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 남겨둔 <해운대 연인들>, 어디까지 왔나
, 어디까지 왔나" /> 14-15회 KBS2 월 밤 9시 55분
의 서사를 이끌던 것은 이태성, 양태성, 남해라는 세 개의 이름을 가진 태성(김강우)이다. 태성을 중심으로 얽혀있던 관계들이 모두 드러난 뒤 은 거취 문제에 대한 태성의 갈등을 보여준다. 양아버지인 변호사 이세조(최상훈)와 아내였던 세나(남규리)는 태성을 어떻게든 “처음으로 되돌려” 놓으려 한다. 문제는 태성을 둘러싼 두 사람의 움직임이 두 회에 걸쳐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반복된다는 데 있다. ‘이태성’의 자리를 위해 이세조는 삼촌수산과 소라(조여정)를 버리라는 비슷한 제안을 되풀이하고, 세나는 소라에 대한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 태성과 몇 번이나 같은 이유로 부딪힌다. 이 싸움의 과정에서 소라와 삼촌수산 사람들은 수동적인 인질의 역할을 할 뿐이다.

유사한 장면 사이에는 극단적인 상황이 연이어 발생한다. 태성과 소라는 번갈아가며 구치소에 수감되고, 육탐희(김혜연)와 기 싸움을 벌이던 양가죽파 사람들은 육탐희와 가준을 산속 나무에 묶어 방치한다. 이러한 자극적인 장면의 반복은 극에 제대로 된 위기감을 자아내지 못하고 무감각하게 스쳐 지나간다. 결국, 현실적 쟁점인 해운대 호텔 인수합병은 마지막 회를 기약하며 이야기의 테두리로 밀려나고, 성기게 만들어진 서사의 빈틈은 배경음악과 화보 같은 핸드폰 사진, 인물들의 고뇌에 잠긴 표정으로 채워진다. 태성의 모든 비밀이 밝혀진 뒤, 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연속 방영된 14회와 15회 내내 은 어디가 진짜 태성의 자리인지를 물었다. 하지만 태성이 모든 것을 버리고 남해의 자리로 돌아가리라는 것은 갈등이 발생한 첫 지점에서부터 정해져 있었고, 태성과 소라는 함께 하겠느냐는 같은 질문에 이미 몇 번이나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남은 것은 더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두 사람에게 ‘해운대 연인들’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뿐이다.

글. 김지예(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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