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인 이선균의 유작으로 개봉 전부터 주목받은 작품이다. 이선균은 지난해 12월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던 시기 세상을 떠났다. 마약 이슈와 관련된 이선균의 사생활도 폭로되면서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영화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선균이 출연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행복의 나라'가 개봉시기를 정하지 못하다 이번 여름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탈출'은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

스케일뿐 만 아니라 속도감 있는 스토리도 한몫했다. 또한 저마다 사연을 늘어지지 않게 풀어냈다. 재난물도 클리셰가 있다. 혼자만 살아남으려고 하는 빌런, 가족 혹은 연인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 이 두 사람이 갈등을 빚는 상황까지 잘 녹여냈다.
이선균과 부녀 호흡을 맞춘 이수안(경민 역), 자매로 등장하는 박희본(미란 역), 박주현(유라 역), 황혼 부부 문성근(병학 역), 예수정(순옥 역),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 김희원의 몰입도 높이는 연기도 재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주지훈의 양아치 변신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했다. 렉카 기사 조박을 연기한 주지훈은 이선균의 옆에서 밉상이지만 마냥 밉지않은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표현했다.

이제 개봉 첫주가 지났다. 앞서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심야 상영 부문에 초청돼 상영됐으나 예상치 못한 혹평을 받고 피드백을 수용한 김태곤 감독의 고군분투가 엿보였다. 재난의 스케일은 돋보이고 인물의 뻔한 서사는 줄였다. 1위를 좀처럼 내주지 않는 '인사이드 아웃2'를 제치고 대작의 힘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김서윤 텐아시아 기자 seogug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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