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새해 첫 날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라이브 오브 파이>는 이안과 블록버스터, 3D, 베스트셀러 원작이라는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조합의 결과물이다. 폭풍우로 가족을 모두 잃은 파이(수라즈 샤르마)가 태평양 한가운데서 벵갈 호랑이와 함께 보낸 227일간의 여정을 그린 영화는 이안 감독이 <헐크> 이후 오랜만에 작업하는 블록버스터이자 처음으로 도전한 3D 영화다. 망망대해의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모험담인 동시에 한 인간이 자아의 가장 내밀한 속살을 들여다보는 사색기인 <라이프 오브 파이>에 대한 몇 가지 힌트를 이안 감독의 목소리로 전한다. 지난 11월 5일 CGV 여의도에서 열린 내한 로드쇼와 기자간담회에서 이안 감독이 밝힌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인생관이나 신앙에 관한깊은 성찰”

이안 감독이 말하는 &lt;라이프 오브 파이&gt;
“<라이프 오브 파이>는 동양적인 소재를 서양의 캐나다 작가가 쓴 토대로 동양인 감독인 내가 영화화 했다. 많은 아시아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고 인생관이나 신앙에 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원작 소설을 접한 것은 십여 년 전이다. 책을 읽자마자 그 내용에 매료되었다.모험과 생존 등에서 삶이 주는 경이로움을 표현한 부분이 나를 사로잡았다. 책이 표현하고자 했던 엄청난 힘의 존재나 믿음을 나는 ‘환상’이라고 부르고 싶다. ‘환상’을 통해 신의 존재를 느끼면서 도전을 해나가는 파이의 모습이 어떻게 보면 우리 존재의 본질적인 것을 표현해주지 않나 싶다.”

“가장 규모가 크고 스펙터클한 영화”

이안 감독이 말하는 &lt;라이프 오브 파이&gt;
“감독으로서 원작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굉장히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내용이다. 사실은 처음엔 영화화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만든 영화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스펙터클한 영화여서 촬영하기 가장 어려운 영화기도 했다. 4~5년 전 제작사가 이 책을 들고 와서 너무 좋은 이야기지만 기술적이나 경제적인 차원에서 문제가 있고, 또한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내용인데 이 두 문제를 어떻게 잘 조화시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고민이라고 했다. 어떻게 해결책을 마련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이 엄청난 이야기를 성인이 된 파이가 제 3자의 입장에서 소년 파이의 여정을 그려내며 그의 정서와 감정을 표현해내면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같은 맥락에서 2D로는 표현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야기를 한 차원 더 끌어올려 제 3자의 관점으로 다양화했듯 영화를 3D로 표현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미쳤다.“

“보물을 발견했구나”

이안 감독이 말하는 &lt;라이프 오브 파이&gt;
“내가 무명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요즘 사람들의 순수함이 점점 상실되어 간다는 부분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파이는 청년의 순수함이 반드시 표현되어야 했는데, 기존 배우보다는 신인 배우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이라는 인물의 감정을 스크린에서 표현해낼 수 있는 연기에 타고난 재능을 갖고 있는 배우를 선택해야 했다. 내가 원하는 영혼을 가진 배우를 찾는 것에 대해 많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 배우를 고르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연기자는 연기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재능이 기본적으로 있으면서도 주어진 이야기를 얼마나 몰입해 표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특정 부분의 스크립트를 읽어주면 그 감정을 어떻게 흡수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다. 그것을 보며 보물을 발견했구나 하는 심정으로 수라즈 샤르마를 발탁하게 됐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꿈”

이안 감독이 말하는 &lt;라이프 오브 파이&gt;
“내게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꿈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한 취향이나 생각, 내용 등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것들을 영화화해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표현의 여정이라 할 수 있는데, 굉장히 긴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영화마다 사용하는 방법은 다르다. 소재, 이야기, 배우, 일하는 스태프들이 다르고 영화마다 직면하는 문제들이 다르다. 그때 그때 다르게 접근하면서 배운다. 예를 들어 호랑이는 어떻게 표현하고 이 장소는 어떻게 표현하는 등 영화의 방법론을 터득하기도 한다. 환상을 영화화하는 데 있어서 누가 이것을 믿을지에 관해선 내 자신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나부터 그 환상을 믿고 빠져들어 몰입을 해야지만 그것이 표현되었을 때 관객도 그것을 믿게 된다고 생각한다. 영혼이 담겨있지 않은 영화는 성공적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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