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여우누이뎐>, 과연 누가 괴물인가
, 과연 누가 괴물인가" /> 3회 KBS2 월-화 밤 9시 55분
올해의 새 구미호 이야기가 택한 화두는 인간과 짐승의 경계다. 역대 구미호 중 가장 인간적인 구미호와 가장 잔혹한 인간이 등장하는 은 지속적으로 그 경계의 폭력성에 대해 묻는다. 이 주제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구미호 어미(한은정)와 인간 사내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수 연이(김유정)의 캐릭터를 통해서다. 석 달 뒤면 완전한 여우로 변하는 연이의 주변에는 계속해서 수상한 징후가 나타나고 아무것도 모르던 천진난만 연이도 차츰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3회에서 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정체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자꾸만 짐승들에게 습격당하자 “이제는 제가 무섭”다 말했던 연이가 퇴마사의 하얀 가루에 의해 짐승의 형상이 드러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어머니, 전 괴물입니까?”라고 물으며 오열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에 단순한 호러물 이상의 슬픔과 깊이를 더해주었다. “생각해보니 전 원래부터 남들과 달랐어요” 라고 이어지는 대사는 바로 그 ‘괴물’이란 대상이야말로 ‘다름’에 대한 폭력에서 비롯된 타자임을 이야기한다. 의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이처럼 정체성을 고민하는 구미호의 등장을 통해 수많은 구미호 전설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를 환기시킨다는 점이다. 장르물로서도 여우구슬이나 여우피, 소의 간 에피소드 등 기존 구미호 전설의 흥미로운 모티브들을 장편의 드라마 안에 유기적으로 녹여내고 있다는 점 또한 점수를 줄 만하다. 앞으로도 까마귀 떼 습격을 물리치는 장면처럼 ‘무리수 돋는’ 특수효과나 분장보다는 강점인 이야기를 더 살리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좋겠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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