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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너 인 게 어떻게 약점이 될 수가 있어" 재희(김고은 분), 흥수(노상현 분)과 서로에게 해주는 말이다. 담백하면서도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편견에 상처받은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결국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도 이와 같다.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과 더블린 문학상에 노미네이트 됐으며 프랑스 메디치상 1차 후보에 오른 박상영 작가의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중 재희의 이야기를 각색했다.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재희의 약한 모습, 재희와 흥수의 13년 서사가 자세히 그려져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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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수는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꽁꽁 숨기려 한다. 클럽을 밥 먹듯이 가는 재희가 클럽 앞에서 흥수의 키스 상대를 보고 비밀을 알게 된다. 흥수는 강한척했지만, 성소수자라는 게 소문날까 전전긍긍한다. 다만 재희는 "네가 너 인 게 어떻게 약점이 될 수 있어"라며 받아들인다. 이 일을 계기로 흥수와 재희는 서로를 믿어주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발전한다. '미친X'과 게이가 만나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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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김고은은 '파묘'에 이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김고은의 사랑스러운 매력이 재희를 만나 배가됐다. 자유롭고 자신의 특별함을 마음껏 분출하는 재희부터 편견에 상처받아 눈물 흘리는 재희, 현실에 타협하는 재희, 진정한 사랑을 찾은 재희까지 섬세한 연기로 소화했다. 김고은과 노상현의 티키타카 말맛도 '대도시의 사랑법'의 관점 포인트 중 하나다.
퀴어를 소재로 했지만 중점적으로 다뤘다고는 볼 수 없다. 유별난 것 같으면서도 평범한 재희와 흥수, 두 인물의 성장 스토리에 몰입하게 된다. 극 말미 흥수가 재희의 결혼식에서 축하 무대를 하는 장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울림을 선사한다. 결론은 티켓값이 결코 아깝지 않은 '대도시의 사랑법'이다.
러닝타임 118분.
김서윤 텐아시아 기자 seogug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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