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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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경호의 필모는 화려하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흥행작을 양산해 온 그. 아쉬움은 남는다. 관객이 극 중 캐릭터에 몰입하기 어려운 배우의 현실 배경은 부담을 남긴다. 정경호에게 붙는 소녀시대 '수영'의 남자친구란 수식어처럼.

지난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압꾸정'(감독 임진순) 정경호 인터뷰는 그의 10년 연인인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 배우 수영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 부분 차지했다.

정경호는 연예계 장수 커플로서 10년의 세월 동안 만나온 수영을 언급하며 안정적이고 편안해 보였다. 다소 예민할 수 있는 결혼 질문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적 없으나 시기를 보고 있다"고 빼지 않았다.

인터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이고, 그러다 보면 그 대화가 자연스럽게 사생활 쪽으로 흐를 수 있다. 게다가 스타의 사생활이나 연인에 대한 언급은 대중이 무척 좋아하고 궁금해 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 대화를 통해 정경호가 사람과의 인연을 중시 여기고, 한 사람과 오래 연을 맺는 성품이라는 걸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쉬운 점은 인터뷰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정경호가 수영의 남자친구로서 이야기 하는 동한 그가 연기한 캐릭터가 부각될 기회는 침식되고 있다.

2004년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최윤 역으로 대중에 눈도장을 찍은 정경호는 벌써 20년차 배우를 바라보고 있다. 수많은 캐릭터가 그를 거쳐 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김준완, OCN '라이프 온 마스' 한태주 등 매력적인 모습도 보였지만, 캐릭터에 몰입하기엔 현생의 그가 가진 스토리가 크게 다가 온 것이 사실.

이번에 개봉한 '압꾸정'(감독 임진순)이 그의 필모그래피에 굵직하게 남을 만한 작품일지는 미지수다. 정경호의 연기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으지만, 투톱으로 나선 마동석과 시너지가 나지 못한 아쉬움이다. '압꾸정' 자체의 만듦새나 서사의 전개가 헐거운 탓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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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짧지 않은 시간 연기 내공을 쌓은 정경호이기에 결국 작품을 보는 선구안과 인생 캐릭터의 만남이 '수영 남친'이라는 꼬리표를 떼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연기와 스타일이 되는 그의 자리를 대체할 만한 배우를 찾기 쉽지 않기도 하다.

정경호는 내년 1월 방송 예정인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타고난 천재성의 일타강사 최치열 역으로 배우 전도연과 입을 맞춘다. 전도연과 호흡을 통해 연기 포텐을 터트리며 인생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전도연 선배님과 함께 연기하게 됐는데, 제가 20대 때부터 꿈꿔왔던 선배님과 멜로 연기를 한다는 자체가 너무 감사하더라. 더 노력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고 했다. 또, 영화 '보스'를 언급하며 "조우진, 박지환 선배와 진짜 하고 싶었다"고 기대를 당부하기도 했다.

'압꾸정'에 이어 일타 스캔들'로 그리고 영화 '보스'로 열일 행보를 예고한 정경호다. 정경호가 본업인 배우로서 오롯이 대중에게 회자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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