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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으로 홍대를 평정한 남자, 김락건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할 수 없지만, 그가 등장했을 때 모두가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마치 잠언처럼 우리의 뼈에 아로새겨졌다. 홍대 신(scene)의 로커들은 하나둘 그의 노예가 되길 자처했다. 그 남자의 이름은, 김락건.

김락건은 언젠가부터 페이스북에 “나 김락건!!!”이란 말과 함께 어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나 김락건!!! 습관처럼 나 김락건!!! 자신을 수련하고 또 수련한다. 현재의 자리를 지키려거나 너희 미물들을 밟으려는 욕심 욕망 따위가 있어서가 아니다. 이 세상을 이끌고 바꾼 모든 위인들이 그러 했듯 고독하고 혹독한 수련은 나 김락건!!!의 의지와 상관 없는 운명과 같은 것”과 같은 주옥과 같은 어록들이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

김락건의 주먹에 홍대의 싸움꾼을 자처하던 이들은 하나둘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잔다리 비트 오프닝 파티가 열리는 예스24무브홀 앞에는 크라잉넛, 로큰롤라디오, 로다운 30, 피해의식, ECE 등 ‘잔다리 페스타’에 참가하는 뮤지션들이 모여 ‘홍대의 왕’으로 떠오른 김락건을 알현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에 척 노리스가 있다면, 홍대 신에는 김락건이 있는 것이다.

음악 좀 한다고 나대는 이들은 김락건 앞에서 한낱 미물에 불과했다. 크라잉넛의 김인수도 김락건에겐 빵셔틀에 불과했다. 요즘 좀 뜬다고 나대는 피해의식의 크로커다일은 김락건과 말을 섞어서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켜보려 하지만 번번이 싸대기만 맞을 뿐이었다. 그가 아직 살아있다는 게, 아니 김락건이 그를 아직 살려뒀다는 것이 용하다.

김락건(가운데)의 노예 밴드 로다운 30
김락건(가운데)의 노예 밴드 로다운 30
김락건(가운데)의 노예 밴드 로다운 30

김락건은 현재 로다운 30와 까나리 소다로 활동 중이다. 이 두 팀은 김락건이 속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치가 있다. 까나리 소다는 김락건(기타, 보컬) 최익재(베이스), 윤수영(기타), 최규철(드럼)으로 구성된 4인조 밴드다. 이들 멤버들은 작년 3월경에 의기투합했다. 김락건과 최익재, 그리고 윤병주는 김락건의 기타 숍인 스톰박스에서 수다를 떨다가 까나리 소다의 결성을 결정하게 된다. 김락건은 최익재는 둘 다 기타와 베이스를 다룰 줄 알지만, 김락건이 기타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기타를 맡게 됐다. 아니다. 김락건이 기타를 치고 싶었기 때문에 기타를 맡은 것이다.

까나리 소다는 김락건만 기억하면 되기 때문에 나머지 멤버들은 간략히 소개하겠다. 윤수영은 현재 한음파에서도 활동 중이며, 최규철은 펑크록 밴드 쟈니로얄 출신으로 문희준이 록을 할 때 드럼을 맡은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익재는 그냥 동네에서 노는 듣보잡 베이시스트인데 김락건이 친히 멤버로 받아줬다.

까나리 소다는 본격적인 서던 록 밴드를 추구한다. 서던 록은 70년대 미국 남부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록으로 올맨 브라더스, 레너드 스키너드 등의 밴드가 잘 알려져 있다. 블루스의 영향이 잘 나타나는 음악으로 기타의 매력이 극대화된, 기타에 특화된 음악이기도 하다. 이러하니 김락건이 기타를 잡고, 서던 록을 하는 게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김락건이 기타를 치면 흙바람이 불어 황사가 온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화제의 노래 ‘나 김락건(023374353)’은 까나리 소다의 출발을 알리는 대망의 첫 싱글이다. 기존의 모든 록의 기타리프를 비웃는 듯한 흥얼거림으로 시작되는 이 곡은 주옥과 같은 가사와 흙냄새 나는 기타 연주가 조화를 이룬 서던 록 곡이다. ‘건방진 락스타 주먹으로 다스리는 강한 남자 나 김락건’이라는 가사를 듣는다면 홍대의 수많은 기타 멘 병신들과 스틱 든 똥개들은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될 것이다. ‘나 김락건’이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이 노래는 ‘기승전김락건’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가히 2014년 최고의 노래라 할만하다.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오늘밤 김락건이 너를 찾아갈 것이다. 김락건의 주먹을 맞기 전에 반성의 의미로 노래 제목에도 나와 있는 전화번호 02-337-4353으로 전화를 걸어라.

‘나 김락건(023374353)’의 프로듀싱은 크라잉넛의 김인수, 보컬 디렉팅은 로다운 30의 윤병주가 맡았다. 둘 다 홍대에서 침 좀 뱉고 다니는 이들이지만, 김락건의 부하에 불과하다. 까나리 소다는 현재 ‘왕자지 소녀’, ‘모텔솔로’, ‘전방주시 눈깔아’, ‘흡연유죄?’ 등을 녹음 중이다. ‘왕자지 소녀’는 김락건의 별명이다.

기명신 러브락컴퍼니 대표(오른쪽)는 뭘 보고 놀란 것인가?
기명신 러브락컴퍼니 대표(오른쪽)는 뭘 보고 놀란 것인가?
기명신 러브락컴퍼니 대표(오른쪽)는 뭘 보고 놀란 것인가?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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