다.
참 희한하다. 분명히 신곡인데, 어디선가 들어본 듯 편안하게 귀에 쏙 들어와 박힌다. 그리고 몇 분 뒤,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 노래, 어떻게 금세 따라 부르게 됐을까.
자꾸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노래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가수 장범준이다.
장범준이 신곡 '추적이는 여름 비가 되어'로 지난 11일 기습 컴백했다. 이번엔 '여름 비'다. '봄 벚꽃'을 소재로 한 '벚꽃엔딩'으로 연금 이상의 저작권 수익을 누리고 있는 장범준은 '여름 비'로 음악 팬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두드렸다.
이번 새 싱글 '추적이는 여름 비가 되어'는 장범준이 아내인 전 탤런트 송승아의 취향을 고려해 만든 곡으로, 로맨틱한 스토리를 품고 있다. 장범준은 해당 곡 설명에서 '아내의 결혼기념일 선물로 기획됐다'면서 '영국처럼 흐리거나 장마철 같은 날씨를 좋아하고, 드라마도 약간 어두운 걸 좋아하는 아내의 취향을 짜 맞추다가 나온 곡'이라고 소개했다. '추적이는 여름 비가 되어'는 공개된 뒤 지니, 벅스 등 음악사이트 실시간 음원차트 1위에 올라 15일 오후 현재까지 상위권 수성하고 있다. 소속사도, 특별한 홍보 마케팅도 없이 이뤄낸 결과다. 음원차트 1위가 '하늘의 별 따기'인 요즘 가요계의 생태계를 생각하면 실로 놀랍다.
봄 캐럴 '벚꽃엔딩'에 이어 장마 특수를 노렸나 싶은 '추적이는 여름 비가 되어'는 시즌송과 스토리의 시너지가 영리한 전략으로 진화하며 음악팬의 입맛을 끌어당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장범준의 음악을 계속 듣게 될까. 장범준의 음악에 빠지는 단계는 평양냉면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과 거의 흡사하다.
처음 평양냉면을 한 젓가락 후루룩 빨아들이고 국물을 꿀꺽 마시고 난 순간, 혀끝엔 그다지 강렬한 자극이 없다. 두 번, 그리고 세 번. 몇 번의 젓가락질이 이어지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슴슴하면서 깔끔한 육수와 담백한 메밀면이 어우러져 입 안 가득 폭죽을 터트린다. 자극적인 엽기 떡볶이보다 슬며시 스며든 평양냉면에 중독되면 여간해선 빠져나오기 어렵다.
이번 신곡 '추적이는 여름 비가 되어'도 비슷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장범준이네' 했는데, 두세 번 랜덤 플레이에 노출되자 어김없이 빠져들었다.
키보드에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기본 구성된 반주 위에 얹힌 깊고 구수한 장범준의 보컬이다. 고음이나 음색을 통해 어필하는 여타 남성 보컬과는 달리 자신만의 주무기가 뚜렷하다. 되려 조금 낮은 음역대, 호불호 없는 목소리에 비음 섞인 비브라토가 감성을 터치한다. 강력한 해비메탈이나 후크가 명확한 K팝 댄스곡을 계속 듣다보면 어느샌가 장범준의 노래가 당긴다.
육수와 메밀면이 핵심인 평양냉면처럼, 장범준의 음악 역시 서정적인 멜로디와 감성 가사, 편안하고 듣기 좋은 보컬을 갖춰 기본기가 탄탄하다. 장범준은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그 무기을 극대화해 활용할 줄 아는 뮤지션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장범준의 음악에 대해 '항상 비슷하다', '자기복제가 심하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의 히트곡 '여수 밤바다'와 '사랑에 빠졌죠' 등은 듣는 순간 장범준 이름 석자를 떠올릴 만큼 코드 진행이나 가사의 구사 및 배치 등이 무척 흡사한 느낌을 준다. 장범준의 다른 노래도 몇 번 듣고나면 금세 머리 속에 맴도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꾸준히 제기된 자기복제 논란에 대해선 과거 MBC '무한도전'에서 장범준 본인도 에둘러 인정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장범준의 음악에서 여전히 많은 대중들이 봄을 만나고, 사랑을 느끼고, 청춘을 돌아보며, 이별에 아파한다는 것이다. 장범준이란 뮤지션이, 그리고 그의 음악이 여전히 음악팬들에게 크게 소구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창작의 고통'이 뮤지션의 본분이자 숙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자기복제 논란은 장범준이 반드시 넘어서야 할 숙제다. '추적이는 여름 비가 되어' 역시 장범준의 지문이 진하게 찍혀 있는 곡이긴 하다.
이번 신곡은 싱글이니, 다음번 EP나 정규앨범에서는 신박한 스타일의 장범준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장범준 특유의 주무기에 새로운 필살기 한 끗이 더해진다면 제2의 '벚꽃엔딩'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가요계의 '찐'담화를 주도합니다. 무분별한 정보 속에서 표류하는 이슈를 날카롭게 보고 핵심을 꼬집겠습니다.
참 희한하다. 분명히 신곡인데, 어디선가 들어본 듯 편안하게 귀에 쏙 들어와 박힌다. 그리고 몇 분 뒤,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 노래, 어떻게 금세 따라 부르게 됐을까.
자꾸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노래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가수 장범준이다.
장범준이 신곡 '추적이는 여름 비가 되어'로 지난 11일 기습 컴백했다. 이번엔 '여름 비'다. '봄 벚꽃'을 소재로 한 '벚꽃엔딩'으로 연금 이상의 저작권 수익을 누리고 있는 장범준은 '여름 비'로 음악 팬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두드렸다.
이번 새 싱글 '추적이는 여름 비가 되어'는 장범준이 아내인 전 탤런트 송승아의 취향을 고려해 만든 곡으로, 로맨틱한 스토리를 품고 있다. 장범준은 해당 곡 설명에서 '아내의 결혼기념일 선물로 기획됐다'면서 '영국처럼 흐리거나 장마철 같은 날씨를 좋아하고, 드라마도 약간 어두운 걸 좋아하는 아내의 취향을 짜 맞추다가 나온 곡'이라고 소개했다. '추적이는 여름 비가 되어'는 공개된 뒤 지니, 벅스 등 음악사이트 실시간 음원차트 1위에 올라 15일 오후 현재까지 상위권 수성하고 있다. 소속사도, 특별한 홍보 마케팅도 없이 이뤄낸 결과다. 음원차트 1위가 '하늘의 별 따기'인 요즘 가요계의 생태계를 생각하면 실로 놀랍다.
봄 캐럴 '벚꽃엔딩'에 이어 장마 특수를 노렸나 싶은 '추적이는 여름 비가 되어'는 시즌송과 스토리의 시너지가 영리한 전략으로 진화하며 음악팬의 입맛을 끌어당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장범준의 음악을 계속 듣게 될까. 장범준의 음악에 빠지는 단계는 평양냉면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과 거의 흡사하다.
처음 평양냉면을 한 젓가락 후루룩 빨아들이고 국물을 꿀꺽 마시고 난 순간, 혀끝엔 그다지 강렬한 자극이 없다. 두 번, 그리고 세 번. 몇 번의 젓가락질이 이어지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슴슴하면서 깔끔한 육수와 담백한 메밀면이 어우러져 입 안 가득 폭죽을 터트린다. 자극적인 엽기 떡볶이보다 슬며시 스며든 평양냉면에 중독되면 여간해선 빠져나오기 어렵다.
이번 신곡 '추적이는 여름 비가 되어'도 비슷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장범준이네' 했는데, 두세 번 랜덤 플레이에 노출되자 어김없이 빠져들었다.
키보드에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기본 구성된 반주 위에 얹힌 깊고 구수한 장범준의 보컬이다. 고음이나 음색을 통해 어필하는 여타 남성 보컬과는 달리 자신만의 주무기가 뚜렷하다. 되려 조금 낮은 음역대, 호불호 없는 목소리에 비음 섞인 비브라토가 감성을 터치한다. 강력한 해비메탈이나 후크가 명확한 K팝 댄스곡을 계속 듣다보면 어느샌가 장범준의 노래가 당긴다.
육수와 메밀면이 핵심인 평양냉면처럼, 장범준의 음악 역시 서정적인 멜로디와 감성 가사, 편안하고 듣기 좋은 보컬을 갖춰 기본기가 탄탄하다. 장범준은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그 무기을 극대화해 활용할 줄 아는 뮤지션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장범준의 음악에 대해 '항상 비슷하다', '자기복제가 심하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의 히트곡 '여수 밤바다'와 '사랑에 빠졌죠' 등은 듣는 순간 장범준 이름 석자를 떠올릴 만큼 코드 진행이나 가사의 구사 및 배치 등이 무척 흡사한 느낌을 준다. 장범준의 다른 노래도 몇 번 듣고나면 금세 머리 속에 맴도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꾸준히 제기된 자기복제 논란에 대해선 과거 MBC '무한도전'에서 장범준 본인도 에둘러 인정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장범준의 음악에서 여전히 많은 대중들이 봄을 만나고, 사랑을 느끼고, 청춘을 돌아보며, 이별에 아파한다는 것이다. 장범준이란 뮤지션이, 그리고 그의 음악이 여전히 음악팬들에게 크게 소구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창작의 고통'이 뮤지션의 본분이자 숙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자기복제 논란은 장범준이 반드시 넘어서야 할 숙제다. '추적이는 여름 비가 되어' 역시 장범준의 지문이 진하게 찍혀 있는 곡이긴 하다.
이번 신곡은 싱글이니, 다음번 EP나 정규앨범에서는 신박한 스타일의 장범준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장범준 특유의 주무기에 새로운 필살기 한 끗이 더해진다면 제2의 '벚꽃엔딩'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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