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의 김태곤 감독 / 사진제공=CJ ENM
'탈출'의 김태곤 감독 / 사진제공=CJ ENM
김태곤 감독이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에서 연쇄 재난 상황을 설정한 배경을 밝혔다.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탈출'의 김태곤 감독을 만났다.

'탈출'은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이선균, 주지훈, 김희원 등이 출연했다.

영화에서는 100중 추돌 사고, 군사용 실험견들의 탈출, 헬기 사고, 공항대교 붕괴 위기 등 재난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김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가는 게 목표였다. 어떤 순서로 진행되면 재밌을까 새각했다. 여러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관객들이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하게 하고 긴장감 있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요소를 끊임없이 넣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개를 소재로 한 이유를 묻자 김 감독은 "제가 힘들었던 시절에 목포에서 서울까지 도보여행을 한 적 있다. 혼자 국도를 따라 걸었는데, 그때는 GPS도 네비도 없던 시절이다. 동네에 풀어놓은 개 한두 마리 있지 않나. 그런 개들은 무섭지 않았는데 들개들이 쫓아오더라. 나를 물려고 한 건 아닌데, 아마도 내가 그들의 영역에 들어갔나보다. 계속 쫓아오니 무섭고 공포감이 들더라. 이걸 어떻게 하면 재밌게 풀어볼 수 있을 것 같더라. '이 개들도 누군가의 반려견이었을 거다. 사연이 뭘까'. 이런 주제로 풀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답했다.

공항대교를 배경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장소가 어디가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개들도 못 나가고 사람들도 못 나가는 고립된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대교이면 좋겠다 싶더라. 그러면 어디 대교이면 좋을까. 공항 오가는 사람들은 사연들이 다 있지 않나. 공항 오가는 사연들을 담으면 캐릭터도 의미있고 풍부해질 것 같아서 공항대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설정했다"고 전했다.

'탈출'은 지난해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상영됐다. 김 감독은 "선균 형은 '잠'과 저희 영화, 두 편으로 칸에 가게 됐다. 좋았다. 저도 감독으로서 칸영화제 초청받았다는 소식에 기뻤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이 가고 싶던 섹션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반응 엇갈렸단 얘긴 상영 후에 듣게 됐다. 그 안에서 반응은 좋았다. 저희끼리 자축도 많이 했다"며 "관객들에게 영화가 잘 전달 됐으면 좋겠다 생각했다"고 전했다.

최종 개봉 버전은 칸 상영 버전에서 조금 수정됐다. 김 감독은 "저희 스스로도 부족하거나 과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잘 만지면 개봉할 때 더 좋은 반응 얻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러닝타임 줄었고, 감정 과잉 부분을 줄였다. 사용됐던 음악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요즘 관객 트렌드는, 만든 사람들이 먼저 가이드 제시하는 걸 안 좋아하는 것 같다. 관객 스스로 느끼고 소화해내길 바라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과잉됐던 부분을 덜어냈다"며 "안개 낀 대교 위에서 벌어지다 보니 답답한 부분이 있어서 긴장감, 속도감을 올리기 위해서 편집, 음악 여러 요소를 수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길어서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을 조금씩 걷어냈다. 정원(이선균 분)과 경민(김수안 분)의 관계를 유지하되 다른 드라마들도 많이 있었다. 미란(박희본 분)-유람(박주현 분), 병학(문성근 분)-순옥(예수정 분), 조박(주지훈 분)-조디에 대한 드라마가 더 많이 들어가 있었는데 드라마적인 호흡을 덜어내면서 러닝타임이 좀 줄었다"고 덧붙였다.

'탈출'은 오는 12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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