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어를 떠난 K팝 아이돌의 빈자리를 트로트 공연이 채우고 있다. 이에 따라 2030세대가 아닌 5060세대가 공연계 주력 소비층으로 급부상했다. 더 이상 콘서트는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5060세대 중장년층이 친구들과 함께 콘서트 티켓을 단체로 끊고, 삼삼오오 모여서 콘서트장으로 나들이를 가는 모습은 이제 자연스런 문화 현상이다. "트로트 콘서트 보러 다니는 게 인생의 낙"이라는 50대 여성들의 고백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트로트 광풍이 지속되면서 5060세대가 공연계 큰 손으로 완연히 자리 잡았다.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TV조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리즈가 히트를 쳤고, 관련 콘서트가 대규모로 펼쳐졌다. 이를 통해 조명받은 트로트 가수들의 파생 콘서트가 잇달아 이어지면서 국내 공연장에는 트로트 소비자인 5060세대가 꽉 들어찼다.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예전만 못하고 일각에서는 트로트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공연계에서 트로트의 위상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여러 관계자의 중론이다.

객관적인 지표도 이를 입증한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엔데믹 시대, 콘텐츠 소비 격차와 전망'에 따르면 2022~2023년 50대와 60대의 대중음악 콘서트 소비가 가장 크게 증가했고, 배경에는 트로트 공연이 있었다고 조사됐다.

가수 임영웅과 김호중 등의 콘서트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어, 최근 가황 나훈아가 은퇴를 시사하며 2024년 전국투어 콘서트를 예고한 만큼 공연계 트로트 열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공연 관계자는 "트로트 가수를 중심으로 5060세대 팬덤이 형성되고 이들 사이에서 함께 트로트 공연을 보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5060세대는 구매력도 충분하기 때문에 티켓값이 다소 높더라도 꾸준한 관람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 사이 K팝 아이돌은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렸다. 엔데믹이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하늘길이 열리면서 해외 시장을 겨냥, 외화벌이에 나선 것. 글로벌 팬덤을 가진 K팝 그룹들은 월드 투어에 1년 스케줄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고 있다. 월드투어의 시작이나 마무리를 국내에서 진행하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 공연 횟수나 집중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게 관계자의 분석이다.

여기에 일부 가수-팀을 제외하고 과거 2030세대의 지지를 받았던 발라드나 밴드, 힙합 등의 공연은 수요가 현저히 떨어지며 고전하고 있다. 관계자는 "K팝 아이돌 콘서트의 경우 팬덤 위주로 운영되고, 그 외 장르의 대중가요 콘서트는 좀처럼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추세"라며 "비싸진 티켓값도 2030세대가 공연장에 발길을 끊게 된 이유라고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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