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칸 영화제에서 단연 주목할 만한 인물은 배우 이선균이다. 이선균은 칸에 초청된 우리 배우 중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기생충' 이후 약 4년 만에 밟은 칸 레드카펫이다.
이선균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에서 열리고 있는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총 두 편의 영화로 세계 영화인들을 만났다. 낮에는 '잠'(감독 유재선)으로, 같은날 자정에는 영화 '탈출: PROJECT SILENCE'(감독 김태곤, 이하 '탈출')가 상영됐다. 칸 영화제에서 한 배우가 같은 날 두 편의 영화로 관객을 만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인 이 영화는 극대화된 공포 속 예기치 못하게 숨겨진 코믹적 요소 등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결을 같이 한다. 유 감독은 봉 감독의 조감독 시절을 오래 겪었던 만큼 공유된 정서가 엿보인다.

특히, '탈출'은 상영 직후 5분 가까이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새벽 2시 30분 야심한 시각에도 관객들은 이 영화에 열띤 박수갈채로 작품성에 환호를 보냈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새벽 두시 반까지 관객들이 흥미롭게 영화를 본다는 게 무척 고무됐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제니·송중기보다 이선균, 배우·아빠 인생 정점 찍은 '칸의 남자' [TEN피플]](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BF.31929583.1.jpg)
이선균은 '탈출' 상영 이후 진행된 시사회에서 "아이들이 졸지 않고 영화를 끝까지 몰입감 있게,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해 안심이 됐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선균은 이번 칸 영화제를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로, 두 아들에게 존경받는 아빠로 우뚝 서며 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글로벌 팬덤을 지닌 블랙핑크 제니의 레드카펫 드레스가 아무리 우아했다고 해도, 배우 송중기의 네 번째 손가락에 아내 케이티와의 결혼반지가 반짝였다고 해도, 이번 칸 영화제에서 가장 행복한 배우는 이선균이 아닐까 싶다.
한편, 올해 칸 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우리 영화는 총 7편이다. '주목할만한 시선'에 '화란'(감독 김창훈), 비경쟁 부문 비경쟁에 '거미집'(감독 김지운),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탈출: PROJECT SILENCE', 비평가 주간에 '잠', 감독 주간 폐막작에 '우리의 하루'(감독 홍상수)가 올랐다. 라 시네프(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이씨 가문의 형제들'(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서정미), '홀'(한국영화아카데미 황혜인)이 선정됐다.
지난 16일 개막했으며, 오는 27일까지 열린다. 개막작은 '잔 뒤 바리'(감독 마이웬), 폐막작은 '엘리멘탈'(감독 피터 손)이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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