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협상의 기술' 극의 흐름 깨는 OST 혹평
사진=텐아시아DB, JTBC
사진=텐아시아DB, JTBC
"이제훈 대사 안 들려" 혹평 쏟아졌다…흐름 끊는 OST, '협상의 기술' 이게 최선인가 [TEN스타필드]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JTBC 새 토일드라마 '협상의 기술'에 대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시청자들의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안판석 감독 특유의 색깔이 이번 작품에서는 제 옷을 입지 못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대사가 많은 오피스 물에서 배경음악(OST)을 지나치게 강조해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렸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 8일 처음 방송된 '협상의 기술'은 전설의 협상가로 불리는 대기업 M&A 전문가 윤주노(이제훈 분)와 그 팀의 활약상을 담은 작품이다. 11조원이라는 산인그룹의 막대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인수·합병(M&A) 프로젝트 이야기다.
안판석 감독./사진=텐아시아DB
안판석 감독./사진=텐아시아DB
'협상의 기술' 연출은 맡은 안판석은 '밀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등 남녀 간의 로맨스를 현실적이면서도 짙은 감성으로 그려내 많은 사랑을 받은 감독이다. 안판석 감독은 평소 OST에도 본인만의 색을 뚜렷하게 담는다. 해외 싱어송라이터가 부르는 올드팝 느낌이나 가사가 없는 OST를 고집한다.

이는 '협상의 기술'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 작품이 대사가 많은 오피스물이라는 것이다. 그의 앞선 작품 다수가 대사보다 분위기가 중요한 로맨스물인 것과 다르다. '협상의 기술' 첫 번째 OST는 Kevin Salem(케빈 살렘)의 'Money Takes the Heart'로, 록과 블루스의 감성을 결합한 웅장한 느낌의 곡이다. 가사는 돈과 탐욕이 인간의 본질을 위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돈과 성공이 가져다줄 화려함의 이면에는 차가움이 가득하다는 말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사진제공=SLL
사진제공=SLL
이 OST는 1, 2회 방송 내내 반복적으로 깔렸고, 극의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줬다. 일례로 이제훈이 기업 임원진 앞에서 M&A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OST가 너무 커서 대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또 OST가 과도하게 사용돼 장면과 맞지 않는 비장하고 웅장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이런 점이 극의 몰입을 깨트렸다는 지적도 있다.

내용 자체가 기업 M&A를 다룬 만큼,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협상의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OST로 인해 이제훈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 집중이 깨진다면, 이는 잘못된 연출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사진 제공=JTBC
사진 제공=JTBC
안판석 감독은 과거 '하얀거탑'으로 오피스 물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뮤직비디오 같은 특유의 느린 템포와 현실감 있는 대사 등이 그의 특색으로 자리 잡았다. 로맨스물에 어울리는 이런 연출은 '협상의 기술'의 장점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인맥 캐스팅 역시 지적받고 있다. 안판석 감독은 드라마에서 같이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을 계속 썼고, 조연 라인업만 봐도 '안판석 드라마'라는 걸 알게 했다. 오만석은 이번 작품을 포함해 총 7개를 같이 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같은 배우 돌려쓰기를 멈춰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협상의 기술'은 '옥씨부인전'의 후속작이지만 약 두 달의 공백기를 거친 뒤 공개된 탓에 후광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1회 시청률 3.3%에서 2회 6.1%로 상승했지만, 경쟁작이 없는 시간대인 것을 고려하면 3회에서 다시 내려갈 확률이 높다. '협상의 기술'이 SBS '보물섬', MBC '언더커버 하이스쿨'의 치열한 주말극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