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eyes]〈감시자들〉, 곁눈질하지 않는 우직함 VS 매끈한 오락물
포스터" />영화 <감시자들> 포스터

“하나, 모든 임무는 감시에서 시작해 감시로 끝난다. 둘, 허가된 임무 외에는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 셋, 노출된 즉시 업무에서 제외된다.” 범죄 조직 감시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경찰 내 특수조직 감시반의 임무 수칙이다. 동물적인 직감을 지닌 감시반의 ‘송골매’ 황반장(설경구)은 탁월한 기억력의 소유자인 신참 하윤주(한효주)와 팀의 이뤄 제임스(정우성)가 이끄는 전문 강도단 추적에 나선다. 하지만 심증만 가지고는 범죄자를 검거할 수 없는 법. 이들은 결정적인 물증을 잡기 위해 오랜 잠복과 미행을 나선다. 15세 관람가. 3일 개봉.

정시우 : 하반기를 여는 첫 한국영화로 이보다 좋은 수 없다! ∥ 관람지수 - 8 / 감시지수 - 8 / 캐릭터지수 - 8
황성운 :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빠진 오락물. 무엇보다 영화다운 영화다! ∥ 관람지수 - 8 / 감시지수 - 8 / 캐릭터지수 – 7

[2eyes]〈감시자들〉, 곁눈질하지 않는 우직함 VS 매끈한 오락물
스틸" />영화 <감시자들> 스틸

2eyes ∥ 대중영화의 미덕!

정시우:
거두절미하고, 2013년 하반기를 여는 첫 한국영화로서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큰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에서 예상치 못한 스릴과 재미를 발견하는 일이란 언제나 반갑고 짜릿하다. <감시자들>은 초반 30분간 캐릭터 소개에 공을 들인 후, 하나의 사건에 집중해 앞만 보고 질주하는 영화다. 결코 옆으로 곁눈질 하지 않는다. 서브플롯이 불쑥 끼어드는 일도 없다. 웃음 강박, 멜로 강박, 눈물 강박이 넘치는 충무로 바닥에서 오로지 하나의 장르에 우직하게 매달린 건, 여러모로 탁월한 선택 같다. 무엇보다 소재인 ‘감시’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낸 솜씨가 탁월하다.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는 심리적 불안, 감시대상에게 들키면 안 된다는 조바심, 오랜 시간 이어지는 지루한 잠복근무 속에서 나타나는 신경과민 등 ‘감시’의 여러 특성들이 맞물려 돌아갈 때 파생되는 활력과 긴박감이 영화 전체를 팽팽하게 감싸고 있다. 작품적으로는 물론, 흥행적으로도 예감이 좋다.

황성운: 매끈하게, 군더더기 없니 잘 빠졌다. 빠른 전개와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린(캐스팅도 한 몫 했다) 배우들의 연기까지 더해졌다. 어떤 영화와 맞붙어도 이길만한 경쟁력이다. <감시자들>은 초반 오프닝부터 시선을 붙들어 맨다. 어떤 설명도 없이 설경구 한효주 정우성, 이 세 사람의 시선을 따르게 한다. 호기심을 만들었고, 긴장감을 자아냈다. 오프닝부터 매력이 가득했다. 시작과 동시에 날카로운 눈초리를 거둔 것도 사실. 또 다소 생소한 감시반과 그들의 감시 활동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 하지만 영화는 설명하려 들거나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분명 여러 유혹이 있었을 것 같으나 결과론적으로 이야기의 갈래를 펼치지 않고 ‘일방통행’을 선택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 빠른 전개 속에 긴장, 불안, 웃음 등을 골고루, 그것도 맛있게 섞었다. 캐릭터의 설명이 부족하다고? 인물의 히스토리가 없다고? 다행스럽게 영화 관람 중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재밌게도 이게 영화의 또 다른 묘미를 안긴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인물 간의 관계나 인물의 히스토리 등 다방면으로 생각 가능하다. 이야기 거리가 풍부하단 의미다. 장점과 단점, 그 모호한 경계선에 있는 <감시자들>, 판단은 오로지 관객 몫이다.

2eyes ∥ 감시의 주체 VS 감시의 대상

정시우: <감시자들>에서 인물들은 감시의 주체인 동시에 감시의 대상이 된다. 감시반이 제임스가 이끄는 범죄조직을 감시한다는 것이 영화의 가장 큰 그림이지만, 그런 감시반들 역시 제임스의 ‘감시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선의 흥미롭다. 신입 요원 입단 테스트 과정에서 일어나는 상사(설경구)와 신입(한효주)의 서로에 대한 감시 역시 시선 교차의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에 감시반의 상황을 모니터로 지켜보는 감시자 통제실 요원들의 눈까지 더해지면서 <감시자들>의 시선은 보다 촘촘한 그물망을 형성한다. 이토록 다층적인 ‘감시의 시선’을 품은 ‘감시’ 영화라니. 시선을 교차시키는 방식도 효율적이다. 가령 제임스는 고층 빌딩 옥상에서 아래를 관조한다. 반면 감시반은 봉고차를 타고 거리를 돌며 제임스를 쫓는다. 수직과 수평이 시선 교차가 영화를 보다 역동적으로 보이게끔 한다. 이 과정에서 관객이 품을만한 의심은, 우리 역시 누군가로부터 감시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실제로 불법 사찰, 불법 정보공개, 개인 정보 유출 등으로 시끄러운 대한민국이 아닌가. 어쩌면, ‘누군가 날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가 이 영화가 선사하는 가장 큰 긴장감일지 모른다.

황성운: ‘감시반 vs 제임스’가 영화의 주된 구도다. 분명 제임스는 악역이다. ‘반전’의 임무를 책임질 새로운 인물이 끼어들지도 않는다. 굉장히 단순한 대결 구도다. 맞다. 분명 싱겁다. 그런데도 흥미로운 건 단순한 대결 구도에 끼어든 ‘감시’ 때문이다. 감시반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제임스 일행을 감시하고, 제임스 역시 자신을 감시하는 감시반들을 감시한다. 이처럼 감시의 주체와 대상이 계속해서 교차한다. 특히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순간들을 아주 흥미롭게 스크린에 표현했다. 고층 빌딩이 가득한 서울 도심을 주된 배경으로 삼은 덕분에 시선 교차를 더욱 시각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었다. 시선과 시각의 다양화, <감시자들>이 지닌 최고의 무기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음만 먹으면 한 개인의 사생활 터는 건 일도 아닐 것 같다. 나쁜 짓 하고 살지 말자. 누가 지켜볼지 모르니까.

[2eyes]〈감시자들〉, 곁눈질하지 않는 우직함 VS 매끈한 오락물
스틸" />영화 <감시자들> 스틸

2eyes ∥ 원작 <천공의 성> VS 리메이크 <감시자들>

정시우:
<감시자들>은 <일단 뛰어> <조용한 세상>을 연출한 조의석 감독과 <호우시절> <푸른 소금> <위험한 관계>의 촬영을 담당한 김병서 감독의 공동 연출작이다. 일단, 홍콩영화 마니아라면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임을 눈치 챌 수도 있다. <감시자들>의 원작은 (두기봉 감독 영화의 각본가로 활동했던) 유내해 감독의 <천공의 눈>이다. 엄밀히 말해, 이 영화의 큰 그림은 유내해 감독의 아이디어인 셈이다. 하지만 영화라는 게 좋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님을 우리는 이미 여러 번 목격한 바 있다. 가깝게 (<영웅본색>을 리메이크 한)<무적자>부터 바다건너 (<엽기적인 그녀>를 리메이크 한)<마이 세시 걸>까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시자들>은 각색 영화의 지침서까지는 아니어도, 참고서로는 불릴법하다. 빼야할 부분은 과감하게 버리고, 더해야 할 부분에 공을 들인 ‘선택과 집중’이 좋다. 원작의 소재와 기본적인 인물 구도는 취하되, 이야기를 한국적인 정서에 맞게 재가공해 냄으로서 공감 획득에도 성공한다. 연출가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게 뭔지, 맥을 정확하게 짚고 있다는 인상이다. 원작에선 비중이 크지 않은 여성캐릭터를 살린 것도 주효했다. 남성 투톱이 유행인 충무로 시장에서, 작품 외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다만 ‘주목할 만한 감독 출현’을 논하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조의석 감독은 실패에 대한 전례가 있기에 정확한 판단은 다음으로 유보해야 할 것 같고, 처음으로 연출을 맡은 김병서 감독은 홀로서기를 해 봐야 그만의 연출력을 가늠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두 사람이 <감시자들>에서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는 상당하다는 사실을.

황성운: 원작이 있는 영화다. 하지만 이 원작을 아는 사람은 사실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보 과정에서도 원작을 강조하지 않았다. 물론 판권 등 저작권 문제는 다 해결했다 하더라도 순수창작물처럼 내세우는 것에 불편한 시선도 있을 법하다. 어찌됐던 결과론적으로 국내에서 원작의 지명도는 ‘제로’라고 봐도 무방하다. 때문에 <감시자들>은 원작과는 별개로, 이 자체로서 보는 편이 적절한 관람 방법이다. 그래도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을 것. <감시자들>에는 임달화가 깜짝 출연한다. 임달화는 <감시자들>의 원작인 홍콩 영화 <천공의 눈>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감시자들>의 설경구 역할 정도.

2eyes ∥ 소재를 극대화시키는 촬영 vs 두 감독의 호흡

정시우: 촬영부 출신인 두 연출가의 이력은 <감시자들> 곳곳에서 발견된다. <감시자들>은 촬영과 편집 또한 소재의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데에 집중한 영화다. 잘 짜여진 컷 분할과 다양하게 시도된 카메라 구도, 리드미컬한 편집이 계속되는 미행으로 인해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영화에 생동감을 선사한다. 특히나 흥미롭게 쓰인 건, 부감숏과 롱테이크다. 좁은 골목길에서 인물들이 부딪히는 순간 카메라가 위에서 아래로 전체 동선을 눌려 찍는다. <올드 보이>의 장도리 신과 닮은 액션임에도 불구하고, 신선해 보이는 이유다. 우연에 기댄 몇몇 장면 전환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감시자들>은 충분히 즐길만한 대중영화다.

황성운: 감독이 두 명이다. 조의석 감독과 김병서 감독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흔하디흔한 말도 넘어섰다. 역할 분담이 확실했기 때문. 특이하게도 조의석 감독은 <일단 뛰어> <조용한 세상> 등 연출 경험이 있고, 김병서 감독은 이전까지 ‘촬영 감독’으로 영화에 참여해 왔다. 오랜 만에 현장에 나선 조의석 감독은 김병서 감독의 현장 능력이 필요했고, 연출 데뷔를 꿈꿨던 김병서 감독에겐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서로의 니즈(Needs)가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시너지를 가져왔다. 한효주는 ‘감독님이 두 분이라 든든했다’고.

[2eyes]〈감시자들〉, 곁눈질하지 않는 우직함 VS 매끈한 오락물
설경우 정우성 한효주 캐릭터 포스터" />영화 <감시자들> 설경우 정우성 한효주 캐릭터 포스터

2eyes ∥ 캐릭터 무비, 정우성의 존재감 VS 한효주의 재발견

정시우:
감시반 요원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화학작용은 이 영화가 지닌 또 하나의 동력이다. 특히 그들에게 부여된 타조, 독사, 다람쥐, 나무늘보 등의 닉네임이 인상적이다. 창의성 면에서는 <도둑들>의 뽀빠이(이정재), 씹던 껌(김해숙), 팹시(김혜수), 예니콜(전지현)에 비할 바 못 되지만,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한 발 앞선다. 닉네임이 요원 개개인의 능력을 알기 쉽게 안내하는 표시판 역할을 한다. 그리고 영화를 이끌어가는 설경구, 정우성, 한효주. 먼저, 동물적인 감각의 황반장을 능숙하게 연기해 내는 설경구는 강철중 이후 오랜만에 자신에게 최적화 된 옷을 입은 느낌이다. 머리보다는 몸이 앞섰던 강철중으로 유명한 그가 객관적인 단서 하나에 집착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점도 비교해서 볼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평소 잘 하던 걸 (역시) 잘해 낸 설경구보다,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인 정우성과 한효주가 조금 더 두드러져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생애 첫 악역을 연기한 정우성은 자신의 육체가 지닌 미학적인 측면을 망설이지 않고 전시한다.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지니고 있던 쓸쓸하고 고독한 이미지가 제임스라는 인물과 만나 시너지를 일으키는 부분도 있다. 여리 여리 한 이미지가 강했던 한효주는 이번 작품을 통해 앞으로 보다 다양한 장르의 시나리오와 역할에 도전할 있게 됐다.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힌 작품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아, 극중 다람쥐로 분한 2PM 이준호의 활약도 기대해도 좋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버릴 캐릭터가 없다는 점에서 <감시자들>은 ‘캐릭터 무비’로 불러도 무방하다.

황성운: 이름도 없다. 송골매, 꽃돼지, 다람쥐, 두더지 등 코드네임으로 불린다. 기억나는 이름은 한효주가 연기한 하윤주(코드네임 꽃돼지)와 정우성이 맡은 제임스 정도. 설경구도 황반장 또는 송골매로 불린다. 그 외 모든 인물들이 마찬가지. 각 인물의 특징에 맞는 코드네임의 부여로 철저하게 캐릭터화했다. <도둑들>처럼. 뽀빠이, 씹던 껌 등 ‘작명’의 창의성은 분명 <도둑들>이 앞선다. 하지만 캐릭터의 이름(코드네임)과 캐릭터의 성격 그리고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이 세 가지를 아우르는 조화는 <감시자들>이 더 뛰어나다. 가령, 다람쥐는 동물 다람쥐의 특징과 다람쥐란 코드네임을 가진 인물의 성격 그리고 다람쥐를 연기한 이준호까지 모든 게 딱 맞아떨어진다. ‘동물원 개장’ 등과 같이 이를 통해 파생되는 언어적 활용도도 상당히 높다. 그래도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기 마련. 코드네임이 없는, 악역인 정우성이다. 그는 원래부터 멋진 배우였고, 그만의 아우라가 가득했다. 대중은 잠시 그것을 잊고 있었을 뿐이다. <감시자들>에서 그의 ‘멋짐’을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올 초 <신세계>로 이정재가 ‘멋드러짐’을 드러낸데 이어 이번엔 그의 ‘절친’ 정우성이 나섰다. 악역인 정우성에 감정이입이 되는 건 비단 나 혼자였을까. 다만, 조연 캐릭터들은 부각되는 면이 크지 않다. <도둑들>은 10명에 가까운 캐릭터를 드러내면서도 각각의 매력을 다 잡아준 반면 <감시자들>은 몇몇에 머무르고 있다.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주무르는 솜씨는 최동훈 감독의 우세.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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