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윤여정 오스카 수상 이후 관심 ↑
윤여정, 브래드 피트에 "다음 영화엔 돈 좀 더 써달라"
티파니 영, 한예리와 '미나리' 관람…눈물
브래드 피트-윤여정./ 사진제공=네이버 무비
브래드 피트-윤여정./ 사진제공=네이버 무비


<<노규민의 씨네락>>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영화의 숨겨진 1mm,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합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수도 있는, 영화 관련 여담을 들려드립니다.


"브래드 피트가 '미나리'의 제작자다. 다음에 영화를 만들 땐 돈을 더 써달라고 했다. 그런데 잘 빠져나가더라. 조금 더 쓰겠다고 대답했다"(윤여정)

윤여정과 오스카 그리고 브래드 피트. 오스카를 들어올린 만큼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윤여정과 '빵발'형 브래드 피트와의 만남이었다.

윤여정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 이날 시상자로 나서 자신의 이름을 호명한 브래드 피트에게 "드디어 만났다. 우리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느냐?"라고 농담을 건네 웃음을 안겼다.

이어 윤여정은 시상식이 끝난 직후 한국 특파원이 모인 자리에서도 브래드 피트를 언급하며 "돈을 더 써달라"고 말한 사실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브래드 피트./ 사진=텐아시아DB
브래드 피트./ 사진=텐아시아DB
윤여정이 언급했듯 브래드 피트는 '미나리'의 제작자다. 윤여정은 생뚱맞게 '돈' 이야기를 꺼낸 걸까. 이는 '미나리'의 결말이 자기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서다. 최초에 쓰인 각본에서는 순자(윤여정 분)가 죽는 결말이었다고 한다. 치매가 심해져 양로원에서 화투도 제대로 못 치다가 결국 영면하고, 미나리에 대한 내래이션이 흐르며 끝을 맺는다고. 윤여정은 이러한 결말에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

그러나 정이삭 감독은 이를 바꿨다. 그리고 '제작비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최초 각본대로 가려면 해당 장면에 10대 배우들이 필요했는데, 새로운 배우들을 오디션 보고 뽑을 만한 돈이 부족했단다.

'미나리'는 약 200만 달러(약 22억원) 정도를 들인 저예산 독립영화로 분류된다. 마블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2억2000만달러(약 2440억원)를 들여 만들었으니, 할리우드 영화치고 얼마나 적은 돈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미나리' 포스터./ 사진제공=판씨네마
'미나리' 포스터./ 사진제공=판씨네마
미나리에는 야박했지만, 브래드 피트는 제작자로도 엄청난 영향력을 과시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02년 영화사 플랜비(PLAN.B)를 설립해 제작에 뛰어들어 2011년 '트리 오브 라이프'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2013년 '노예 12년'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봉준호 감독 영화 '옥자'를 제작에 참여했으며, 한국계 이민자들의 삶을 다룬 미국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6개 부분 후보에 오르는 등 또 한 번 주목받았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작품으로,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민을 간 1세대 한국계 미국인이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이야기를 현실적이고 담담하게 연출했다. 윤여정을 비롯해 한예리, 스티븐 연, 앨런 김, 노엘 케이트 조 한국계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미국 제작사에서 만든 미국영화다.

그런데도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에 평단과 관객의 마음이 움직였고, 우리에겐 지극히 평범한 할머니 배우 윤여정에게 전 세계인들이 매료됐다.

그 결과 '미나리'는 세계 유수의 시상식과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휩쓸었고, 윤여정이 오스카 여우조연상까지 들어 올리는 성과를 이뤘다.

'아카데미' 이후 이 영화에 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고, 이탈리아에선 개봉 첫날 전국 25개 상영관에서 1635명의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같은 날 개봉한 신작 영화들이 100~200명을 모은 것에 비교해 압도적이다.
[노규민의 씨네락] 윤여정은 왜 브래드피트한테 "돈 좀 써"라고 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96만 관객을 돌파, 100만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 직후에는 박스오피스 순위 2위까지 역주행하기도 했다.

'미나리'의 수입사 판씨네마의 백명선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여파에 작은 독립영화이니 50만 명만 봐도 좋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미나리'는 현재 이들의 바람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성과를 이루고 있다.

29일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미나리'는 이날 기준 전세계 1113만5066 달러를 벌어들였다. 제작비 200만 달러를 들여 5배 넘는 수입을 기록 중이다. 손익분기점이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오스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어 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 그리고 재치있는 입담, 여기에 '미나리' 이야기에 전세계인이 공감하고 있는 지금, 브래드 피트가 제작비를 적게 들인 대신 배우들에게 인센티브라도 넉넉히 챙겨줘야 되지 않나 싶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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