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어도어 대표, 어도어 전 직원 B씨 인스타그램 스토리/사진=어도어 제공, B씨 인스타그램 캡처
민희진 어도어 대표, 어도어 전 직원 B씨 인스타그램 스토리/사진=어도어 제공, B씨 인스타그램 캡처
《이민경의 사이렌》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연예 산업에 사이렌을 울리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고, 연예계를 둘러싼 위협과 변화를 알리겠습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자신에게 제기된 직원 성희롱 피해 사실 은폐 의혹을 정면 반박했지만, 정작 그 내용을 살펴보면 본질과는 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 대표가 18쪽에 걸쳐 내놓은 반박 내용에는 주로 B씨의 개인 업무 능력에 대한 비판이 많고 자신은 책임이 전혀 없다는 식의 주장이 담겼다. 하지만 연예업계에서는 의혹 논점 흐리기를 그만둬야 하며, 사과할 건 사과하고 해명할 건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민희진 어도어 대표 입장문 링크가 담긴 인스타그램 스토리
사진=민희진 어도어 대표 입장문 링크가 담긴 인스타그램 스토리
민 대표는 13일 밤 성희롱 은폐 의혹에 대해 장문의 글을 공개하며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의혹에 대해 해명하기보다 B씨의 '고액 연봉 대비 능력이 부족함'을 문제로 지적하며 B씨를 정직원으로 채용하지 않은 이유를 상세히 설명해 '논점 흐리기'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 대표는 "B가 주장하는 '(사건) 무효화 시도'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사건을 편파적인 입장에서 바라보지 않고자 노력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언론 매체를 통해 공개된 대화록 속 '무고로 역 고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 'B는 증거 없어서 X됨' 등 민 대표의 앞선 주장과 반대되는 그의 발언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

그가 타인에게 B씨를 대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해명 역시 입장문에 없었다. 이는 지난달 30일 밤 민 대표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공개된 입장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민 대표는 매체 기사 속 편집된 내용의 발화 대상이 B씨 1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안 처리에 있어 논쟁이 있었던 대상 임원이 있었다"며 "맥락이 사라진 악의적 편집은 사내 정치가 포함된 내용으로 여러분이 굳이 아셔야 하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중에게 '결국 B씨도 욕설의 대상에 포함돼 있었던 게 아니냐'는 물음을 남기는 구간이다.
사진=민희진 어도어 대표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민희진 어도어 대표 인스타그램 캡처
민 대표가 당시 공개한 대화록에는 그가 했다던 욕설이 보이지 않았다. 욕설에 대한 맥락이 담긴 대화록은 빼고 그의 합리적인 모습만을 비췄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일부 대중 가운데서도 대화록의 상세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며 '누군가 상처가 될 만한 내용이 있다면 민 대표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또한, 민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당시 B의 호소를 온전히 믿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민 대표는 "B만 진실을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전부 거짓말을 한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정황이 너무 많다"며 "어도어 임원 A와 B의 주장은 서로 배치되는 상황이다. 자극적 워딩이 강조된 신고 내용과 누락된 내용을 냉정히 대조해 보았을 때 분명 왜곡된 정보를 다량 내포하고 있었기에 B의 신고 내용을 온전히 믿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논란을 종식하기에는 민 대표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으로 보인다.

결국 13일 밤 B씨는 민 대표의 입장문에 대한 불만을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드러냈다. B씨는 해당 스토리에서 어도어 임원 A씨가 지난 9일 게재된 B씨의 입장문을 보고서 '미안하다'는 장문의 카카오톡 메신저 1통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B씨는 하이브도 '미안하다. 재조사하겠다'며 연락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 대표는 'B가 일을 못 했지 않았냐. 네가 하이브냐'는 강한 반발이 담긴 카카오톡 77개를 B씨에게 보냈으며 지난 13일 밤 입장문까지 적는 등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이사 / 사진제공=어도어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이사 / 사진제공=어도어
민 대표 입장에서는 성희롱 은폐 의혹이 법적 분쟁 중인 경영권 찬탈 의혹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부가적인 논란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기에 해명에 피로감을 느끼고 사과의 필요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과오를 해명하기도 전에 이를 가리고자 물타기로 주변 정황을 설명하는 모습은 대중 입장에서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그의 '물타기', '논점 흐리기'에 대한 비판은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게 아니다. 대화록이 공개되면서 그는 '성희롱 피해자와 뉴진스 멤버들을 향해 욕설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는 '대화록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며 직접 반박하기보다, 매체의 자료 획득 과정과 하이브의 감사자료 수집 과정을 지속해 지적하며 의혹의 논점을 흐려 비판 받아왔다.

무엇보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여성으로서 사회생활의 고초를 20년 넘게 뼈저리게 느껴왔다"고 밝혔다. 평직원에서 그룹 뉴진스를 배출한 어도어의 수장까지 오른 그는 '성공한 여성'의 서사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그가 같은 여성인 부하 직원의 성희롱 피해 호소에 보인 부적절한 언행에 얽힌 사실관계를 짚지 않고, 되레 그의 무능력을 고발하는 모습은 그저 안타깝다.

회사 대표이사로서 사과할 내용이 있다면 깔끔히 사과하고 의혹을 해소한 뒤 반박 내용을 제시할 때 민 대표를 향한 대중의 온전한 신뢰가 돌아올 수 있을 테다. 민 대표 본인이 20년간 쌓아온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의 진솔한 대처가 시급하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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