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과 공감 사이 〈못난이 주의보〉의 숙제는?
제작발표회 현장" /><못난이 주의보> 제작발표회 현장

〈못난이 주의보〉가 드라마 침체기에 빠진 SBS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 속에 SBS 일일드라마 〈못난이 주의보〉 제작발표회가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 목동 사옥에서 열렸다.

〈못난이 주의보〉는 부모의 재혼으로 갑작스레 동생이 생기고, 우여곡절 끝에 가장이 된 한 남자의 대가없는 희생을 통해 진정한 가족애를 보여주고 소통의 벽을 허무는 휴먼가족드라마이다. 이순재, 천호진, 송옥숙과 같이 익숙한 중견연기자들과 함께 임주환, 강소라, 최태준 등 신진 연기자들이 대거 참여하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6개월 정도로 비교적 호흡이 긴 일일드라마를 선택한 것은 신진 연기자들에겐 큰 도전이다. 주연을 맡은 임주환, 최태준은 “깊이 있는 역할을 맡은 만큼, 이번 작품을 연기의 폭을 넓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어찌보면 ‘중고신인’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의 절박함이 일일드라마 판도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못난이 주의보〉는 오는 20일 첫 방송되는 임성한 작가의 복귀작 MBC 〈오로라 공주〉와 전면전을 피할 수 없다. 어디선가 한 번은 본 듯한 진부한 스토리도 부담을 더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러한 난관에도 〈못난이 주의보〉가 일일드라마의 강자로 우뚝 설 수 있을까. 17일 첫 방송을 목전에 둔 그들이 넘어야 할 관문들을 살펴봤다.



1. 배우들의 숙제

〈못난이 주의보〉에 참여한 신진 연기자들 중에 사실 정말 ‘신인’은 없다. 물론 이제 연기의 영역에 발을 내딛은 배우나 아이돌 출신의 연기자도 있지만, 대부분이 ‘중고신인’에 가깝다. 또 극의 초반부에는 아역배우들이 열연을 펼쳤다. 그들의 연기와 연속성을 가져가면서 자신만의 연기를 펼쳐야 하는 것은 성인배우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임주환: MBN 드라마 〈왓츠업〉(2011)을 마지막으로 군에 입대 했다. 〈못난이 주의보〉는 군 제대 후 주연을 맡은 첫 작품이다. 임주환은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 때 손을 들어 인사를 할 때 거수경례를 할 뻔했다”며 아직 민간인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어색한 심경을 전했다. 그가 〈못난이 주의보〉를 복귀작으로 선정한 데는 배우 조인성의 도움도 한몫했다. 일일드라마를 놓고 고민하던 그에게 조인성은 “너(임주환)가 일일드라마를 한다면 너만의 느낌이 드라마와 합쳐져 굉장히 새로운 느낌이 나올 것 같다”며 그에게 조언을 했다고 한다. 입대 전까지 드라마, 영화 등에서 대중에게 각인될 만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기에 이번 작품은 그를 알리는 계기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최태준: 2001년 SBS 드라마 〈피아노〉에서 조인성의 아역 이경호역을 맡으며 데뷔했다. 이후 JTBC 〈빠담빠담〉(2011) SBS 〈대풍수〉(2012)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못난이 주의보〉에선 공현석 역으로 주연을 맡았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은 배우 최태준이 반드시 넘어야할 장애물이다.

강소라: ‘제2의 김태희’라는 닉네임을 달고 가수 할라맨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2011년 영화 〈써니〉에서 주연을 맡아 제48회 백상예술대상 여자인기상을 수상하며 비상하는가 싶더니만, 그 이후 잠시 주춤했다. 〈못난이 주의보〉에선 재벌가의 후계자로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내면에 아픔을 지닌 나도희 역을 맡았다. 다면적인 캐릭터를 맡아 그동안의 연기에서 확인된 전형성을 탈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별: 2010년 MBC 대하드라마 〈김수로〉에서 비련의 사로국 공주 ‘아효’로 출연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영화 〈완득이〉(2011)와 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등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지만 깊이 있는 연기를 펼쳤다고 보기엔 어려웠다. 〈못난이 주의보〉에선 겉으로 보기엔 억세지만 속이 깊은 둘째 공진주 역을 맡았다. 강별은 “이번에 맡은 역할만큼 깊이있는 역할은 처음이다”며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윤손하: 〈못난이 주의보〉에 참여하기까지 2년 반 정도의 공백기가 있었다. 일본 활동에 전념한 시기까지 포함하면 꽤나 오랫동안 대중의 곁을 떠나있었다. 윤손하는 준수(임주환)의 첫사랑 유정희 역을 맡아 일일드라마로 돌아왔다. 그녀에 대한 대중의 흐릿한 기억은 극복해야 할 난제다.

신소율: SBS 〈마이더스〉, 〈뿌리깊은 나무〉(2011), 〈청담동 앨리스〉(2012)를 통해 대중에게 ‘신소율’이란 이름을 알렸다. 위 작품들은 모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짧은 호흡을 가진 드라마에만 출연하다가 비교적 긴 호흡을 지닌 일일드라마에 도전했다. “그 동안 통통 튀는 매력만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캐릭터가 잘 살아나는 연기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식상과 공감 사이 〈못난이 주의보〉의 숙제는?
화면캡처" /><못난이 주의보> 화면캡처



2. 제작진의 숙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못난이 주의보〉에는 ‘배 다른 형제 이야기’ 와 ‘밑바닥 인생의 성공신화’ 등의 익숙한 스토리가 녹아있다. 문제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진부함과 공감의 경계에 선 〈못난이 주의보〉에겐 다른 드라마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공준수 역을 맡은 임주환은 “드라마를 준비하며 SBS 드라마 〈해피투게더〉(1999), 〈피아노〉(2001)를 집중적으로 모니터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못난이 주의보〉는 기존의 한국형 드라마와 닮은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스토리의 구성이나 인물 설정들이 그 증거다. 식상할 법한 이야기를 신선하게 만들 수 있는 건 ‘살아있는 캐릭터’와 ‘뛰어난 연출력’뿐이다.

연출은 맡은 신윤섭 감독은 배우들에게 “미니시리즈와 같은 일일드라마를 찍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연출에 집중한 만큼 촬영장 분위기는 급박했지만 그럴수록 배우, 스태프의 집중력은 밀도를 더했다. 신윤섭 감독이 이끌던 SBS 〈옥탑방 왕세자〉(2012)의 스태프 대부분이 〈못난이 주의보〉에서 다시 뭉쳤다. 그 성과는 어떨까.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다.



3. SBS의 숙제

〈못난이 주의보〉는 당찬 포부와 함께 일일드라마 전장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상황은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못난이 주의보〉와 비슷한 시기에 방영하는 MBC 〈오로라 공주〉는 상당히 강한 적수다. MBC 〈인어아가씨〉(2002), 〈하늘이시여〉(2005), 〈보석비빔밥〉(2009)로 종전의 히트를 기록한 바 있는 임성한 작가 덕분에 〈오로라 공주〉는 기획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경쟁작과의 대결에서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신소율은 “우리나라에는 스스로를 공주보다는 못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며 “〈못난이 주의보〉에는 아역들의 훌륭한 연기와 함께 성인배우들의 톡톡 튀는 연기가 있다”고 말했다. ‘공주’와 ‘못난이’ 대결의 승자가 누가 될지 궁금해진다.

기대와 우려 속 〈못난이 주의보〉는 오는 17일 오후 7시50분 막을 연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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