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로고, Mnet '엠카운트다운' 포스터/사진=음저협, Mnet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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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경의 사이렌》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연예 산업에 사이렌을 울리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고, 연예계를 둘러싼 위협과 변화를 알리겠습니다.


CJ ENM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가 음악 사용료 지급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각자 입장만 고수하며 상대의 입장과 요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불통 상태다. 이대로라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중재도 무용지물이 될 전망이다.

1일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문체부는 최근 CJ ENM과 음저협 간 음악 사용료 지급 합의를 위한 중재에 나섰다. 음저협과 CJ ENM 측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 음악 사용료 관련 계약이 만료된 후 약 7년에 걸쳐 협상을 시도했으나 결렬됐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방송 매출액 산정 기준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는 점과 방송사 음원 사용 명세서 및 음저협 관리곡 목록이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로고/사진=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캡처
문화체육관광부 로고/사진=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캡처
음저협은 CJ ENM이 방송 매출액을 실제보다 적게 산정했다고 주장했다. 음저협 측은 CJ ENM 측이 주장하는 매출액이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 공표집' 상 홈쇼핑 방송매출액을 제외한 금액보다도 한참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산 상황 공표집에 적힌 매출액과 CJ ENM에서 음저협에 제시한 채널별 매출액 합산 금액이 서로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CJ ENM은 음저협 측의 주장에 "매출액을 규정보다 적게 산정해 제출한 사실이 없다"고 반발했다. CJ ENM은 현재 엔터테인먼트 부문인 CJ ENM과 커머스 부문인 CJ오쇼핑이 합쳐진 법인인 만큼, 재산 상황 공표집에 적힌 금액으로 방송 매출액을 산정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방송사용료 매출액 기준은 방송을 통해서만 창출되는 매출액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CJ ENM의 반박 내용에는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CJ ENM이 여러 사업 부문을 운영하는 법인이라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음저협 측에서 홈쇼핑 방송 매출액을 제외하고 공표집 상 매출액을 계산했다고 밝혀 CJ ENM 측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졌다. 이들은 음저협의 소명 자료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사진제공=한국음악저작권협회, Mnet
사진제공=한국음악저작권협회, Mnet
또한, 음저협 관계자는 본지에 "어떤 음원을 방송에 사용했는지 정리한 음악 사용명세서(큐시트)도 받아보지 못해 저작권료 산출 자체도 불가능한 상황이다"라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CJ ENM 측이 과거 제출했던 큐시트는 전체 사용량 대비 약 10%만 담아낸 사용 명세서라고 호소했다.

CJ ENM은 "국내 저작권 신탁 단체는 음저협 한 곳만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음원을 다 음저협에서 관리하는 게 아닌데 어떻게 제대로 된 사용 명세서를 작성하겠느냐"며 "음저협에서 먼저 관리곡 목록을 제공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이들은 "과거 음저협의 요청으로 당사 프로그램의 음악 큐시트를 제공했지만, 관리곡 여부 등 그 어떠한 피드백을 받은 바 없다"며 "정확한 음악저작물 관리 비율 산출을 위해 관리곡 목록을 요청했지만, 이 역시 피드백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CJ ENM이 관리곡 목록을 요구하는 일은 업계 관계자 시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특정 음원이 음저협 관리곡인지 여부는 간단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저협 공식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존재하는 '저작물 검색'란에 곡명을 검색하면 된다. 음저협에 관리곡 목록을 요구하기보다 방송사 측 음원 사용 명세서 제출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음저협도 제공된 큐시트 속 문제점을 직접 지적하기보다 침묵을 택했고 관리곡 목록 요청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문체부 중재가 유의미한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이들의 상호 불통부터 해결돼야 한다.

CJ ENM은 국내 대표 음악 방송 채널인 Mnet 채널을 운영하는 종합 콘텐츠 기업이다. 음저협은 국내를 대표하는 저작권 신탁 단체다. 국내를 대표하는 두 주자의 '남 탓' 싸움에 국가까지 나서 중재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양측은 문체부 중재마저 헛된 노력이 되기 전에 귀를 열고 대화하려는 자세부터 갖출 필요가 있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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