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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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주인공 로미와 하츄핑이 만나는 장면에서 제가 딸을 처음 만났을 때와 오버랩됐어요."

딸과 함께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을 관람하고 온 한 아빠가 남긴 감상평이다. 아이들만 관심을 보일 것 같은 애니메이션이 어른들의 마음까지 매료한 것이다.

이처럼 최근 극장가에서는 애니메이션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특정 관객층뿐만 아니라 가족, 연인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 일명 '덕후'들만 보는 것, 혹은 아이들만 보는 장르라는 틀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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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개봉한 '사랑의 하츄핑'은 인기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의 첫 번째 영화판이다. 운명의 소울메이트를 찾아 나선 이모션왕국 공주 로미와 요정 하츄핑의 첫 만남을 그리는 작품. TV 시리즈에서는 로미와 하츄핑이 이미 단짝으로 등장하는데, 영화는 이들이 단짝이 된 과정을 그리는 프리퀄이다.

'사랑의 하츄핑'의 경우 경쟁자가 조정석, 전도연이라는 말도 나온다. 비슷한 시기 조정석 주연 '파일럿', '행복의 나라', 전도연 '리볼버' 등 쟁쟁한 상업영화들이 개봉했지만 이들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꾸준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개봉일부터 6일 연속 2위를 차지했고, 예매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사랑의 하츄핑'과 같이 IP가 있는 애니메이션은 일반 영화와 손익분기점 추산 방식이 달라 정확한 산정이 어렵지만, 목표로 한 관객 수 50만은 이미 제쳤다.

이처럼 일반 상업영화와 경쟁에서 흥행할 수 있었던 비결은 온가족 함께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김수훈 총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어른도 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했다"며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몰입해서 볼 수 있는 가족영화로 기획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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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을 맞은 '명탐정 코난'도 지난달 새로운 극장판을 선보였다.'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은 전설적인 검 성릉도를 손에 넣으려 하는 어둠의 세력에 맞서, 검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려는 괴도 키드, 그리고 검을 지키려 하는 핫토리와 코난이 펼치는 배틀 미스터리 애니메이션이다. 개봉일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하며 선전하기도 했다. '명탐정 코난'의 기존 세계관을 뒤엎는 새로운 '떡밥'이 쿠키 영상에 등장한다는 입소문에 관객들이 더욱 몰려들기도 했다.

'명탐정 코난'의 경우 30년간 연재되고 있는 작품. 어릴 적 '명탐정 코난'을 봐왔던 이젠 성인이 되어 이들이 극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들만 볼 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가족 단위 관객들이나 연인들도 극장 좌석을 채웠다.

지난해 1월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은 488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크게 흥행했다. '슬램덩크에 미친 자', 일명 '슬친자'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 이 역시 '명탐정 코난'과 마찬가지로 어릴 적 '슬램덩크'를 봤던 이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았다.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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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하츄핑'과 '명탐정 코난'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은 관객 동원 전략에 있어서 어찌 보면 상반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자는 온가족으로 타깃층을 확대한 경우고, '명탐정 코난'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해당 애니메이션 팬층을 타깃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사랑의 하츄핑'은 아이들에서 어른들까지 더 넓은 관객층을 모았고, '명탐정 코난'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애니메이션 팬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전략은 상반됐지만 결과적으로 양쪽 애니메이션 영화 모두 더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모으는 데 기여했다.

영화계 관계자는 "애니메이션이 기존 상업 영화들을 완전히 대체할 순 없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관객들이 이미 특정 영화를 보겠다는 의도성, 목적성을 갖고 극장을 찾는다"며 "극장들이 관객 유입을 고려할 때 또 다른 돌파구로서 주목할 수 있을 장르"라고 말했다. 또한 "IP 확장 측면에서 굿즈, 또 다른 콘텐츠 개발을 시도해볼 수도 있어 영화 이외에 부가적 수익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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