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트라우마有 신민아·남친 만행에 동조 공승연…악연으로 치닫은 6인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신민아부터, 남친의 만행에 동조하는 공승연까지, 6명의 인물이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실타래처럼 얽혀버리고 이들은 순식간에 '악연'이 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이다. 감독과 배우들은 밀도 높은 스릴러라고 자신했다.31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일형 감독과 배우 박해수, 신민아, 이희준, 김성균, 이광수, 공승연이 참석했다.

'악연'은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다. 이 감독은 "각자의 욕망을 가진 6명의 인물이 특정한 사건을 겪고, 벗어날 수 없이 실타래처럼 얽힌 악연의 굴레에 빠지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 감독은 '악연'을 통해 첫 시리즈 연출을 맡았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이 작품에 대해 이 감독은 "전작 '리멤버' 개봉을 앞두고 있을 때쯤 카카오 웹툰으로 이 작품을 접하게 됐다. 재밌었다. 이 작품을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로 하기에는 러닝타임이 길 것 같아서 드라마로 하면 이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드라마는 6부작이다. 시청자가 6부작 내내 긴장감을 갖고 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제가 생각한 큰 틀이다. 좋은 연출, 좋은 화면을 담는 건 영화와 본질적으로 같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연출 포인트에 대해 "6명 캐릭터가 어떤 식의 악연으로 엮여있는지 조금씩 정보를 제공하는 게 관건이었다. 실타래처럼 조금씩 풀리다가 '6부작이 끝나야 '악연'이 완성되는구나, 제목이 '악연'일 수밖에 없구나'를 시청자들에게 인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악연'에서는 몇몇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캐릭터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목격남', '안경남'과 같은 식이다. 이 감독은 "캐릭터성이 드러나는 장면이 필요했다. 대본을 읽는 분들은 배우나 스태프들이지 않나. 그 사람들이 몰입해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데 포커스를 두기도 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대본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도 잡아야 하지 않나"라고 전했다.

박해수는 한밤중 의문의 사고를 목격하는 '목격남' 역을 맡았다. 박해수는 "스토리가 이렇게 극단적이고 강하면서도 한 호흡으로 끌고 가는 작품을 많이 보지 못했다. 반전과 구성에 끌렸다. 대본을 읽을수록 이상한 간극에서 벌어지는 코미디에서도 매력을 느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박해수는 캐릭터에 대해 "이름 그대로 '목격'하는 인물이다. 그걸 방관하고 '안경남'에게 돈을 받고는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 조금 의뭉스러운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경남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으려고 했다. 내가 공감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극단적 상황에서 순차적으로 변하는 모습에 연기 중점을 두려고 했다"고 했다.

신민아는 평생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외과 의사 주연을 연기했다. 신민아는 "대본 보고 신선했다. 대본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저한테 제안해준 캐릭터는 조금 뒤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재밌어서 몰입해서 봤다. 내 캐릭터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신민아는 "외과 의사 주연은 두 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과 만나게 되면서 감정이 휘몰아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연은 과거 트라우마 때문에 현재도 고통스럽게 살고 있다. 현실에서 느끼는 고통의 무게감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감독님과도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워낙 장르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많이 하고 싶었다. '악연' 대본 받았을 때도 기뻤고 잘 해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악연' 이후에도 장르물을 많이 하고 싶다"고 바랐다.

이희준은 부채에서 벗어나려 코인에 손을 댔다가 더 큰 빚을 지게 되는 '사채남'으로 분했다. 이희준은 사채남에 대해 "아버지의 사망 보험금 증서를 발견하고 잘못된 선택을 한다. 살인 청부를 길룡에게 제안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시청자가 볼 때도 나쁜 놈이 나쁜 선택을 하는 것이 그럴 법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채남이 내적 독백이 많다. 마치 햄릿처럼. 아버지를 죽이느냐 마느냐"라고 설명했다.

이희준은 "처음 제안받았을 때는 8부작이었다. 6부작으로 줄이면서 각 회차를 각 인물이 끌고 가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감독님의 필력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는 1부가 재밌어야 하지 않나. 제가 1부를 책임지고 있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각 시리즈를 한 명이 책임지고 끌고 간다는 구조도 마음에 들었다"고 전했다.

김성균은 급전이 필요할 때 하필 일자리를 잃게 되는 길룡 역으로 출연했다. 캐릭터에 대해서는 "물류센터에서 잘린 길룡은 아픈 아이 때문에 돈이 필요하던 와중에 사채남에게 제안받게 된다. 거래의 악연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길룡은 가족들에게는 가장이고 울타리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서는 악인이 된다. 이 작품을 보며 악인과 선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런 점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김성균은 "로그라인(몇 줄로 요약해둔 줄거리 설명)에 인물들끼리 '더럽게' 엮여있다고 나와 있다. 질척거릴 때는 확실하게 질척거리게 보이도록 노력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광수는 한밤중의 실수로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한 한의사 '안경남' 역을 맡았다. 긴장감 있는 대본에 이광수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말처럼, 손에 땀 때문에 대본이 다 젖었다. 날씨가 약간 쌀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말의 대명사 같은 대본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이광수는 "교통사고 사건 이후 안경남이 처절하고 치졸해지는 과정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극한의 상황에 몰렸을 때 그 인물이 가진 지질함이 잘 드러나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공승연은 '안경남'의 여자친구 유정 역으로, 사고를 덮는 남자친구의 선택에 동조한다. 공승연은 "대본이 재밌었다. 관계없어 보이는 여섯 인물이 하나의 사건으로 얽히는 이야기가 신선했다. 6화 내내 긴장감을 놓지 않게 만드는 작품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유정은 제가 그간 보여드리지 못했던 모습이다. 유정을 연기할 내 모습이 어떨지 궁금해서 하게 됐다"고 전했다.

공승연은 "한순간 연인의 관계가 악연으로 변하는 포인트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선하고 청순한 캐릭터를 주고 맡아왔던 공승연은 "팜므파탈 매력의 유정을 소화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며 "이번에 분장팀과 의상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상상만 했던 제 모습을 구현해주셔서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광수, 공승연은 이전과 다른 캐릭터 연기에 만족감을 표했다. 이광수는 "예전부터 악역을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해왔다. 그 꿈을 '악연'을 통해 제대로 이룬 것 같아서 감독한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악연'을 통해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가 이 말에 담긴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악연'을 통해 악역을 해보고 싶은 꿈을 이뤘다"고 발언을 정정해 웃음을 안겼다. 공승연도 "마지막에 광수 오빠와 찍을 때는 저도 꿈을 펼쳐봤다"고 했다. 이에 이광수는 "저희한테는 산타클로스 같은 작품"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악연'에는 조진웅, 김남길이 특별출연했다. 이 감독은 "적은 분량으로 임팩트를 줘야 하는 역할이라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중 두 사람에게 인연이 닿았고, 두 사람이 흔쾌히 출연해줬다"고 밝혔다.

화제작 '폭싹 속았수다' 다음에 나오게 된 '악연'. 이 감독은 "저도 '폭싹 속았수다'를 열심히 봤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4주 동안 1위를 한 작품 다음으로 시청자를 만나는 작품이지 않나. 하지만 우리 작품에는 장르적 매력이 있다. 따뜻한 휴머니즘 다음으로 매운맛 작품을 보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처음 기획부터 완성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이번 주 공개한다니 감개무량하고 떨린다. 재밌게 봐주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희준은 "저도 '악연'의 6부까지 멈출 수 없더라. 힘든 시간을 잠시 잊고, 빠져서 재밌게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시청을 당부했다. 박해수는 "좋은 작품을 내보이는 것이 좋은 창작자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자신 있게 준비했고,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자부했다.

'악연'은 넷플릭스에서 다음달 4일 오후 공개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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