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의사로 일하고 어머니는 예전에 간호 전공을 했지만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계세요. 증조할아버지는 과거 한양에서 양의학으로 첫 개업을 했던 의사라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듣지는 못했지만 고종 황제 진료도 보셨다고 해요.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심스러울 수 있는 집안 이야기도 곧잘 했다. 배우 하영은 겸손하고 차분했지만 솔직한 모습도 보였다. 이 같은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온 건 하영이 출연한 '중증외상센터'가 의료계를 소재로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는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 분)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하영은 중증외상팀 5년차 시니어 간호사 천장미 역을 맡았다.
"오디션 대본을 받아보고 이 역할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병원에서 청소 업무를 해본 적 있는데, 직원들, 간호사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그때 경험을 참고했죠. 당황하기 쉬운 순간에도 의료진은 침착하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신속하게 상황에 대처하고 진단했어요. 그런 모습들이 기억에 남았어요." 진중하면서도 시원시원한 입담으로 이야기를 이어간 하영. 극 중 말투와 실제가 비슷하냐는 물음에 "그렇다. 싱크로율이 높은 것 같아서 대본 받고 '좋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두나!' 때처럼 여성스러운 캐릭터보다는 발랄한 캐릭터예요. 장미가 저와 비슷해서 표현하기 편했어요. 마음껏 해도 된다는 느낌이어서 자유롭기도 했죠. 털털한 매력을 살려 보려고 했어요. 다른 점이 있다면…. 장미는 교수님들에게 과감하게 할 말 다 하지만 저는 그 정도의 용기는 없는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재밌었어요. 하하하." 하영은 중증외상센터에서 바쁘게 일하는 간호사를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피곤해 보이는 외모를 만들었다. 이러한 분장에도 불구하고 외모가 두드러졌던바. 앞서 이도윤 감독은 하영에게 딱 하나 불만이 "너무 예쁜 것"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원작 캐릭터가 단발이라 감독님도 저도 단발로 가보자고 했어요. 피팅도 하고 메이크업 시안도 여러 가지 해봤죠. 머리도 못 감고 일하다가 단발을 질끈 묶은 부스스한 모습이면 좋겠다 싶었어요. 주근깨도 있고 피곤해 보이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와서 저도 좋다고 생각했죠. 머리도 질끈 묶고 주근깨도 그렸어요. 그래도 살짝 예쁘게 해달라고 하긴 했습니다. 하하."
극 중 병원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장소인 만큼 연기하는 동선도 복잡했다. 하영은 "의료 기기, 도구를 다루다 보니 부상의 위험이 있긴 했다. 소품용 칼이더라도 조심해서 다뤄야 해서 긴장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수술방 안에서 찍는 장면들은 특히 동선이 복잡해서 신경 썼어요. 저는 그간 마스크, 장갑을 착용하고 수술하는 장면만 찍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손이 닿으면 안 되는 구역, 수술대 바로 옆 출입 제한 구역과 같은 게 있더라고요. 중요하니까 최대한 맞추려고 했어요. 저는 간호사 역할이라 장갑을 (의사에게) 끼워줘야 하는데, 장갑이 잘 찢어지더라고요. 신경 써서 끼웠죠. 작지만 중요한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하영은 '중증외상센터' 출연 배우들 간 돈독한 관계도 자랑했다. 극 중 인물들이 여러 고비를 함께 넘기며 끈끈해지는 것처럼 배우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워졌다. 하영은 "드라마 흐름과 거의 똑같았다. 스터디 모임 덕에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고, 촬영에 들어간 후에는 더 빠르게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의료 드라마인 만큼) 촬영 들어가기 전 감독님, 배우들과 스터디를 했어요. 오전에 만나서 7시간 대본을 봤죠. 점심도 시켜 먹고 저녁도 근처 식당에 가서 같이 먹었어요. 주지훈 선배님, 윤경호 선배님, (추)영우 등등 팀이 다 같이 얘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지방 촬영 가서 식당에 가면 으레 후배들이 고기를 굽거나 반찬을 챙기잖아요. 그런데 '맛잘알' 주지훈 선배님은 자신이 직접 쌈도 싸주고 그랬어요. 우리가 어설프게 볶음밥을 긁고 있으면 선배님은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며 주걱으로 직접 해주셨죠. 큰오빠 같았어요. 우리 후배들도 처음에 '우리가 하겠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감사하다'며 먹었죠." 하영은 어릴 적부터 약 10년간 미술을 했다. 그는 이화여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뉴욕을 대표하는 3대 명문 디자인스쿨인 스쿨오브비주얼아츠 대학원도 다녔다. 하지만 대학원은 중퇴했다. 대학원에서 비디오아트를 하면서 자연스레 영화, 드라마에 관심이 생겼고, 여름방학 때 한국에서 다닌 연기 수업에서 연기자의 길로 전향하기로 결심했다.
"연기 초보자들에게 감정이 많이 들어간 어려운 장면을 시키더라고요. 감정을 끌어내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죠. 그때 '이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당시 상대 배우가 제게 감정을 잘 줬다고 생각해요. 미술은 혼자 방에서 그림을 그리는 건데, 연기는 상대와 같이 일하고 감정을 나눈다는 게 새롭고 짜릿했어요. 부모님께 휴학하겠다고 하니 '학비가 얼만데 미쳤냐. 졸업이라도 해라'라고 하셨어요. 하하. 고집부리며 버티다가 복학을 안 했는데, 일정 시점이 지나면 자동으로 제적되는 시스템이에요. 오디션 보러 다니고 하다 보니 부모님도 '해 봐라' 하셨어요. 지금은 정말 좋아하십니다. '중증외상센터'를 찍을 땐 저를 '하영'이 아닌 '천장미 간호사'라고 부르셨어요. 하하."
미술에서 연기로 전향했지만 미술 공부가 연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하영. "전혀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미술에서 '이 작품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전달할까' 생각하는 과정과 연기의 '이 캐릭터를 통해서는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하는 부분이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근본적인 부분에서 맞닿아있다고 느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조심스러울 수 있는 집안 이야기도 곧잘 했다. 배우 하영은 겸손하고 차분했지만 솔직한 모습도 보였다. 이 같은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온 건 하영이 출연한 '중증외상센터'가 의료계를 소재로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는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 분)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하영은 중증외상팀 5년차 시니어 간호사 천장미 역을 맡았다.
"오디션 대본을 받아보고 이 역할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병원에서 청소 업무를 해본 적 있는데, 직원들, 간호사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그때 경험을 참고했죠. 당황하기 쉬운 순간에도 의료진은 침착하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신속하게 상황에 대처하고 진단했어요. 그런 모습들이 기억에 남았어요." 진중하면서도 시원시원한 입담으로 이야기를 이어간 하영. 극 중 말투와 실제가 비슷하냐는 물음에 "그렇다. 싱크로율이 높은 것 같아서 대본 받고 '좋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두나!' 때처럼 여성스러운 캐릭터보다는 발랄한 캐릭터예요. 장미가 저와 비슷해서 표현하기 편했어요. 마음껏 해도 된다는 느낌이어서 자유롭기도 했죠. 털털한 매력을 살려 보려고 했어요. 다른 점이 있다면…. 장미는 교수님들에게 과감하게 할 말 다 하지만 저는 그 정도의 용기는 없는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재밌었어요. 하하하." 하영은 중증외상센터에서 바쁘게 일하는 간호사를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피곤해 보이는 외모를 만들었다. 이러한 분장에도 불구하고 외모가 두드러졌던바. 앞서 이도윤 감독은 하영에게 딱 하나 불만이 "너무 예쁜 것"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원작 캐릭터가 단발이라 감독님도 저도 단발로 가보자고 했어요. 피팅도 하고 메이크업 시안도 여러 가지 해봤죠. 머리도 못 감고 일하다가 단발을 질끈 묶은 부스스한 모습이면 좋겠다 싶었어요. 주근깨도 있고 피곤해 보이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와서 저도 좋다고 생각했죠. 머리도 질끈 묶고 주근깨도 그렸어요. 그래도 살짝 예쁘게 해달라고 하긴 했습니다. 하하."
극 중 병원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장소인 만큼 연기하는 동선도 복잡했다. 하영은 "의료 기기, 도구를 다루다 보니 부상의 위험이 있긴 했다. 소품용 칼이더라도 조심해서 다뤄야 해서 긴장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수술방 안에서 찍는 장면들은 특히 동선이 복잡해서 신경 썼어요. 저는 그간 마스크, 장갑을 착용하고 수술하는 장면만 찍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손이 닿으면 안 되는 구역, 수술대 바로 옆 출입 제한 구역과 같은 게 있더라고요. 중요하니까 최대한 맞추려고 했어요. 저는 간호사 역할이라 장갑을 (의사에게) 끼워줘야 하는데, 장갑이 잘 찢어지더라고요. 신경 써서 끼웠죠. 작지만 중요한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하영은 '중증외상센터' 출연 배우들 간 돈독한 관계도 자랑했다. 극 중 인물들이 여러 고비를 함께 넘기며 끈끈해지는 것처럼 배우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워졌다. 하영은 "드라마 흐름과 거의 똑같았다. 스터디 모임 덕에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고, 촬영에 들어간 후에는 더 빠르게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의료 드라마인 만큼) 촬영 들어가기 전 감독님, 배우들과 스터디를 했어요. 오전에 만나서 7시간 대본을 봤죠. 점심도 시켜 먹고 저녁도 근처 식당에 가서 같이 먹었어요. 주지훈 선배님, 윤경호 선배님, (추)영우 등등 팀이 다 같이 얘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지방 촬영 가서 식당에 가면 으레 후배들이 고기를 굽거나 반찬을 챙기잖아요. 그런데 '맛잘알' 주지훈 선배님은 자신이 직접 쌈도 싸주고 그랬어요. 우리가 어설프게 볶음밥을 긁고 있으면 선배님은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며 주걱으로 직접 해주셨죠. 큰오빠 같았어요. 우리 후배들도 처음에 '우리가 하겠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감사하다'며 먹었죠." 하영은 어릴 적부터 약 10년간 미술을 했다. 그는 이화여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뉴욕을 대표하는 3대 명문 디자인스쿨인 스쿨오브비주얼아츠 대학원도 다녔다. 하지만 대학원은 중퇴했다. 대학원에서 비디오아트를 하면서 자연스레 영화, 드라마에 관심이 생겼고, 여름방학 때 한국에서 다닌 연기 수업에서 연기자의 길로 전향하기로 결심했다.
"연기 초보자들에게 감정이 많이 들어간 어려운 장면을 시키더라고요. 감정을 끌어내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죠. 그때 '이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당시 상대 배우가 제게 감정을 잘 줬다고 생각해요. 미술은 혼자 방에서 그림을 그리는 건데, 연기는 상대와 같이 일하고 감정을 나눈다는 게 새롭고 짜릿했어요. 부모님께 휴학하겠다고 하니 '학비가 얼만데 미쳤냐. 졸업이라도 해라'라고 하셨어요. 하하. 고집부리며 버티다가 복학을 안 했는데, 일정 시점이 지나면 자동으로 제적되는 시스템이에요. 오디션 보러 다니고 하다 보니 부모님도 '해 봐라' 하셨어요. 지금은 정말 좋아하십니다. '중증외상센터'를 찍을 땐 저를 '하영'이 아닌 '천장미 간호사'라고 부르셨어요. 하하."
미술에서 연기로 전향했지만 미술 공부가 연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하영. "전혀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미술에서 '이 작품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전달할까' 생각하는 과정과 연기의 '이 캐릭터를 통해서는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하는 부분이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근본적인 부분에서 맞닿아있다고 느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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