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이병헌에 물었다…美에 치이고 日에 밀리는 韓 영화 어쩌죠? [TEN초점]
영화 '드림'이 어렵사리 버티고 있지만, 한국 영화의 부진이 끝 모르는 늪에 빠졌다. 어린이날 연휴이자 주말을 앞둔 4일 기준 박스오피스 톱5 중 한국 영화는 '드림'(3위) 뿐이다. 1위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2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4위 '존 윅 4', 5위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데다 거대 팬덤을 가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과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기세에 '드림'이 자신의 파이를 지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 어려운 시국 속 감독, 배우, 관계자 등 영화계의 이야기를 짚어봤다.
이병헌 감독 /사진=텐아시아 DB
이병헌 감독 /사진=텐아시아 DB
어려운 시국 속 개봉된 '드림'의 이병헌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막중한 부담감과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 주변 감독들, 주위 관계자 분들 모두 엄청난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요. 지금은 네 영화, 내 영화가 없다. 다들 한국 영화가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드림'이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럴 수 있을까 부담감이 있어요. 다만, 구원투수는 아닐지라도 중간계투로서 1이닝 정도는 막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여름에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올 예정이니까 기대하고 있고요. 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뭐랄까... 많이 무섭습니다. 어떤 변화가 큰 폭으로 이뤄지고 있는 거 같아요. 이에 대해 부담감이 큽니다."

배우 전도연은 장기적으로 한국 영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OTT'와 '극장' 투 트랙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봤다. OTT를 통해 한국 영화의 글로벌 유통을 촉진함과 동시에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 마케팅을 펼쳐 내수 시장을 챙겨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도연은 최근 진행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감독 변성현)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 침체에 대한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생각보다 코로나 시기를 너무 오래 겪었어요. 벌써 3년째잖아요. 그 사이 사람들의 취향과 생활패턴이 달라졌죠. 그 자리를 파고든 게 OTT고요. 이런 흐름들을 바꾸고, 이전으로 회복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봐요. 요즘은 영화가 제작되는 편수도 많이 줄고, 영화 감독들이 OTT로 많이 가잖아요. 그렇지만 우리 한국 영화를 알리는 데는 OTT 플랫폼의 힘도 크다고 생각해요. 반면, 극장 상황은 좋지 못한데 사람들을 어떻게 극장으로 오게 하느냐, 코로나 시국에 이미 익숙해진 틀을 바꾸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숙제가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영화 '아바타'-'더 퍼스트 슬램덩크'-'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영화 '아바타'-'더 퍼스트 슬램덩크'-'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한 영화 관계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매력과 완성도가 한국 영화 부진의 이유라고 봤다. 코로나 이전에 비해 전체적인 관객 규모가 작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 영화가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즈메의 문단속'(518만 명)이나 '더 퍼스트 슬램덩크'(518만 명) 등 일본 애니메이션은 국내 극장에서 전에 없는 이례적 흥행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가장 최근작은 지난해 12월 14일 개봉한 '아바타2'다.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돌리어 영화관으로 꼭 가야할 만한 이유를 한국 영화들이 직접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관객들은 영화관에 가지않아도 될 이유가 너무 많아졌죠. 하지만 '아바타2'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사례를 봤을 때, 그만한 퀄리티나 기대치에 충족하는 영화가 나왔을 때 관객들은 영화관을 찾아요. 관객들의 기대치에 맞는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나와줘야 하고, 이를 위해 한국 영화 관계자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티켓 가격 인하'를 꼽았다. 코로나 당시 피할 수 없었던 직격탄을 맞아 어쩔 수 없이 올려야 했던 티켓 가격을 기존 수준으로 다시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거리두기가 완화된 만큼 티켓 가격을 낮춰 좀 더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

"이제는 티켓값 정상화를 위해 각 극장들이 노력해야 합니다. 코로나 시국에야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이제는 코로나 시국 이전 수준으로 티켓값을 내려서 보다 많은 관객들을 유치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와 동시에 만족할 만한 수준의 영화적 체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별 이벤트 병행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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