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차인표' 주인공 차인표
"단점을 코미디로 승화시킬 수 있는 나이"
아내 신애라 목소리 출연
배우·감독·작가까지 다양한 분야 창작자로 활동
배우 차인표 /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차인표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는 배우 차인표가 주인공이고 극 중 캐릭터 이름 역시 차인표다. 차인표가 기획한 일대기냐고? 아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본 차인표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구상해 새롭게 해석해나간 작품이다. 실제 차인표이기도 하고, 가상의 차인표이기도 한 셈. 영화 속 차인표는 대중들에 의해 만들어진 '왕년의 젠틀한 스타'라는 이미지에 갇힌 채, 무너진 체육관에 갇힌 채' 이미지 사수 대작전'을 펼친다.

차인표는 5년 전 이 영화를 제안 받았다가 거절한 바 있다. '차인표'라는 자신의 이름이 제목인 데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그래도 이 영화를 찍기로 마음을 돌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주어진 이미지로 오랫동안 살면서 이미지 때문에 얻는 것도 많았습니다. 잘 먹고 살 수 있었고 연예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죠. 하지만 이면을 보면 제 스스로가 이 이미지에 안주하게 되고 편안한 존에 들어가서 즐거워했던 것 같아요. 갇혀서 오래 있다보니 팬들도 다 떠나갔는데 그것도 모르고 전 계속 안주한 거죠. 변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궁한 사람이 변해야겠구나 생각했을 때 '차인표'를 만났습니다."
영화 '차인표'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차인표'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속 차인표는 한물간 스타이고, 우스꽝스럽게 표현되기도 한다. 번듯하고 멀끔한 이미지의 차인표에게 염려되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상업영화계에서 투자가 되는 배우가 있고 주인공으로서 투자 안 되는 배우 있는데 제가 그런 범주에 있어요. 그래서 대본에 그렇게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부족한 면이 있으면 다른 쪽에서 채워지기도 하고 입체적이죠. 전체적으로 봤을 때 지금 저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서 그렇게 속상하진 않았어요. 이제는 다른 사람과 경쟁할 때가 아니라 제가 갖고 있는 단점도 코미디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재밌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나이죠."

이번 영화에는 차인표의 실제 아내인 신애라가 목소리로 깜짝 출연해 힘을 보탰다. 극 중 신애라는 무너진 체육관에 갇힌 차인표에게 전화로 "거기서 뭐하는 거야? 당장 안 나와?"라고 잔소리한다. 실제와 허구를 오가는 경계에 있는 이번 영화에서 또 하나의 재밌는 장면 중 하나다.

"원래는 제작자와 감독님이 아내에게 출연 요청을 했어요. 영화에서 제가 갇혀있을 때 꿈에서 아내가 해주는 밥을 먹는 장면이 있는데 아내가 출연은 안 하겠다고 해서 목소리 출연이라고 해달라고 타협 봤죠. 그런데 이렇게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줄 알았으면 직접 출연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하. 그때는 몰랐잖아요.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친 거죠. 하하."
배우 차인표 /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차인표 / 사진제공=넷플릭스
차인표는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으로 영화를 연출하기도 하고, 작가로 소설을 쓰기도 한다. 창작자로서 그는 이번 영화에 대해 "실험적"이라고 의미를 되짚었다. 또한 "감독님이 마블처럼 이 세계관을, 실험적 장르를 확장시켜 나가면 좋겠다"고 바랐다.

연기를 비롯해 연출, 집필까지 차인표가 다양한 분야에 창작 활동을 하고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능동적 삶, 둘째는 후배들을 위한 고용 창출이다.

"처음 데뷔하고 10여년은 열심히 일했어요. 이후 7~8년간은 아이들을 구호하고 양육하는 봉사활동을 주업보다 많이 했죠. 다시 일하려고 보니 치열했던 예전 삶과는 조금 떨어졌고 그 사이 업계에는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등장했어요. 세상은 변했고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바뀌었죠. 이제 주어진 역할을 기다리는 수동적 삶보다 능동적으로 하고 싶은 걸 찾고 메시지 있는 작품도 만들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업계 나이든 사람이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젊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일할 자리를 마련해주는 겁니다. 그렇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자연스레 생각이 바뀌게 됐어요."

차인표는 "기회가 된다면 올해 하반기에는 영화를 제작하고 선보일 계획"이라고 귀띔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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