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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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가짜 연애가 지긋지긋하다. 여러 예능들이 '비즈니스 썸'을 화제성 포인트로 우려먹는다.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대목을 이용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어느 정도는 재미로 웃어넘기지만, 프로그램과 연관성 없이 반복되는 비즈니스 썸은 진정성을 떨어뜨린다.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사당귀)를 진행하고 있는 전현무는 얼마 전 방송에서 "반드시 기사화시켜 달라"고 요청한 내용이 있었다. 후배인 홍주연 KBS 아나운서가 자신을 이상형으로 지목한 것. 방송에서 엄지인 아나운서는 홍주연에게 "전현무 vs 남현종"으로 이상형을 물었다. 홍주연은 20살 연상인 전현무를 꼽으며 "저는 귀여운 남자가 좋다"고 답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이상형이 어떤 사람'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이지, '이상형이 누구인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후 '사당귀'는 줄곧 전현무-홍주연의 러브라인을 밀고 있다.

최근 방송에서도 전현무와 홍주연의 러브라인이 강조되고 있다. 전현무가 후배 아나운서들과 만나는 자리를 가진 가운데, 홍주연은 "사실 파리에서도 멀리서 지켜봤다"라며 전현무와의 인연을 짚었다. 전현무는 음식 사진을 찍지 않는 홍주연에게 "주연이는 이런 거 안 하지?"라든가 "주연이 많이 못 먹네" 등 홍주연에게 더 관심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MC와 패널들도 "파리의 연인", "사랑하네" 등 핑크빛 분위기를 부추겼다.

전현무는 실제로 여자 후배 아나운서와 공개 열애 경험이 있다. 이런 그를 놓고 제작진이 또 다른 여자 후배 아나운서와 러브라인을 만드는 그림이 옳은 것인가라는 의문도 생긴다.
사진=SBS '미우새' 캡처
사진=SBS '미우새' 캡처
방송용 러브라인이 '사당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는 김승수, 양정아의 러브라인을 밀었다. 오랜 친구 사이인 두 사람 사이를 방송에서는 묘한 기류를 끼얹으며 오랜 절친이 연인이 되는 것 같은 그림을 만들었다.

김승수는 "집에서 멍하니 (양정아를) 서너 시간 생각할 때도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되게 특이한 관계이긴 하다"고 말했다. 둘은 목걸이를 선물하거나 귓속말을 하거나 스킨십을 하는 등 친밀한 모습을 연출했다. 두 사람은 AI 합성으로 미래 2세 사진을 살펴보기도 했다. 하지만 김승수의 "속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0명이다"라는 고백으로 둘의 방송용 연애는 사실상 끝이 났다.
사진제공=나래식
사진제공=나래식
박나래, 양세형의 썸도 빤히 보이는 방송용이다. 박나래 유튜브 '나래식'에서 박나래는 양세형에게 "우리 관계에 대해 빨리 털고 가자"고 제안하고, 급기야 양세형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까지 이어졌다. 박나래는 어머니에게 "저희의 이런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라고 물어보시도 했다.

MBC '구해줘! 홈즈'에서는 두 사람이 해외 임장을 함께 떠나기도 했다. 양세형은 박나래에게 적극적으로 음식을 권하기도 하고, 뜨거운 음식을 손으로 잘라 나눠줬다. 박나래는 "(양세형이) 공격적으로 플러팅이 들어온다"라며 핑크빛 분위기를 셀프 조성하기도 했다. 이에 스튜디오 패널들도 "세형이가 어필을 많이 한다", "좋아하면 저런 행동이 나온다" 등 동조했다.

이처럼 예능 제작진은 반복적으로 비즈니스 썸을 이용한다. 출연자들 간 썸이 프로그램과 연관성도 부족하다. 박나래, 양세형처럼 평범한 동료 관계를 갑작스레 러브라인으로 엮기도 한다. 억지 러브라인에 거부감까지 든다.

방송용 러브라인이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은 시청자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시청자들도 약간의 재미를 위한 방송용 연애는 용인한다. 비즈니스 썸의 뻔한 빌드업과 허무한 결말. 의미없이 반복되는 방송용 연애를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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