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부' 주연 맡은 이병헌 인터뷰


"감독님이 가장 힘들었겠죠. 영화 '보안관'을 찍고 몇 년 만에 정성껏 만든 영화가 혹시나 관객을 못 만나면 어쩌나 우려했을 테죠. 지금 상황에서 가장 힘든 건 그 친구, 유아인 씨일 겁니다. 마음이 많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영화에는 조훈현이 자신이 키워낸 제자에게 패배해 망연자실하다가 절치부심해 다시 정상을 노리는 모습을 담는다. 실제 비슷한 경험이 있냐는 물음에 이병헌은 "같이 하는 배우가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면 나도 덩달아 신난다. 기운을 끌어올려 준다"고 평소 경쟁보다는 응원을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병헌은 한 영화상 시상식에서 유아인에게 트로피를 내준 경험을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극 중 조훈현이 이창호에게 진 뒤 망연자실해 거실에서 담배 피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 촬영 전날 시상식이 있었는데, 유아인 씨와 같은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어요. 상은 유아인 씨가 탔죠. 감독님이 연기 디렉팅을 주길래 '어제 같은 감정인 거죠?'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습니다 .하하."

"실존 인물 연기는 늘 부담이 있어요. 기댈 수 있는 부분과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모두 있죠. 당사자를 직접 만나 얘기하면서 눈빛이나 버릇 등 그 사람의 것들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에요. 반대로 허구의 인물은 제가 창조할 때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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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국수님에게도 당시의 심정을 들었죠. 당신이 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제자가 이겼는데 마음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는 장면, 대국장을 도망치듯 나와 바깥 공기를 마시며 허탈해하는 장면. 그 상황과 감정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했고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여간 만족스럽지 않아서 그 신을 찍고 며칠 뒤에도 감독님한테 '다시 찍으면 안 되냐'고 그랬죠. 틀려서가 아니고 또 다르게 표현해보고 싶어서요. 욕심이 생겼어요."

"재밌게 봤고, 감독이 정성스럽게 만든 것 같다고 하셨어요. 워낙 바둑 팬이고 그 시대를 직접 겪었던 분이잖아요. 당시 분위기를 잘 살렸다고, 여러 칭찬을 해주셨어요. 그런데 제 연기 칭찬은 안 해주셨어요. 하하."

"극장을 좋아해요. 어렸을 때 저를 극장으로 자주 데려갔던 아버지의 영향이 커요. 극장 특유의 냄새가 있었어요. 마감이 미흡한 시멘트 벽, 아이들의 오줌 지린내, 오징어와 땅콩 구운 냄새까지. 그 냄새만 맡으면 가슴이 콩닥콩닥…. 어렸을 적 제 심장 소리가 아직도 떠올라요. 예전엔 극장에서 어르신들이 다 담배를 폈는데, 스크린 아래에서 담배 연기가 올라오는 장면도 저한테는 향수로 남아있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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