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유가 스케줄이 끝나자마자 향하는 곳은 식자재 마트. 20kg 쌀을 번쩍번쩍 들고, 무거운 배추도 가뿐하게 들어 옮긴다. 2년 전 어머니 화정(60) 씨는 떡집 사장님에서 순댓국집 사장님이 됐다. 홀로 가게를 꾸려가는 엄마를 위해 장보기는 김소유가 도맡아 한다고. 한 짐 싣고 달려 도착한 곳은 순댓국집이 아니라 한 요양 병원. 작년 겨울 뇌전증으로 쓰러진 아버지 상철(59) 씨가 계신 곳이다. 누워서 말 한마디 못 하는 아버지를 위해 노래도 불러드리고, 얼굴도 깨끗하게 닦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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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140만 원씩 들어가는 개인 간병비와 병원비를 도맡다 보니 1년 동안 쓴 돈이 1억이 훌쩍 넘는다고. 주말 행사를 뛰어야 아버지 간병비를 낼 수 있는데, 행사가 없는 주말이면 '이번 주 간병비는 어떻게 하나?'하는 불안감으로 전전긍긍. 다른 일 다 제쳐두고 아버지만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다른 사람과 재혼해 집을 떠났던 아버지를 이토록 챙기는 김소유의 마음은 무엇일까.
모녀에게도 풀리지 않은 마음의 숙제가 있다. 이혼할 당시 두 동생은 엄마 편에 섰지만, 김소유는 아빠가 불쌍하다는 이유로 아빠 편에 섰다고. 그때 엄마 화정 씨는 딸 소유 씨에게 큰 상처를 받았고, 두 모녀는 몇 년 동안 왕래 없이 소원하게 지냈다. 엄마 화정 씨는 아픈 아버지만 측은하게 여기는 딸이 영 섭섭하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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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병실을 오가느라 몸이 지칠 대로 지친 김소유. 올해 2월 정신을 잃고 중환자실까지 실려 갔다. 소식을 들은 엄마 화정 씨까지 충격을 받아 안면신경마비가 왔다고. 딸 김소유로서, 가족을 챙기느라 가수 김소유로서 활동은 잠시 멈췄지만, 이제는 다시 가수로 날아올라야 할 때. '가요 무대' 녹화가 전, 반짝 레슨을 받는 김소유. 얼마 전 나온 신곡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삼천포에서 큰 행사가 있는 날, 환갑을 맞은 엄마와 두 동생이 함께 공연 길에 동행한다. 모처럼 모인 네 모녀. 함께 바다를 보며 케이블카도 타고, 회 한 접시 먹으며 귀한 추억을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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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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