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더스 게임
엔더스 게임


외계 종족 포믹의 공격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뒤 우주함대를 결성한 인류는 지구를 지켜낼 단 한 명의 영웅으로 뛰어난 지능과 천재적 전략을 지닌 엔더(아사 버터필드)를 선택한다. 혹톡한 훈련과 시뮬레이션 전투를 통해 우주함대 최고의 지휘관으로 성장한 엔더는 인류의 미래가 걸린 최후의 전쟁에 나서게 된다. 12세 관람가, 31일 개봉.

황성운 : 게임과 SF의 결합은 매력적이고 탁월했다 ∥ 관람지수 7
이은아 : 조금은 어설프고 촌스러운,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 관람지수 7

엔더스 게임
엔더스 게임
황성운 :
‘엔더스 게임’은 SF다. 외계 종족 포믹의 침공으로 인류는 위기를 맞이하고, 이를 극복한다는 내용이다. 실상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고, 구미를 당길만한 소재도 아니다. 하지만 게임과 아이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흥미를 잡았다. 인류의 운명을 책임지는 영웅 엔더는 초등학생쯤 되는 어린이다. 10살 안팎의 어린이에게 인류의 운명을 맡긴 셈이다. 그러다 보니 아기자기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또 어린이를 내세운 덕분에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더 피부로 와 닿는다. 전쟁의 당위성과 목적을 묻는 엔더의 질문은 어른들에게 던지는 묵직한 생각거리다. 아쉽게도, 이 메시지로 인해 만들어진 결말은 조금 오버스럽다.

‘엔더스 게임’은 성장영화다. 지구를 구할 영웅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착실히 다룬다. 엔더는 다양한 훈련 과정 속에서 남다른 리더십과 전술 능력을 뽐내며 두각을 나타낸다. 그리고 여느 성장영화가 그렇듯, 동료들과의 다툼 및 불화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 등으로 잠시 흔들리는 엔더의 모습도 잊지 않고 등장한다. 이 과정에 엔더의 형과 누나를 투영시키면서 어느 정도 설득력을 만들었다. 때때로 어린이는 어른의 행동과 사고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어른의 거울이기도 하다. 엔더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난폭한 형과 동정심이 너무 많은 누나의 성향을 모두 적당하게 흡수했다. 누나와 형의 결핍을 채운 ‘완전체’ 엔더다.

‘엔더스 게임’은 게임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꽤 흥미로운 SF로 탈바꿈시켰다. 탁월한 조합과 선택이다.영화의 내용만 봤을 땐 뭔가 화려한 우주 전쟁 쇼가 펼쳐질 것만 같다. 물론 영화에 표현된다. 무중력 상태에서 펼쳐지는 훈련 과정과 대결, 우주 공간과 전쟁 장면 등 볼거리도 충분하다. 하지만 이를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 차이점을 둔다. 치열한 전쟁터는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구현되고, 전쟁 역시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이뤄진다. 때문에 엔더와 대원들의 전쟁터는 컴퓨터 속 가상공간이다. 그리고 이 가상공간은 곧 현실 속 공간으로 치환된다. 다소 허무해 보이긴 하지만,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꽤 흥미로운 방식이다.

엔더스 게임
엔더스 게임
이은아 :
‘엔더스 게임’은 우리 사회를 반대로 그린다. 인류의 미래는 전적으로 아이들 손에 달려 있고, 어른들은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우주함대 훈련 책임자 그라프 대령(해리슨 포드)에 따르면,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없는 직관과 뛰어난 논리력을 지녔다. 포믹의 침공에 맞설 수 있는 적임자다. 그리고 그 적임자 중의 적임자가 바로 ‘엔더’다. 영화는 주로 엔더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외계 종족의 침공과 성장,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 조합이다. 어떨 땐 훈련이 아니라 ‘놀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 덕에 영화는 묘하게 매력적이다. 또 어른도, 어린이도 아닌 어정쩡하던 열두 살 엔더의 기발한 전략이 더욱 돋보인다. 목표를 위해 작은 희생은 서슴지 않는 카리스마로 관객을 압도하기도 한다.

‘엔더스 게임’에 등장하는 무기는 장난감 같고, 아이들이 입는 슈트는 핼러윈 의상처럼 비춰진다. 다소 촌스럽기도 하지만, 덕분에 과거 인기를 끌었던 게임기인 닌텐도에 직접 들어가 게임하는 듯한 맛이 살아있다. 또 우주, 외계인 그리고 무중력 상태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용사들 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전쟁의 당위성을 묻는 철학적 메시지까지 품고 있다. ‘왜 대화로 해결하지 않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나요?’ 등과 같은 엔더의 대사는 꽤 짓궂은 질문이다.

오슨 스콧 카드의 원작 ‘엔더의 게임’은 엔더가 여섯 살부터 열두 살까지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6년의 세월을 두 시간 동안 녹여내는 건 큰 과제였을 터. 지휘대까지 오르기까지 조급한 감이 있지만, 엔더와 가족을 중심으로 설득력을 충실히 쌓았다. 엔더의 누나 발렌타인은 엔더에게 엄마 같은 인물. 동정심이 너무 깊어서 우주 함대 훈련에서 탈락했다. 형 피터는 정 반대로 엔더 만큼 능력이 뛰어나지만 너무 난폭한 탓에 탈락했다. 이 두 사람에게 영향을 받은 엔더는 이해심이 깊으면서 냉철하고 강하다. 단순명료한 방식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영화의 스타는 단연 엔더를 소화해낸 아사 버터필드. 때론 아이다운 순수한 미소를 보이는가 하면 때로는 어른처럼 차갑고 섬뜩한 표정으로 이성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미묘한 차이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엔더의 얼굴과 눈을 가까이서 담는다. 역시 큰 화면이기에 기억에 꽝 박히는 눈빛이다. 벤 킹슬리는 영화 끝 부분에 잠시 등장하지만 인상적이다. 그가 풍겼던 미스터리 한 분위기는 관객의 궁금증을 높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재미있는 건 벤 킹슬리와 아사 버터필드는 영화 ‘휴고’ 이후 또 다시 만났다는 점이다. ‘휴고’에서 벤 킹슬리는 아사 버터필드를 구해주는 입장이었다면, 이번에는 두 인물 모두 동등한 위치에 선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이은아 domin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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